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16>흑(黑)과 당(黨)

[동아일보] 흑(黑)과 당(黨) 한국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도에 달한지 오래다. 黨에 대한 불신도 커 선거 때만 되면 새로운 黨이 탄생하고 黨의 이름이 바뀌기도 한다. 黨은 黑이 의미부이고 尙이 소리부인데, 이를 ‘설문해자’에서는 신선하지 못하다, 즉 썩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의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무리 짓고 편 가르는 행위는 예나 지금이나 경계해야 할 행위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그 경계를 실천하여 黨을 축제의 장인 ‘파티(party)’로 만들어낼 날이 그립다. 금문(왼쪽 그림)에 의하면 黑은 이마에 文身(문신)한 사람을 그려 놓았다. 따라서 黑은 죄인에게 가해지는 형벌의 하나인 墨刑(묵형)으로부터 검다는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로부터 다시 ‘어둡다’, ..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15>유(儒)와 문인(文人)

[동아일보] 유(儒)와 문인(文人) 동양 사회에서 지식인을 뜻하는 儒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떨어지는 물과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사람을 그려 목욕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제사를 지내기 전 沐浴齋戒(목욕재계)하는 모습이다. 이후 이러한 제사가 주로 祈雨祭(기우제)였기 때문인지 금문(오른쪽 그림)에 들어 물이 雨로 바뀌었고, 이후 사람의 모습이 而(말 이을 이)로 잘못 변해 需가 되었다. 需는 초기 단계에서 여러 가지 뜻을 함께 가졌다. 먼저, 목욕재계하고 제사나 禮式(예식)을 집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제사장을 의미했다. 또 그들은 제사를 통해 신에게 어떤 요구를 했을 것이며, 거기에는 신에게 바치는 물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구하다’, ‘기다리다’, ‘필요한 물품’ 등의 뜻도 생겼다. 이러한 여러 의미..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14>친분(親分)과 임용(任用)

[동아일보] 한국사회에서 親分이 과연 무엇이기에 교수 임용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가 나왔을까. 오늘은 親分의 원래 의미를 짚어보기로 하자. 親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의미부인 見과 소리부인 辛으로 구성되었다. 見은 눈을 크게 벌리고 무언가를 주시하는 모습을 그렸으며, 辛은 墨刑(묵형) 등을 새길 때 쓰던 칼을 말한다. 사람이란 보면(見) 볼수록 情(정)이 드는 법. 그래서 親에서의 見은 눈을 크게 벌리고 다른 이를 보살피는 행위임을 보다 강조하여 상징한다. 보살펴주는 대상은 주로 가족이나 씨족 등이었으리라. 이들은 같이 마을 단위의 공동생활을 통해 보다 親密(친밀)해져 갔을 것이다. 그래서 見이 親의 의미부로 들었다. 이후 소리부였던 辛이 立(설 립)처럼 잘못 변화되고 木(나무 목)이 들어가 지..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13>귀함(貴)과 유산(遺産)

[동아일보] 북한의 고구려 고분들이 세계의 文化(문화) 遺産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한다. 遺는 貴와 착으로 구성되었다. 貴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두 손과 광주리와 흙(土·토)을 그려 흙 속에서 뭔가를 파거나 건져내는 모습을 그렸다. 광주리는 종종 생략되기도 했으며, 이후 흙(土) 대신 조개(貝·패)가 들어가 지금처럼 변했다. 복잡한 자형의 변화만큼 貴에는 여러 가지 뜻이 함께 들어 있었다. 갑골의 자형에 의하면, ‘흙 속에서 어떤 것을 파내다’가 貴의 기본적인 뜻으로 추정된다. 파내는 행위는 개펄이나 모래 속의 조개(貝)처럼 귀한 물건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貴하다’, ‘가격이 높다’는 뜻이 생겼다. 그리고 여기서 확장되어, 파내어 다른 곳으로 옮기다나 ‘파낸 곳이 무너지다’는 의미도 함께 생겼다. 또..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12>봄과 입춘(立春)

[동아일보] 立春이 되었다. 입춘은 冬至(동지) 이후 대지의 음기가 양기로 돌아서면서 모든 사물이 왕성히 생동하기 시작하는 봄의 시작이자 24節氣(절기)의 처음이다. 옛날 같으면 대문마다 立春大吉(입춘대길·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建陽多慶(건양다경·따스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으리라)과 같은 立春帖(입춘첩)을 커다랗게 써 붙여 놓을 것이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다. 立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이 팔을 벌린 채(大·대) 땅(一)위에 서 있는 모습을 그렸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면 竝이 된다. 立에 占(점칠 점)이 더해진 站은 오래 서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元(원)나라에 들어 ‘베이징짠(北京站·북경역)’과 같이 站이 역(驛)을 뜻하게 되었는데, 이는 몽골어의 잠(jam)을 音譯(음..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11>피(血)과 맹서(盟誓)

