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漢字, 세상을 말하다] 房中大象<방중대상>

‘장님 코끼리 만지기’란 우화가 있다. 고대 인도의 한 임금이 대신(大臣)에게 코끼리 한 마리를 장님들에게 보이도록 명령했다. 제각기 코끼리를 손으로 만져본 장님들이 서로 코끼리를 설명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아는 부분만이 맞다며 고집하는 맹인모상(盲人摸象)의 고사다. 출전은 불교의 ‘대반열반경(大盤涅槃經)’이다. 임금은 여래(如來)요, 신하는 열반경이며, 코끼리는 불성(佛性), 장님은 모든 무명중생(無明衆生·어리석은 대중)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중국 송(宋)나라의 선사(禪師) 홍진(洪進)은 “여러 맹인이 코끼리를 만지고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홀연 눈이 밝은 이를 만나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衆盲摸象 各說異端 忽遇明眼人又作麽生)”라는 화두(話頭)를 던졌다. 인도에서 건너온 불교가 선..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有度<유도>

당파를 근거로 관리를 임용하면 재능있는 자를 잃게 되고, 나라는 어지러워진다. 자기 패거리에 속한 사람만을 등용한다면, 관리들은 나라 이익은 돌보지 않고 사사로운 교류에만 신경쓴다. 패거리의 우두머리는 교류가 넓고 따르는 자가 많아 조정 안팎으로 여러 단체를 조직한다. 비록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죄를 은폐해 줄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통치자에 대한 충성도는 낮아진다. 그런 까닭에 충직한 관리는 죄가 없는데도 위태로워지거나 불이익을 당한다. 간사하고 사악한 관리나 정치인들은 공이 없어도 편안함을 누리게 되니, 어진 관리들은 몸을 낮추고 은둔한다. 공이 없는데도 편안함을 누리고, 간사한 자들이 등용된다면 이것이 곧 나라가 망하는 근원이다. 관리들은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세도가에 줄을 대려고 번..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心平氣和<심평기화>

지난달 초부터 중앙일보에 연재되는 우리 현대사의 산증인 김종필 회고록이 세간의 화제다. 그 동안 잘못 알려져 있었거나 또는 새로 밝혀지는 내용이 하나 둘이 아니라 독자의 관심이 지대하다. 매번 이 글을 볼 때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연재 제목인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笑而不答)’에 눈길이 가곤 한다. 소이부답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그저 웃고 답하지 않다’는 말이다. 증언록은 말을 해야 하는 것인데 그 뒤를 따르는 말이 그저 웃고 말하지 않는다는 소이부답이라니 지독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여기서의 ‘소이부답’이란 지나간 시절을 회고하는 김종필의 마음이 그러하다는 뜻일 게다. 소이부답은 당(唐)대의 시선(詩仙) 이백(李白)이 지은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에 나온다. ‘무슨 까닭으로 푸른 산..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人間四月天<인간사월천>

“나는 당신이 4월의 맑은 하늘이라 말했죠(我說你是人間的四月天)/웃음소리 사방의 봄바람을 불러오고, 영롱하게(笑響點亮了四面風, 輕靈)/봄의 햇살 속에서 춤추며 변신한다(在春的光艶中交舞着變). 당신은 4월 하늘의 안개(你是四月早天裏的雲烟)/황혼은 부드러운 바람을 쓸어가고, 별님은(黃昏吹着風的軟, 星子在)/무심하게 반짝인다, 보슬비 방울방울 꽃잎을 적신다(無意中閃, 細雨點灑在花前). 쾌활하고 우아하게 당신은, 눈부시다(那輕, 那娉婷 你是, 鮮姸)/꽃다발 화관(花冠)을 머리에 쓴, 당신은(百花的冠冕你戴着, 你是)/천진하고 장엄하게 밤마다 달님이 된다(天眞, 莊嚴, 你是夜夜的月圓). 눈녹은 후 펼쳐진 연노랑처럼, 신선하게(雪化後那片鵝黃 你像, 新鮮)/갓 싹튼 풀잎의 푸르름으로 당신은 부드러운 희열(初放芽的綠 你..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物之不齐<물지불제>

중국인들은 현실 문제를 처리할 때 종종 고전에서 지혜를 구한다. 약 4000년 역사를 가진 한자(漢字)는 그 매개다. 정치인들의 연설에서 고전 명구(名句)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 달 29일 보아오(博鰲)포럼에서 한 연설을 보자. 그는 역사 인식을 강조하면서 ‘감왕지래(監往知來)’라는 성어를 인용했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로 ‘과거를 살펴야 미래를 알 수 있다’라는 뜻이다. 일본에 해주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아시아의 화합을 얘기할 때는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썼다. 병서 『손자(孫子)』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무릇 오(吳)나라와 월(越)나라가 서로 미워하고 있지만,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同舟共濟)사이이다. 폭풍을 만나면 오른손과 왼손이 돕듯,..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餘桃之罪<여도지죄>

