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漢字, 세상을 말하다] 功名垂竹帛<공명수죽백>

죽(竹)은 대나무요 백(帛)은 비단이다. 옛날엔 기록을 대나무 쪽이나 비단 폭에 해 두었기 때문에 죽백(竹帛)은 곧 기록이라는 말이 된다. 따라서 공명(功名)을 죽백에 드리운다(垂)는 말은 큰 공을 세워 그 이름을 역사에 남긴다는 뜻이다. 후한서(後漢書) 등우전(鄧禹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등우는 소년 시절 장안으로 가서 공부를 했는데 그때 역시 장안에서 공부하던 유수(劉秀)를 만나게 됐다. 유수는 훗날 후한(後漢)의 광무제(光武帝)가 된 인물이다. 등우는 유수의 비범함에 끌렸고 둘은 다정하게 지내다 몇 년 뒤 각자 자기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당시 세상은 난세로 새로 신(新)이란 나라를 세운 왕망(王莽)의 폭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들고일어났다. 이때 한나라 왕실의 후예로 반란군 대장에 오른 유현(劉玄)이..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格言聯壁<격언연벽>

“추구하는 의지는 멀어도 가지 못할 곳이 없고, 산이 막고 바다를 만나도 가둘 수 없어야 한다(志之所趨 無遠勿屆 窮山距海 不能限也). 지향하는 의지는 뚫지 못할 장벽이 없고, 날 선 무기나 견고한 갑옷도 막을 수 없어야 한다(志之所向 無堅不入 銳兵精甲 不能禦也).” 이달 말 한국에 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말이다. 지난해 6월 당 조직부 간부들에게 신념이 투철한 인재 발탁을 강조한 인용구다. 출전은 청(淸)나라 김영(金纓)이 편찬한 『격언연벽(格言聯壁)』이다. 대구(對句)를 이루는 격언을 모은 책이다. 민초(民草)의 시각을 담아 이채롭다. 요즘 정치인에게 유익한 경구도 적지 않다. “나라를 흥성하게 할 큰 지혜는 그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는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大智興邦 不過集衆思). 나..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宰相<재상>

재상(宰相)’은 최고 책임자의 뜻에 따라 국정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중국에서는 시대에 따라 승상(丞相)·공경(公卿) 등으로 불렸고, 조선시대에는 영의정(領議政)이 그 역할을 맡았다. 요즘에는 나라에 따라 ‘총리(總理)’ ‘수상(首相)’ 등으로 불리고, 영어로는 장관 중의 으뜸이란 뜻으로 ‘Prime minister’라고 한다. ‘宰’는 상(商·BC 1600년께~BC 1046)나라 시기 ‘집안 일(家務)을 처리하고, 노예를 다스리는 책임자’를 일컫는 말이었다. 상나라를 이은 주(周·BC 1046∼BC 771)나라에 이르러 귀족의 집안 일이나 작은 도시를 다스리는 사람으로 뜻이 확대됐다. ‘相’은 ‘보좌(輔佐)’의 뜻이다. 이 두 글자가 합쳐진 ‘宰相’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기서(記書)는 『한비자(韓非子..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物議<물의>

사령운(謝靈運)은 중국 남북조(南北朝)시대의 산수시인(山水詩人)이다. 당시 제대로 문학적 표현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산수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의 주제로 삼아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런 그의 증손자로 사기경(謝幾卿)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매우 영민해 신동(神童)으로 불렸고, 물에 빠진 아버지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남조(南朝)시대는 왕조의 부침이 심하고 사회 혼란 또한 극에 달한 때였다. 그런 탓인지 양(梁)나라 관리로 있던 그는 일찍부터 정치에 뜻을 잃고 술 마시는 일이 많았다. 또 성격이 대범해 조정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았다. 하루는 잔칫집에 갔다 오다 술이 별로 취하지 않았음에도 마침 술집이 보이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판을 크게 벌였다. 그 마시고 떠드는 풍경이..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閱兵<열병>

나라의 큰 일은 제사와 전쟁이다(國之大事 在祀在戎).” 『좌전(左傳)』의 명구다. 사(祀)는 국가의 공적인 제사를, 융(戎)은 군사행동 혹은 전쟁을 말한다. 한자 열(閱)은 문 안을 검사해 사물의 수량을 점검한다는 뜻이다. 문(門)과 태(兌)로 이뤄진 형성자(形聲字)다. 태(兌)는 고대에 기쁠 열(悅)과 통했다. 이후 ‘살펴서 보다’라는 뜻이 됐다. 검열(檢閱)·열람(閱覽)으로 쓰인다. 열병(閱兵)은 병사와 무기를 모아 점검하는 훈련이다. 요즘의 군사 퍼레이드다. 중국에서 최초의 열병은 하(夏)나라 초에 있었다. 북방 화하족(華夏族)의 우두머리 우(禹)왕이 투산(涂山·도산)에 모든 부락의 수령을 모아 회맹(會盟)했다. 병사들의 무기를 깃털로 장식하고 사열(査閱)했다고 전한다. 춘추(春秋)시대에는 열병이 ..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德必有隣<덕필유린>