[동아일보] 우리는 미국, 터키 등을 血盟이라고 한다. 血盟은 피로 맺어진 同盟(동맹)을 뜻한다. 따라서 同盟보다는 血盟이 훨씬 강력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한·미간의 ‘血盟’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글들의 행간을 살펴보면 그 곳에는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이 한국을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 하는 암시가 강력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同盟이나 血盟은 원래 같은 개념이었으며, 血盟에서의 血은 인간의 피라기보다는 동물의 피를 말한다는 점에서 혈맹의 성립조건은 인간의 피와 죽음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約束(약속)과 名分(명분)일 것이다. 血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그릇 속에 작은 원이 그려진 모습인데, 작은 원은 피를 뜻한다. 이후 원이 삐침 획으로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피(血)를 그리면서 그..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10>성장(成長)과 복지(福祉)

[동아일보] 대학생들에게 市場經濟(시장경제) 교육을 실시한 결과 교육 전에는 成長보다는 福祉를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았으나 교육 후에는 福祉보다는 成長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훨씬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 받고 있다. 成은 갑골문(왼쪽 그림)에 의하면, 도끼로 어떤 물체를 쪼개는 모습을 그렸다. 이는 ‘화살을 부러트려 誓約(서약)을 하고’, ‘피를 나누어 마셔 盟約(맹약)을 삼던’ 것처럼, 옛날 盟誓 하던 일종의 儀式(의식)으로 보인다. 따라서 盟約이 원래 뜻이고, 이후 ‘完成(완성)’에서처럼 이루다는 뜻이 생겼다. 그러다 秦(진)나라의 小篆體(소전체)에서 소리부인 丁이 더해져 지금처럼 변했다. 成에 言(말씀 언)이 더해진 誠은 말(言)이 이루어지려면(成) 지극 精誠(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9>배(舟)와 시장(市場)

[동아일보] 대형 할인점 등의 새로운 流通構造(유통구조)가 市場의 판도를 바꾼 탓에 이제 옛 시장은 ‘在來(재래)’라는 수식어가 붙은 채로 불린다. 하지만 市場 자체가 시간에 따라 변화를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선, 市자의 뿌리를 찾아 가장 오래된 모습인 갑골문(왼쪽 그림)으로 가보자. 이 글자는 그간 무척 많은 변화를 겪은 글자라 한가지 학설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갑골문에서 市는 발(止·지)과 돛(帆·범)이나 바닥이 평평한 배(舟)로 보이는 형상을 그려 놓았다. 止는 오가는 행위를 뜻하고, 돛은 배를 상징한다. 옛사람들에게 동네와 동네를 이어주는 통로 구실을 했던 배는 가장 초기 형태의 교역인 물물교환의 장소를 뜻한다. 그러던 것이 주나라 때의 금문(오른쪽 그림)에 오면, 止와 八(여덟 팔)과 ..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8>근하신년(謹賀新年)

[동아일보] 謹賀新年은 설에 자주 듣는 인사말이다. 謹은 言이 의미부이고 菫(진흙 근)이 소리부로, 사람의 말(言)은 언제나 愼重(신중)하고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菫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처럼 두 팔을 묶고 목에 칼을 씌운 사람을 불에 태워 祈雨祭(기우제)를 지내는 모습을 그렸다. 菫은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여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가졌기에 의미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다. 賀는 의미부인 貝(조개 패)와 소리부이자 의미부인 加(더할 가)가 합쳐진 구조다. 貝는 원래 조개를 그렸고, 조개는 옛날 화폐로 쓰였기에 財物(재물)을 뜻한다. 따라서 貝가 들어간 글자는 모두 財産(재산)과 관련된 의미를 가진다. 加(가)는 力(힘 력)과 口(입 구)를 합친 글자로, 힘이 들어간 말은 ‘誇張(과장)’이기 마련..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7>과세(過歲)와 과년(過年)

[동아일보] 중국에서 최고의 명절은 음력설이다. 올해도 무려 연인원 19억 명이 설을 쇠기 위해 이동할 것이라 한다. 관공서는 물론 대부분의 상가도 정월 대보름까지 문을 닫고 대학의 방학도 이때쯤 시작된다. 중국에서는 ‘설 쇠다’를 過年이라 표현하지만 우리는 過歲라고 한다. 그렇다면 年과 歲는 다른 뜻일까. 이 둘이 만나 年歲라는 말도 생겼지만, 年이 시간적인 경과를 주로 나타낸다면 歲는 나이를 세는 단위로 많이 쓰인다. 年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人·인)이 볏단(禾·화)을 지고 가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처럼 변했다. 곡식의 수확이 원래 뜻이며, 수확에서 수확까지의 주기로부터 한 해라는 뜻이 생겼다. 歲도 마찬가지다.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처럼 날이 둥근 낫칼(j·월)과 두 발(步·보)로 구성되어 ..

漢字 이야기 202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