중국 전국(戰國)시대의 인물 한비자(韓非子)가 쓴 유세(遊說) 지침서 ‘세난(說難)’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위(衛)나라 영공(靈公)의 곁에 미자하(彌子瑕)라는 신하가 있었다. 그는 영공의 총애를 받았는데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고 젊고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미자하를 찾아와 그의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알려주었다. 미자하는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달려 가고자 영공의 수레를 허락도 없이 타고 나갔다. 당시 위나라 국법은 왕의 수레를 훔쳐 타는 자에게 발꿈치를 자르는 형벌을 가했다. 그러나 나중에 이 소식을 들은 왕은 벌을 내리기는커녕 미자하를 칭찬했다. “효자로다. 어머니를 위해 죄 짓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다니”. 하루는 또 미자하가 영공을 따라 과수원에 갔다. 미자하는 복숭아 하나를 따서는..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允執厥中<윤집궐중>

1931년 7월 1일 중국 창춘(長春)에 가까운 완바오산(萬寶山·만보산) 지역의 싼싱푸(三姓堡·삼성보)에서 농수로 건설을 둘러싸고 한인 농민과 중국 농민이 충돌했다. 출동한 일본 경찰이 중국 농민에게 발포했지만 사상자는 없었다. 일본의 사주를 받은 창춘의 한국 특파원이 완바오산에서 동포 200여 명이 중국 관민 800여 명에게 살상당했다는 속보를 타전한다. 2일 밤과 3일 새벽 “싼싱푸 동포 수난 갈수록 심해져/ 이백여 명 또 피습/ 중국 농민이 대거 폭행”을 제목으로 한 호외가 발행됐다. 자극적인 과장보도였다. 흥분한 한국인은 서울·평양·인천 등에서 중국인 배척 폭동을 일으켰다. 중국인 142명이 살해되고 546명이 부상하고 91명이 행방불명됐다. “호떡집에 불났다”는 말이 이때 나왔다. 언론이 중심을..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한(漢)나라 원제(元帝·BC74~BC33)는 색(色)을 밝힌 인물이었다. 장안(長安)의 미인이라는 미인은 모두 궁(宮)으로 불러들여 궁녀로 삼았다. 그렇게 들인 여인이 3000여 명. 원제는 궁녀를 바꿔 가며 밤을 보냈다. 고르는 것에 지친 그는 화공 모연수(毛延壽)에게 궁녀들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했다. 그림을 보고 여인을 간택하기 위해서다. 왕소군(王昭君)이라는 이름의 궁녀도 있었다. 절세 미인이 따로 없었다. 후대인들이 그를 서시(西施), 양귀비(楊貴妃), 초선(貂蟬)등과 함께 중국 고대의 4대 미인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왕소군은 이미 고령이 된 원제에 별 뜻이 없었다. 다른 궁녀들은 모연수에게 돈을 줘가며 잘 그려달라고 매달렸지만, 왕소군은 그러지 않았다. 당연히 그림 속의 얼굴은 실물보다 이쁘지 ..

한 週 漢字 2020.08.15

[한자세상, 세상을 말하다] 춘면불각효

春眠不覺曉 (춘면불각효)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지난 주 한바탕 비바람이 일더니 잠시 꽃샘추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엊그제가 초목의 싹이 돋아나고 동면하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는 경칩(驚蟄)이었듯이 봄의 따사한 기운은 베란다와 거실, 안방 등 집안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문득 송(宋)나라 때 사람 대익(戴益)의 탐춘시(探春詩)가 떠오른다. ‘온종일 봄을 찾아 다녔지만 봄을 보지 못하고(盡日尋春不見春) 아득한 좁은 길로 언덕 위 구름 있는 곳까지 두루 헤맨 끝에(芒蹊踏遍?頭雲) 돌아와 마침 매화나무 밑을 지나노라니(歸來適過梅花下) 봄은 가지 머리에 벌써 와 있은 지 오래였구나(春在枝頭已十分).’ 어느 새 우리 곁 가까이에 다가 서 있는 봄의 모습이 정겹게 그려져 있다. 소동파(蘇東坡)는 이런 봄날 밤의 한..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仲介<중개>

사람(人)이 가운데(中) 있으면 둘째 아들을 뜻하는 버금 중(仲)이 된다. 공자(孔子)의 자(字) 중니(仲尼)는 부친 숙량흘(叔梁紇)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붙은 이름이다.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달아나게 했다(死諸葛走生仲達)”는 고사의 주인공 위(魏)나라 사마의(司馬懿) 역시 둘째였기에 이름이 중달(仲達)이 됐다. 일년은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절로 나뉘고, 각 계절은 다시 맹(孟)?중(仲)?계(季)로 나눈다. 음력 정월이 맹춘(孟春)이고 2월이 중춘(仲春), 섣달은 계동(季冬)인 식이다. 중(仲)에는 ‘흥정?소개?조정을 위해 제3자 자격으로 당사자들 사이에 끼어들다’라는 의미도 있다. 중개(仲介)를 뜻한다. 중개는 무역과 금융에서 대리행위를 의미하는 상업용어 ‘intermediation’이 일본에서..

한 週 漢字 202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