한 週 漢字 758

六無·六和<육무·육화>

중국은 지금 잔칫집이다. 김정일이 찾아와서가 아니다. 오는 7월 1일로 7799만 당원을 가진 중국공산당의 90번째 생일이 다가와서다. 아흔 살 생일은 졸수(卒壽)라 부른다. 졸(卒)을 아홉 구(九)자 밑에 열 십(十)자를 붙여 졸(卆)로 줄여 쓰기 때문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얼마 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여섯 가지 없음[六無]에 관한 기사를 실어 화제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첫째, 저우 총리는 사망 후 유골을 남기지 않았다. 사불유회(死不留灰)다. 둘째, 살아서 후손을 두지 않았다. 생이무후(生而無後)다. 셋째, 관직에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관이부현(官而不顯)이다. 넷째, 당을 조직했어도 사조직은 꾸리지 않았다. 당이불사(黨而不私)다. 다섯째, 고생을 해도 원망하지 않았다. 노이무원(..

한 週 漢字 2020.08.15

楓橋夜泊<풍교야박 >

중국 장쑤성 쑤저우(蘇州)에 한산사(寒山寺)라는 절이 있다. 당(唐)대의 기인(奇人) 한산(寒山)의 이름을 딴 사찰이다. 한산은 시(詩)와 선(禪)을 일치시켜 당시(唐詩)의 독특한 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0년대 미국 비트 제너레이션이 우상으로 받든 인물이기도 하다. 한산은 원래 부잣집 출신이었다. 그러나 한평생 저장성 천태산(天台山)의 한암(寒岩)에 숨어 살며 세상을 등졌다. 과거 시험에 계속 떨어진 게 ‘죄’였다. 가족 볼 낯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런 아픔과 번민을 삭이고 삭인 끝에 세속을 초탈한 그만의 시풍을 남겼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그 절 안에 청(淸) 말의 저명 학자인 유월(兪)의 필치로 쓰여진 시비(詩碑)가 있다. ‘달 지고 까마귀 울며 하늘엔 서리 가득한데(月落烏啼霜滿天..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한자 성어로 전개된 미·중 덕담

중국 지도자를 만나려면 한자 성어(成語) 서너 개쯤은 챙겨야 하는 세상이다.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렸던 미·중 경제전략대화의 만찬장 풍경이 그랬다. 有福同享 유복동향 가장 먼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단상에 올라섰다. 그는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로 환영사를 시작했다. 논어 첫 구절이다. 중국 측 참석자들은 그의 중국어 발음에 환호했다. ‘유복동향 유난동당(有福同享 有難同當)’이라는 말도 했다. ‘복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어려움이 있으면 같이 헤쳐나가자’는 뜻. 청(淸)나라 문장가인 황소배(黃小配)가 쓴 입재번화몽(載繁華夢)에 뿌리를 둔 말이다. 원전은 ‘우리는 형제, 마땅히 복이 있으면 함께 나눠..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효, 나무와 바람의 사랑

어버이 잘 섬김을 효(孝)라 하고 성인이 만든 글을 경(經)이라 한다. 효경언해(孝經諺解)의 첫 문장이다. 자식(子)이 노인(耂)을 잘 모시는 것이 효다. 효경 첫 장에서 공자는 “선왕들은 가장 아름다운 품덕과 가장 간명한 도리(至德要道)를 가지고 천하 백성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어 ‘효는 모든 덕의 근본이며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모두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는 것(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이 효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하루는 길을 가던 공자가 베옷을 입고 애달피 우는 고어(皋魚)와 마주쳤다. “상을 당한 것도 아닌데 왜 슬피 울고 있소?” 공자가 물었다. “세 가지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젊어서는 배움이 좋아 제후들을 찾아 다니느라 어버이를 뒤로 하였습니다. 첫째로 잃어버린 것입니다. 내..

한 週 漢字 2020.08.15

큰 지혜와 어리석음은 하나

중국에 ‘양주팔괴(揚州八怪)’라는 말이 있다. 청나라 때 강소(江蘇)성 양주를 무대로 활약한 8인의 화가들을 지칭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화법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괴짜’라는 말을 듣게 된 연유다. 그중 대나무와 난 그림에 뛰어났던 정판교(鄭板橋)가 있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그는 시(詩)·서(書)·화(畵)에 모두 능한 삼절(三絶)로서, 특히 대나무(竹)를 잘 그렸다. ‘(대나무는) 푸른 산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네(咬定靑山不放) 뿌리가 깨진 바위틈 사이에 박혀 있구나(立根原在破巖中) 비바람이 천번 만번 불어닥쳐도 굳건하니(千磨萬擊還堅勁) 동서남북 어디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든 불고 싶은 대로 불려무나(任爾東西南北風)’ 그의 시 ‘죽석(竹石)’이다. 그에게 대나무는 절대로 ..

