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漢字, 세상을 말하다] 羊

을미(乙未)년 양(羊)띠 해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예로부터 양(羊)은 가축 중에서도 길(吉)한 동물로 통했다. 순했고, 따뜻한 옷을 만들 수 있게 해 줬고, 영양 보충을 위한 고기(肉)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기에 ‘羊’을 부수로 한 한자는 대부분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한자가 ‘美(미)’다. 한자 자전 '설문(說文)'은 “美, 甘也(감야)”라 했다. 아름답다는 뜻의 ‘美’가 원래는 ‘달콤하다(甘)’는 의미에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羊’은 음식(膳)이기도 하다. 달콤한 고기인 ‘羊’에 ‘大(대)’를 붙였으니 좋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義(의)’는 ‘羊’과 ‘我(아)’가 합쳐진 글자다. 고대의 글자 ‘我’는 무기였다. 전쟁터의 기치(旗幟)이기도 했다. ‘羊’은 희..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與羊謨肉<여양모육>

며칠 후면 음력으로 을미년(乙未年) 양의 해다. 한자 양(羊)과 관련된 성어(成語)를 살펴보니 희생양(犧牲羊)이란 말이 주는 이미지처럼 성어 속의 한자 양은 그 쓰임새가 억울하게 이용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 양의 머리를 내걸고 실제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른 속임수를 꼬집는 말이다. 양질호피(羊質虎皮)도 비슷한 어감을 준다. 양의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친다는 뜻으로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빈약한 경우다. 한(漢)나라 때 양웅(揚雄)이 지은 『법언(法言)』에 나온다. ‘양은 그 몸에 호랑이 가죽을 씌어 놓아도 풀을 보면 좋아라 뜯어 먹고 승냥이를 만나면 두려워 떨며 자신이 호랑이 가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羊質而虎皮 見草而說 見豺而戰 忘其皮之虎矣)..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反側<반측>

“아리따운 아가씨들 자나깨나 그리네. 그래도 구할 수 없어 자나깨나 그 생각. 생각하고 생각하다 잠 못 이뤄 뒤척이네(窈窕淑女 寤寐求之 求之不得 寤寐思服 悠哉悠哉 輾轉反側).” 중국 『시경(詩經)』 중 물수리의 울음을 노래한 시 ‘관저(關雎)’의 일부다. 공자(孔子)가 “즐겁지만 음란하지는 않고(樂而不淫) 슬프지만 상처 입히지 않네(哀而不傷)”라고 상찬(賞讚)한 노래다. 끝 구절의 전전(輾轉)은 이리저리 뒤척이며 몸을 굴리는 것이며 반측(反側)은 엎치락뒤치락함이다. 반측(反側)에는 모반(謀叛)의 뜻도 있다. 『후한서(後漢書)』 ‘광무제 본기’에 “왕랑(王郎)을 주살한 뒤 그와 내통한 휘하 관리가 적힌 문서 수천 장을 발견했으나 광무제는 읽어보지도 않고 불태우며 ‘반측자(反側子)들이 스스로 안심하게 만들고..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稅<세>

‘稅(세)’는 곡식 벼를 의미하는 ‘禾(화)’와 바꾼다는 뜻의 ‘兌(태)’가 합쳐진 말이다. 토지에 따른 세금, 즉 ‘전부(田賦)’라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한자 사전 『설문(說文)』은 ‘稅, 租也’라고 했다. 두 글자를 묶어 ‘조세(租稅)’라고 쓴다. ‘稅’라는 글자가 처음 문헌에 나온 것은 공자(孔子)가 엮은 것으로 알려진 사서(史書)인 『춘추(春秋)』에서다. 『춘추』는 “노선공(魯宣公) 15년(BC 594년) 열국 중 처음으로 초세묘(初稅畝)를 시행했다”라고 쓰고 있다. 토지세 명목으로 곡물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나 지금이나 세리(稅吏)나 세금은 원성의 대상이었다. 『논어(論語)』의 일화는 이를 말해 준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산둥(山東)성 태산을 지날 때였다. 한 여인이 3개 무덤 앞에서 ..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無恒産 無恒心 (무항산 무항심)

13월의 보너스’가 ‘13월의 울화통’이 돼버렸다. 연말정산 이야기다. 말로는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월급쟁이 주머니를 터는 ‘증세(增稅)’ 꼼수에 다름 아니다. 입으로는 ‘경제가 중요하다’ 외치면서도 실제론 경제를 위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를 게 이번 정부다. 아비는 퇴직의 출구로 밀려나고 있는데 자식은 취직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 주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장밋빛 통일 담론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려는 건. 그보다는 맹자(孟子)의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가르침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 게 나을 것 같다. 맹자는 작은 나라 등(騰)의 문공(文公)으로부터 정치의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백성이 세상을 사는 방법은 경제력을 갖춘 사람은 바른 마..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滑稽<골계>

