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115)/ '황급(遑急)'
그 사람은 連絡(연락)을 받고 遑急히 집을 나갔습니다. 등등. 우리는 자주 ‘遑急’이라는 말을 씁니다. ‘遑急히’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몹시 급하며 한 가지 일에만 沒頭(몰두)하여 마음의 餘裕(여유)가 없이’라고 나옵니다.
遑急은 漢字語(한자어)이므로 遑과 急은 그 속뜻이 다릅니다. 우리는 그 말을 함께 붙여 使用(사용)하기 때문에 그 差異(차이)를 잘 모르고 그냥 씁니다. 이번호에서는 그 다른 意味(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遑은 皇(임금 황)과 辶(쉬엄쉬엄 갈 착)을 합친 글자로, ‘급하다, 허둥거리다, 두려워하다, 어찌’ 등의 뜻으로 쓰이며 ‘황’으로 읽습니다. 이 의미는 임금께서 부르니 어찌 급하게 가지 않겠으며, 두려워서 허둥대지 않겠냐는 뜻입니다.
이처럼 漢字(한자)는 우리의 實生活(실생활)과 密接(밀접)하게 붙어서 쓰이는 글자입니다. 실생활과 동떨어진 글자는 단 한 글자도 없으며, 생활과 椄木(접목)시켜 說明(설명)하지 않는 解釋(해석)은 죽은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漢字(한자)를 만든 것도 우리가 생활하면서 쓰기 위해 만든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急은 及(미칠 급)과 心(마음 심)을 합친 글자로, ‘급하다, 재촉하다, 빠르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급’으로 읽습니다. 及은 亻(사람 인)과 又(오른 손 우)를 합친 글자입니다. 이 意味(의미)는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기 위해 마음이 급하다는 말입니다. 나에게 重要(중요)한 사람이 떠나니 빨리 가서 급하게 잡고 심은 마음이 어찌 생기지 않겠습니까? 이처럼 급한 마음을 表現(표현)한 글자가 ‘急’입니다.
結論的(결론적)으로 遑과 急은 둘 다 ‘급하다’의 뜻이기는 하나, 그 差異(차이)는 遑은 내 몸이 임금을 향해 가는 급한 行動(행동)을 말하는 것이고, 急은 떠나는 사람을 붙잡아야 한다는 급한 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遑은 급하게 가는 實行(실행)을 말하며, 急은 급해진 마음을 말하는 것에 差異(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漢字는 한 글자로 모든 狀況(상황)을 說明(설명)해야 하므로 같은 뜻이라고 해도 글자를 달리 만들어 쓸 수밖에 없으므로 같은 뜻이 있는 글자를 많이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급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글자는 遑과 急 외에도 慓(급할 표), 絿(급할 구) 등 여러 개의 글자가 또 있습니다. 모두 급한 狀況(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글자들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117) '용납(容納)' (0) | 2020.12.20 |
---|---|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116) <조작(造作)> (0) | 2020.12.20 |
김대일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114) '허공(虛空)' (0) | 2020.12.20 |
김대일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113) '계속(繼續)' (0) | 2020.12.20 |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112) ‘의지(意志)’ (0) | 2020.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