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47>노(勞)와 동(動)

[동아일보] 5월 1일은 세계인들이 함께 하는 勞動節(노동절)이다. 우리는 ‘勤勞者(근로자)의 날’이라 이름 하였지만, 勞와 勤은 사실 같은 뜻이다. 勞를 ‘설문해자’에서는 力(힘 력)이 의미부이고 熒의 생략된 모습이 소리부라 하였지만, 금문(왼쪽 그림)은 두 개의 火(불 화)와 衣(옷 의)로 구성되었다. 火는 등불을 뜻하고 衣는 사람을 의미하여, 불을 밝혀 밤 새워 일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금문에서는 간혹 衣 대신 心(마음 심)이 더해지기도 했지만, 소전체로 들면서 지금처럼 力으로 고정되었다. 힘든 일로 고생스런 마음을 뜻하는 心 보다 육체적 힘을 뜻하는 力이 의미부가 된 것은, 원래는 정신적 육체적 노동의 구분이 없던 것에서 육체적 노동이 勞動을 대표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설문해자’에서 ‘힘(力..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45>짐(斟)과 작(酌)

[동아일보] 斟酌이라 하면 우리말에서는 ‘어림잡아 헤아림’을 말하고 현대 중국어에서는 ‘再考(재고)’의 의미이지만, 원래는 ‘술을 나누다’는 뜻이었다. 斟은 의미부인 斗와 소리부 겸 의미부인 甚으로 구성되었는데, 斗는 손잡이 달린 국자 모양의 容器(용기)를 그렸다. 그래서 斟은 원래 ‘술(甚)을 국자(斗)로 나누어 담음’을 의미했다. 甚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甘(달 감)과 匕(숟가락 비)로 구성되었는데, 소전체에 들면서 약간 변하여 지금처럼 甘과 匹(짝 필)의 결합이 되었다. ‘설문해자’에서는 甚을 두고 입(口·구)에 가로획(一)이 더해져 입(口) 속에 맛난 것(一)이 들어 있음을 형상화한 甘과 짝을 뜻하는 匹이 합해져 ‘큰 즐거움’을 말한다고 했다. 후세 문자학자들은 匹은 짝이 되는 여성을 뜻하여 짝..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44>정보(情報)와 과학(科學)

[동아일보] 현대에 들어 情報와 科學은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이루면서 情報科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다. 하지만 情報와 科學의 어원은 전혀 다르다. 科는 禾와 斗로 이루어졌는데, 禾는 익어 고개를 숙인 곡식의 모습을 그렸고, 斗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곡식이나 술을 나눌 때 쓰던 손잡이 달린 국자를 그렸다. 斗는 이후 말과 같은 容器(용기)는 물론 北斗七星(북두칠성)처럼 국자 모양의 것을 통칭하기도 했다. 그래서 科는 ‘곡식의 무게나 양을 재다’가 원래 뜻이다. 곡식의 計量(계량)을 위해서는 분류가 이루어지게 마련이고, 분류된 곡식은 각기 질에 따라 等級(등급)이 매겨진다. 그래서 科에는 等級이라는 뜻과 함께 文科(문과)나 理科(이과)와 같은 部門(부문)이라는 뜻과 科目(과목)이라는 의미도 생겼..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43>장(障)과 애(碍)

[동아일보] 障은 소전체에서부터 보이는데, 의미부인 阜와 소리부인 章이 결합된 글자로 앞을 가로막은 障碍物(장애물)을 말한다. 阜는 원래 황토 지대의 반지하식 움집을 오르내리는 계단을 그렸으며, 그들의 집이 홍수를 피해 언덕 같은 높은 곳에 주로 위치했기에 이후 ‘언덕’이나 ‘높은 곳’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章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죄인에게 墨刑(묵형)을 가하던 칼을 그린 辛(매울 신)에 문신의 형상이 더해진 글자로, ‘새기다’는 의미를 형상화 했다. 그래서 章은 새겨진 ‘무늬’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글을 아로 새긴 것이 文章(문장)이라는 뜻에서 글을 뜻하게 되었다. 산이 없는 中原(중원)의 대평원에서 언덕(阜)은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障碍物이며, 중국인들은 이를 기초로 城(성)이나 堤防(제방..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42>혁명(革命)과 개혁(改革)

[동아일보] 革命에서 改革을 거쳐, 요즈음은 革新(혁신)이 보다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革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갓옷을 만들기 위해 짐승의 가죽을 벗겨 말리는 모습이기에, 털이 그대로 남아 있는 皮와는 달리 털을 제거한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革에는 革職(혁직·파직함)에서처럼 제거하다는 뜻이 생겼다. 또 革은 동물의 가죽을 인간을 위한 갓옷으로 변화시키는 행위로서, 인간에게 보다 이로운 형태의 변화가 일어남을 의미한다. 그래서 ‘바꾸다’의 뜻도 생겼다. 命은 令에 口(입 구)가 더해진 구조이다. 令은 갑골문에서 모자를 쓴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모자는 권위의 상징이다. 그래서 令은 권력을 가진 우두머리를 뜻하고, 우두머리는 命令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부리다’와 ‘命令’이라는 뜻이 생..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41>승(勝)과 패(敗)