한 週 漢字 2020.08.15

눈동자 색깔에 담긴 감정

썩은 세상을 버리고 은둔했던 죽림칠현(竹林七賢) 중에 완적(阮籍)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중국 위진(魏晉) 시기 시인이다. 어느 날 그가 모친상을 당했다. 상주였던 그는 문상객들에게 평소 품어오던 자신의 감정을 각각 표현했다. 방법은 눈동자였다. 예절이 바르고 올바른 사람은 검정 눈동자(靑眼)로 보고, 무례하고 그릇된 사람은 흰 눈동자(白眼)로 흘겨 보았다. 또 다른 죽림칠현인 혜강(康)을 검정 눈동자로 봤지만, 행실이 바르지 못했던 그의 동생 혜희(喜)를 흰 눈동자로 쳐다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안(白眼)’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연유다. ‘남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태도로 흘겨본다’는 뜻의 ‘백안시(白眼視)’는 여기서 유래됐다. 거꾸로 ‘청안시(靑眼視)’는 ‘따뜻하고 친근한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한 週 漢字 2020.08.15

귀신이 맷돌 돌리는 이유

돈다발이 장안의 화제였던 한 주였다. ‘돈꿰미는 북두칠성보다 높게 쌓이고 쌀은 창고에서 썩는다(錢過北斗 米爛成倉)’라는 말처럼 5만원권 22만1455장, 110억원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금이 전북 김제의 마늘 밭에서 쏟아져 나왔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중국인들은 종종 ‘돈만 있으면 귀신에게도 맷돌을 돌리게 할 수 있다(有錢能使鬼推磨)’고 말한다. 돈은 귀신과도 통할 수 있다는 전가통신(錢可通神)이란 성어처럼 예나 지금이나 돈은 신(神) 대접을 받았다. 돈은 궁한 자도 통달하게 하고, 부자도 온화하게 만들고, 가난한 자도 용맹하게 만든다. 재물 없는 군주에겐 선비가 모이지 않고, 상을 내리지 않는 군주에겐 선비가 오지 않는다. 중국 진(晉)나라의 은자(隱者) 노포(魯褒)는 『전신론(錢神論)』에서 배금주..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모양만 중시하다간 일 그르치리라

‘갈등’. 칡덩굴을 뜻하는 갈(葛)과 등나무를 의미하는 등(藤)이 어우러진 말이다. 이 단어가 ‘서로 어긋나 싸운다(Conflict)’는 뜻으로 발전한 것 역시 두 나무의 속성과 관계 있다. 칡덩굴은 나무를 탈 때 오른쪽으로 감아 오르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는다. 두 나무가 같이 있다면 필경 어긋나고 싸울 수밖에 없다. 나무의 속성에서 인간사 이치를 간파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중국어 ‘葛藤(거텅)’엔 어긋나고 싸운다는 뜻이 없다. 칡뿌리와 등나무일 뿐이다. 오히려 한국어의 갈등에 가까운 중국어는 ‘모순(矛盾)’이다. 창(矛)과 방패(盾)가 합해진 이 단어는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였던 한비(韓非)가 쓴 한비자(韓非子)의 난일(難一)편에 뿌리를 둔다. 그 어원은 다음과 같다. 초(楚)나라 사람이..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香嚴上樹<향엄상수>

향엄(香嚴·?~898) 스님이 말했다. “당신이 만약 나무에 올라 입으로만 나뭇가지를 물고, 양손은 가지를 붙잡지 않고, 발로는 나무를 딛지 않고 있었다고 하자. 때마침 나무 아래서 어떤 이가 달마가 서쪽에서 온 이유를 물었다. 대답하지 않으면 질문을 외면하는 것이고, 대답하면 나무에서 떨어져 생명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불교 선종(禪宗)은 깨달음을 위해 화두(話頭)와 씨름한다 ‘향엄의 나무에 오르다’라는 향엄상수(香嚴上樹)는 선종의 유명한 화두다. 향엄은 당(唐)나라 말기의 승려로 이름은 지한(知閑)이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동안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백장청규(百丈淸規)로 이름난 선승 백장회해(百丈懷海)의 가르침을 받았다. 백장이 세상을 뜨자 위..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群而不黨<군이부당>

‘무리’를 뜻하는 한자 ‘黨(당)’은 ‘尙(상)’과 ‘黑(흑)’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고대 한자 자전인 『설문(說文)』은 ‘빛이 없다(黨, 不鮮也)’고 해석했다. ‘黨’은 이후 마을의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고, ‘편협한 무리’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다. 『논어(論語)』에 온전히 나타난다. 『논어』 ‘위령공(衛靈公)’ 편에는 “군자는 긍지를 갖되 싸우지 않고, 군중과 함께하되 무리를 짓지 않는다(君子矜而不爭, 群而不黨)”는 공자의 말을 기록하고 있다. 주희(朱熹)는 이 구절을 “자긍심을 가진 군자는 남에게 굴복하지 않되 싸우려 들지 않고, 여러 군중과 함께 어울리되 편협된 무리를 지어 개인의 영리를 구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했다. 무리를 지어 사익을 취하지 말라는 충고는 『논어』에 ..

한 週 漢字 202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