글재주가 뛰어났던 사마천(司馬遷)은 말 재주꾼 역시 좋아했다. 『사기(史記)』에 천하의 언변가를 모아 ‘골계열전(滑稽列傳)’을 지었다. 초(楚) 장왕(莊王)이 지나치게 말(馬)을 아끼자 풍자(諷刺)로 악습을 고친 우맹(優孟), 주색에 빠진 제(齊) 위왕(威王)의 버릇을 바로잡은 순우곤(淳于髡) 등이 나온다. 사마천은 진(秦)의 꾀주머니(智囊·지낭)로 불린 저리자(樗里子)를 “말이 유창하고 지혜가 많았다(滑稽多智·골계다지)”고 표현했다. ‘공자세가(孔子世家)’에서는 “유가는 말재주가 좋아 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夫儒者滑稽而不可軌法)”고 했다. 그의 ‘골계’ 사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래 골계는 술 마시는 도구(酒器)의 이름이었다. 이 물건은 신기하게도 온종일 술을 따라도 술이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陰謀<음모>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의 대가였던 한비자(韓非子·BC 280~BC 233)는 음모(陰謀)의 속성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한 사상가이기도 했다. 『한비자』에는 음모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내저설하(內儲說下) 편에 나오는 얘기는 이렇다. 초나라 회왕(楚懷王·?~BC 296)에게 정수(鄭袖)라는 애첩이 있었다. 어느 날 이웃 위나라가 더 아름다운 여인을 회왕에게 보냈다. 왕의 사랑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정수는 질투심에 꾀를 생각해 낸다. 그는 새 여인에게 ‘왕은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을 좋아한다’며 거짓으로 가르쳐줬다. 그 말을 들은 여인은 왕을 마주할 때마다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희왕이 그 이유를 정수에게 물었다. 정수가 답하길 “대왕의 입냄새가 싫기 때문이랍니다.” 그 말에 화가 ..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狗猛酒酸<구맹주산>

개가 사나우면 왜 술이 시어지는 걸까.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를 음미해보자. 옛날 중국 송(宋)나라에 술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술을 팔 때마다 술의 양을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게 아주 양심적으로 공평하게 나눠 팔았다. 또 손님을 대할 때는 그 태도가 매우 은근하면서도 공손해 사람들의 마음을 샀다. 술을 만드는 재주 또한 뛰어나 알맞게 담가진 술의 향기는 대단히 감미로웠다. 술집 바깥에는 술을 판다는 깃발을 높이 달아 바람에 힘차게 펄럭였다. 사실 술을 잘 팔 수 있는 각종 조건을 다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데 도대체 사람들이 술을 사러 오지 않았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자 술은 그만 시어지고 말았다. 술 파는 이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가눌 길 없어 같..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三羊開泰<삼양개태>

한자 태(泰)는 사람이 물에 몸을 담그고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다. 태평하다는 의미가 크다는 뜻에 앞선다. 태평은 개인의 안녕(安寧)과 영달(榮達), 국가의 평화와 번영을 모두 포함한다. 태평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주역(周易)』의 태괘(泰卦)가 그 방법을 알려준다. “태평은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면 이뤄진다(泰小往大來吉亨)/ 말 여물과 억센 풀을 뽑아 엮어 두면 비상시에 길하다(拔茅茹以其彙征吉)/ 작은 나룻배로 거친 물살을 건너도 친구를 멀리하거나 잊지 않는다면 나아가는 중에 존경을 받는다(包荒用馮河 不遐遺朋亡 得尙于中行)/ 비탈 없는 평지는 없고 돌아오지 않는 떠남은 없다. 고난이 오래더라도 허물이 없다면 걱정하지 말라. 그런 믿음이 있으면 먹고사는 삶에 복이 있다(無平不陂 無往不復 艱..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富而不驕<부이불교>

성인 공자(孔子)가 ‘땅콩 회항’ 사건을 접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 그리 ‘부자라 해서 거들먹거리지 말라(富而不驕)’고 했거늘, 어찌 1500년이 지나도록 변한 게 하나도 없느냐”고 혀를 찼을 일이다. “우리가 진정 걱정할 것은 가난 그 차제보다는 백성들의 삶이 불안해지는 것(不患貧而患不安)”이라고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렸을 듯도 싶다. 공자는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서 제자 자공(子貢)과 대화를 나누며 ‘가난한 자의 길, 부자의 도’를 이렇게 말한다. “가난해도 부자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아부하지 않고(貧而無諂), 부자라고 해서 거들먹거리지 않는(富而不驕) 사람이라면, 그의 삶의 태도는 어떻습니까.”(자공) “그래, 그 정도면 괜찮겠다. 그러나 최고 경지는 못된다. 가난해도 즐거워하고..

한 週 漢字 202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