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36>예(豫)와 비(備)

[동아일보] 豫備란 미리 준비한다는 뜻이다. 豫는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의미부인 象(코끼리 상)과 소리부인 予가 결합해, 큰 코끼리를 뜻했다. 코끼리는 의심이 많은 동물이어서 행동 전에 반드시 먼저 생각을 해 본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豫想(예상)하다는 뜻이 생겼다. 코끼리는 또 몸집이 큰 동물이지만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는다. 그래서 관대하고 여유롭다는 뜻도 나왔다. 逸豫(일예·편안함)가 그런 뜻이다. 지금의 허난성을 줄여서 豫라 부르고, 그곳의 상징 동물도 코끼리이다. 허난성의 省都(성도)인 鄭州(정주)를 가보면 곳곳에 코끼리로 만든 상징물이 있다. 그것은 상나라가 그곳에 근거를 두었고, 당시만 해도 코끼리가 군집을 이루어 살았기 때문이다. 予는 베틀의 북 끝이 서로 교차되어 있는 모습을 그..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35>숙(菽)과 맥(麥)

[동아일보] 菽麥이라는 말이 있다. 콩과 보리도 구분하지 못하는 우둔하기 그지없는 자를 말한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도공(悼公)의 형이 그처럼 무능했던 데서 나온 말이다. 菽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叔으로 써, 손으로 콩을 따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 왼쪽의 윗부분은 콩 넝쿨을, 세 점은 콩을 형상화 했다. 오른쪽의 손(又·우)은 간혹 갈퀴로 대체되어 의미를 더욱 강하게 그려내기도 했다. 叔은 이후 叔父(숙부)에서처럼 ‘아재비’라는 뜻으로 가차되어 쓰이게 되는데, 그러자 콩을 나타낼 때에는 艸(풀 초)를 더해 菽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大豆(대두)처럼 콩이라고 할 때 豆를 자주 쓴다. 豆는 원래 아가리가 크고 굽이 높은 祭器(제기)를 말했으나 콩을 豆에 많이 담았던 때문인지 이후 ‘콩’이라는 뜻으로 ..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34>탄(彈)과 핵(劾)

[동아일보] 대통령의 彈劾이 가져다 준 충격은 아직도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彈은 의미부인 弓과 소리부 겸 의미부인 單으로 구성되었다. 弓은 활을 그렸지만, 單의 갑골문 자형(왼쪽 그림)이 무엇을 형상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單으로 구성된 獸나 戰(전쟁 전)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獸는 갑골문에서 單과 犬(개 견)으로 구성되었는데, 犬은 사냥개를 의미하고, 單은 남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유용한 수렵 도구인 ‘볼라스(bolas)’와 같은 것을 그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볼라스는 줄의 양끝에 쇠 구슬을 매달고 이를 던져 짐승의 뿔이나 발을 걸어 포획하는데 사용하던 도구를 말한다. 다만 單에는 쇠 구슬 대신 돌 구슬이 사용됐을 뿐이다. 單은 당시 이러한 사냥 도구는 물론 그러한 사냥 조..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33>치(治)와 난(亂)

[동아일보] 治는 秦(진)나라의 소전(왼쪽 그림)에 처음 보이는데, 水가 의미부이고 台가 소리부로 治水(치수·물길을 다스림)가 원래 뜻이다. ‘治水’에서 모든 ‘다스림’을 지칭하게 된 것은, 고대 중국인들이 살았던 황하 때문이었다. 황하는 물속에 포함된 엄청난 양의 황토와 1km 당 20cm도 되지 않는 너무나 완만한 경사 때문에 범람도 잦고 물길도 수시로 바뀐다. 황하의 홍수는 과거 3000년 동안 1500회 이상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황하의 治水는 治國(치국)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고, 禹(우)임금은 황하의 治水로 성인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우임금이 그랬던 것처럼, 물길 다스리기의 비결은 바로 順理(순리)에 있다. 順理란 물 흐르는 대로 물길을 내어 주는 것이다. 물의 흐름을 억지..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32>질(桎)과 곡(梏)

[동아일보] 한국인들처럼 桎梏의 역사를 살아온 민족이 또 있을까.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우리의 정치는 또다시 桎梏과 矛盾(모순)의 極點(극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桎梏이란 발에 차는 차꼬와 손에 차는 수갑이라는 뜻으로, 자유를 가질 수 없도록 구속하여 답답하기 그지없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桎은 의미부인 木과 소리부인 至로 이루어져, 발에 차는 나무(木) 형틀을 말한다. 至가 소리부로 쓰여 ‘질’로 읽히는 것은 姪(조카 질)이나 窒(막힐 질)에서 볼 수 있고, 독음이 조금 변했지만 室(집 실)도 마찬가지이다. 至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화살이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그려, ‘도착하다, 이르다’의 뜻을 나타냈다. 이후 ‘極點에 도달하다’는 뜻으로 확장되어 至極하다는 말이 생겼다. 至가 至極하다는 의미..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31>기(氣)와 상(象)