[동아일보] 總選(총선)을 거쳐 각 黨(당)의 勝敗도, 후보자들의 勝敗도 결정됐다. 민주주의 사회란 選擧의 勝敗를 깨끗하게 인정하는 진정한 勝負(승부)정신에 기반을 둔다. 勝은 소전체에서부터 보이는데, 의미부인 力과 소리부인 朕으로 구성되었다. 力은 갑골문에서부터 쟁기의 모습을 그려, 쟁기질에 필요한 힘을 상징했다. 力이 의미부로 기능하는 勝은 오늘날과는 달리 고대사회에서는 힘(力) 센 사람이 힘 약한 사람을 제압했던 것, 즉 육체의 힘이 勝負(승부)에서 중요했음을 의미한다. 朕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배를 그린 舟(배 주)와 두 손으로 무엇인가를 든 모습을 그렸다. 손에 든 것을 두고 불, 도끼, 祭器(제기)라는 다양한 주장이 있다. 하지만 갑골문 때부터 朕은 이미 商(상)나라 왕 스스로를 지칭하거나..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40>선거(選擧)

[동아일보] 내일은 제15대 국회의원 選擧日(선거일)로 한국의 시민사회가 더욱 성숙하게 될 중요한 날이다. 選은 소전체에서부터 보이며 巽과 착(쉬엄쉬엄 갈 착)으로 구성되었다. 巽은 갑골문에서 꿇어앉은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렸는데,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탁자를 그린 B(대 기)가 더해져 희생물로 바칠 사람을 뽑는 모습을 구체화했다. ‘설문해자’에서는 巽과 같은 글자로 A(괘 이름 손)을 제시했는데, 巳 대신 頁(머리 혈)이 들어간 구조다. 頁이 화장을 짙게 한 사람의 얼굴을 크게 그려놓은 것임을 고려할 때, 제사에 쓸 사람이라는 의미를 더욱 강조한 셈이다. 巽을 ‘설문해자’에서는 祭需(제수)를 갖추다는 뜻으로 해석했지만, 제사에 쓸 모든 재료는 가장 훌륭하고 흠 없는 것으로 選別(선별)해야 하기 때문에 ..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39>지(知)와 치(痴)

[동아일보] 최근 한국에서는 ‘짱’ 신드롬이 일고 있다. ‘얼짱’, ‘몸짱’, ‘말짱’ 등을 넘어서 ‘강짱’까지 등장했다. 아마도 ‘짱’의 반대말은 音癡(음치), ‘길치’ 등에서와 같은 ‘癡’가 아닐까 싶다. 癡는 (녁)이 의미부이고 疑가 소리부이지만, 疑는 의미부도 겸하고 있다. (녁)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침상에 病(병)에 걸린 사람이 땀을 흘리며 누워 있는 모습으로부터 病 들었음을 표현했다. 그래서 癡는 의심스러운(疑) 병(녁), 즉 병명을 확실히 몰라 治癒(치유)가 어려운 병을 말했다. 그 뒤 癡의 疑가 知로 대체되어 痴로 변했는데, 우리는 痴를 속자로 보지만 지금의 중국에서는 痴를 주로 사용한다. 痴 역시 (녁,역)이 의미부이고 知가 소리부이지만, 知는 의미부도 겸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 ..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38>보(保)와 건(健)

[동아일보] 保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人·인)이 손을 뒤로 하여 아이(子·자)를 등에 업고 있는 모습을 대단히 생동적으로 그렸다.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아이를 등에 업는데, 이러한 전통이 갑골문시대 때부터 이미 존재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글자다. 保는 이로부터 ‘保護(보호)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는데, 이 추상적 개념을 고대 중국인들은 어미가 자식을 업어 키우며 보살피는 장면으로 그려냈다. 자식에 대한 어미의 保護 본능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그들의 뛰어난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자다. 保에 衣(옷 의)가 더해진 褓는 아이를 업기 위한 ‘포대기‘를 말하고, 土(흙 토)가 더해진 堡는 ’작은 城(성)‘을 말한다. 황허 강 유역을 살던 고대 중국인들은 성을 만들 때에도 돌이 아닌 진흙을 다져 만..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37>식목(植木)과 한식(寒食)

[동아일보] 5일은 植木日과 寒食이 겹친 날이었다. 寒食은 춘추시대 晉(진)나라의 충신 介子推(개자추)가 불에 타 죽은 것을 애도하기 위해 불을 피워 요리를 하지 않고 식은 음식을 먹은 데에서 유래했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寒食 전후해서 나무를 심었지만 요즘은 지구 온난화로 植木日을 寒食 앞으로 당겨야 할 것 같다. 植은 木과 直으로 이뤄졌는데, 直은 소리부와 의미부를 겸하고 있다. 나무(木)를 심을 때에는 곧바르게(直)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直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눈(目)과 세로선(곤)으로 이뤄졌는데, 여기서의 세로선은 눈으로 전방의 물체를 본다는 의미를 갖는다. 금문 단계에서는 보는 대상을 더욱 구체화하고자 세로선에 점이 더해졌고 다시 가로획으로 변했다. 게다가 사방으로 난 길을 그린 行(갈 ..

漢字 이야기 202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