끝없이 평행선을 달릴 것만 같던 시진핑(習近平)의 중국과 아베 신조(安倍晉三)의 일본이 합류점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일 우호교류대회’가 양국 관계 개선의 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을 찾은 3000 명의 일본 대표단을 환영하는 자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해서 의미심장한 환영사를 던졌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공자(孔子)의 가르침으로 말문을 열었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 오니 반갑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적어도 한·중·일 세 나라 사람들에겐 꽤나 친숙한 환영의 문구(文句)다. 이어 중·일 간 오랜 교류의 역사를 회고한 시진핑은 “이웃은 선택할 수 있지만 이웃 나라는 고를 수 없다(隣居可以選擇 隣國不能選擇)”고 한 뒤 역..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蝼蟻之穴<루의지혈>

중국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를 완성한 한비자(韓非子·BC280~BC233년)가 지금 메르스 혼란상을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내 분명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로부터 이뤄지고,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天下之難事必作于易,天下之大事必作于细)’고 했거늘…”하고 혀를 찼을 일이다. 초동 단계에 철저히 대처하고, 미연에 방지했어야 한다는 충고다. 그는 우리에게 이 우화를 들려줬을 듯 싶다. “명의 편작(扁鵲)이 채(蔡)나라 환공(桓公)을 만났다. 얼굴을 보니 환공에 병기가 있었다. 편작이 말하길 ‘공께서는 피부에 질병이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장차 심해질까 두렵습니다’. 그러나 환공은 ‘나는 병이 없소이다’고 잘라 말했다. 10여일이 지난 후 편작이 다시 환공을 만났다..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懲毖<징비>

지는 달은 희미하게 먼 마을로 넘어가는데(落月微微下遠村)/갈까마귀 다 날아가고 가을 강만 푸르네(寒鴉飛盡秋江碧)/누각에 머무는 객 잠 이루지 못하는데(樓中宿客不成眠)/온 밤 서릿바람에 낙엽 소리만 들리네(一夜霜風聞落木)/두 해 동안 전란 속에 떠다니느라(二年飄泊干戈際)/온갖 계책 오래하여 머리만 희었네(萬計悠悠頭雪白)/서러운 두어 줄기 눈물 끝없이 흘리며(衰淚無端數行下)/아스라한 난간 기대고 북극만 바라보네(起向危欄瞻北極)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1542~1607)이 임진란 다음해인 1593년 지은 ‘청풍의 한벽루에 묵으면서(宿淸風寒碧樓)’란 시다. 서애는 “내가 그것을 징계해 훗날의 어려움을 경계한다(予其懲而毖後患)”는 『시경(詩經)』 ‘소비(小毖)’ 구절을 인용해 『징비록(懲毖錄)』을 남겼다. 이..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治大國, 烹小鲜<치대국, 팽소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주요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치국(治國) 방안을 얘기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생선을 요리하듯(烹小鮮)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이었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말이다. 도덕경 제60장은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治大國, 如烹小鲜). 도(道)로써 천하에 임한다면 사람들에게 해(害)를 끼치지 않을 것이요, 백성들에게 덕(德)의 은혜를 넓게 베풀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후대 많은 사상가와 정치가들이 이 구절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인용하게 된다. 대표적인 인물이 법가(法家)를 완성한 한비자(韓非子)였다. 한비자는 그의 저서 『한비자』의 ‘해노(解老)’편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기술자가 하는 업을 자꾸 바꾸면 그 성과를 잃..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秋扇<추선>

오월로 접어들기 무섭게 봄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추고 여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이제 소매는 걷고 셔츠의 맨 위 단추 하나 정도는 풀어야 숨통이 트이는 듯하다. 시원한 바람이 그리워지며 자연히 부채를 찾게 된다. 그러나 상처받기 싫어 만날 때 미리 떠날 것을 염두에 두는 게 몸에 배이기라도 한 탓일까. 책상 서랍에 고이 넣어 두었던 부채를 꺼내들면서 추선(秋扇)을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전한(前漢) 시대에 성제(成帝)의 사랑을 듬뿍 받던 후궁 반첩여(班婕妤)가 있었다. 어질고 우아하며 시문(詩文)에도 능했다. 그러나 날씬하고 아름다운 자태(輕身細腰)에 노래와 춤에도 뛰어난 조비연(趙飛燕) 자매가 궁에 들어오면서부터는 황제의 총애가 식었다. 게다가 조씨 자매의 모함을 받아 옥에 갇혀 죽을 뻔했다가 천신만고..

한 週 漢字 202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