[동아일보] 내일(23일)은 氣象의 날이다. 氣象은 구름 바람 비 기온 등과 같은 ‘기운(氣)의 모습(象)’을 말한다. 氣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기로 써, 세 가닥의 구름 띠가 하늘에 퍼져 있는 모습을 그렸다. 갑골문의 자형이 三과 닮아 금문에서는 아래위 획을 조금씩 구부려 三과 구분했다. 기는 이후 소리부인 米가 더해져 氣가 되었다. 이 때문에 혹자는 기가 밥 지을 때 피어오르는 蒸氣(증기)를 그렸으며, 이후 의미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米가 더해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갑골문이 만들어졌던 中原(중원) 지역의 대평원에서는 해가 뜨고 질 때 얇은 층을 이룬 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낮에는 그런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습한 공기 때문에 자주 만들어진다. ..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30>비단(絲)과 실크(silk)

[동아일보] 도자기는 서구인들에게 가장 중국적인 것으로 여겨져 ‘차이나(china)’로 불렸지만, 도자기만큼이나 대표적인 중국 것이 비단이다. ‘실크 로드’가 대변하듯 비단은 예로부터 서방으로 나가는 주요 수출품이자 서방인들이 근세까지도 그 비밀을 풀지 못했던 신비의 섬유이다. 1백여 가지의 공정과정이 말해주듯 비단 제작은 대단히 손이 많이 가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비단은 지금도 가장 사랑받는 섬유이다. 갑골문에 이미 蠶(누에 잠)과 桑(뽕나무 상)은 물론 비단 제작에 관한 다양한 글자들이 등장함으로써 당시에 비단 생산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타래처럼 만들어 놓은 비단실을 그린 것(왼쪽 그림)이 요이다. 조그만 누에고치 하나에서 잣을 수 있는 실의 길이가 1백 미터나 될 정도로 ..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29>공(工)과 상(商)

[동아일보] 오늘(17일)은 상공(商工)의 날이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우리와 달리 ‘꿍상(工商)’을 자주 쓴다. 工이 商의 앞에 놓인 것은 지금의 중국이 노동자 농민에 의해 혁명을 이룬 사회주의 국가여서 그럴까? 工은 구조가 대단히 간단하지만 자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하지만 갑골문(왼쪽 그림)을 보면 흙 담을 다질 때 쓰던 돌로 만든 절굿공이나 달구를 그린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工의 위쪽 가로획은 손잡이를, 아랫부분은 절굿공이를 그렸다. 갑골문을 사용했던 商나라는 지금의 하남성 일대에 위치하여 지역의 대부분이 황토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담이나 성을 쌓을 때에는 진흙을 다져서 만들었고, 집을 지을 때에도 진흙을 구운 벽돌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진흙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28>진(秦)과 중국(中國)

[동아일보] 진(秦)과 중국(中國) ‘중심된 나라’라는 의미의 中國에서 中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꽂아 놓은 깃발의 모습을 그렸다. 옛날 부족 사회 때 부족 집단에서 중대사가 있을 때에는 넓은 공터에 먼저 깃발을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사람들은 사방 각지로부터 몰려들었을 것이고, 그들 사이에서 깃발이 꽂힌 곳이 ‘中央(중앙)’이자 ‘中心(중심)’이었다. 이로부터 ‘가운데’라는 뜻이 생겼고, 中庸(중용)에서와 같이 어떤 한 곳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딱 맞는’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나라를 뜻하는 國은 원래 성곽을 형상화한 국과 낫 창을 그린 戈가 합쳐진 或이었는데, 원래의 ‘나라’라는 뜻 대신에 ‘혹시’라는 뜻으로 가차되자 다시 국을 더하여 지금처럼의 國으로 분화하였다. 中國을 뜻하는..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27>경(慶)과 사슴가죽

[동아일보] 경(慶)과 사슴가죽 慶은 지금의 자형에 의하면, 心과 치와 鹿의 생략된 모습으로 구성되었다. 心은 마음을 뜻하고, 치는 가다는 동작을 의미하며, 鹿은 옛날 축하할 때 가져가던 사슴 가죽을 뜻한다. 자형 그대로 풀자면 사슴가죽(鹿)과 같은 선물과 축하하는 마음(心)을 가지고 잔치 등을 벌이는 집을 방문한다(치)는 의미이다. 하지만 갑골문(왼쪽 그림)이나 금문에서는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치는 아예 없고, 心과 鹿으로 되었거나 文과 鹿으로 이루어져 있다. 文(오른쪽 그림)은 원래 죽은 사람 시신에 낸 칼집으로부터 ‘무늬’라는 뜻이 생겼다. 시신에 낸 칼집은 육체로부터 영혼이 분리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원시인들의 ‘피 흘림’ 행위의 하나였다. 이후 글자가 무늬에서부터 만들어졌기에 글자라는 뜻으로 확..

漢字 이야기 202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