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26>합(合)과 동(同)

[동아일보] 합(合)과 동(同) 合同은 한국어에서는 ‘모여 하나가 되다’는 뜻이지만, 현대 중국어에서 ‘허통(合同)’이라고 하면 契約書(계약서)를 말한다. 함께(合) 동의(同)한다는 뜻이다. 合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윗부분은 뚜껑을, 아랫부분은 입(口)을 그렸다. 그래서 合은 장독과 같은 단지의 입구를 뚜껑으로 덮어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다. 뚜껑은 단지와 꼭 맞아야만 속에 담긴 내용물의 증발이나 변질을 막을 수 있다. 고대사회에서 단지와 그 뚜껑의 크기를 꼭 맞추는 것도 기술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合에 符合(부합)하다, 合하다는 뜻이 생겼다. 몸체와 뚜껑이 합쳐져야 완전한 하나가 되기에 ‘모두’, ‘함께’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한편 찬합과 같이 뚜껑으로 덮을 수 있는 그릇을 나타낼 때에는 皿(..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25>독(獨)과 속(屬)

[동아일보] 독(獨)과 속(屬) 3월에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獨立(독립)을 위해 싸웠던 민중의 모습이 떠오른다. 獨이라는 말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매우 많다. 獨立 運動(운동)도 그러하고 獨也靑靑(독야청청), ‘獨自的(독자적)으로’, ‘獨特(독특)하다’ 등이 그렇다. 하지만 獨자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홀로’라는 의미 이외의, 부정적인 의미나 긍정적인 의미는 없었던 듯하다. 獨은 犬이 의미부이고 蜀이 소리부이다. 개는 무리지어 살기보다 혼자 살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홀로’라는 뜻이 생겼다고 한다. 아마도 옛날에는 부족이나 씨족 등의 공동체 생활이 훨씬 더 중요했기에 獨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분화되면서 獨에는 보다 자주적이고, 뜻을 굽히지 않으며, 남에게 쉽게 屈從(굴종..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24>경칩(驚蟄)

[동아일보] 경칩(驚蟄)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나오고, 겨울 석 달 땅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벌레도 꿈틀거린다는 驚蟄이다. 驚蟄은 글자 그대로 땅 속에 들어가 칩거하던(蟄) 벌레들이 놀라(驚) 깨어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驚은 의미부인 馬와 소리부인 敬이 합쳐져, 말(馬)이 놀라는 것을 말했으나 이후 ‘놀라다’는 일반적인 의미로 확장되었다. 馬는 갑골문에서부터 기다란 머리통과 날리는 듯한 갈기, 축 처진 꼬리 등이 선명하게 그려져 말의 특징을 잘 묘사했으며, 지금의 자형에서도 그 흔적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敬은 갑골문에서 苟(진실로 구)로 썼으나 금문에 들면서 손에 몽둥이를 든 모습인 복(칠 복)을 더하여 苟로부터 분화되었다. 苟는 머리에 羊이 그려진 꿇어앉은 사람을 그렸다. 羊은 양을 토템으로 삼던..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23>세(稅)와 부(賦)

[동아일보] 세(稅)와 부(賦) 3일은 납세자(納稅者)의 날, 稅金(세금)에 대해 생각해 보자. 稅金은 백성의 재산권이 인정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제도이다. 중국에서도 稅金은 노예제에서 봉건제로 이행하는 시기인 春秋(춘추)시대 때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稅金을 뜻하는 한자로는 稅와 賦가 대표적이다. 稅는 禾가 의미부이고 兌가 소리부로, 옛날 전답을 경작하는 대가로 내던 농지세를 말했다. 수확한 곡식의 일정 비율을 납부했기에 禾가 의미부로 들어갔다. 稅는 이후 농지세 뿐 아니라 모든 稅金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兌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입을 크게 벌린 사람(兄·형)과 두 점으로 구성되었는데, 두 점은 위로 나온 숨을 상징한다. 따라서 兌는 사람이 입을 벌리고 웃는 모습을 그렸으며, ‘기쁘다’가 원래 뜻..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22>공천(公薦)과 낙천(落薦)

[동아일보] 공천(公薦)과 낙천(落薦) 총선을 앞두고 각 黨(당)에서는 公薦 작업이 한창이다. 公薦이란 그야말로 공변되게 薦擧(천거)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公薦에는 사사롭지 않고 정당하게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민족과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를 국민 앞에 推薦(추천)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公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처럼 八과 사로 구성되었다. 八은 分(나눌 분)에서 보았듯 양쪽으로 나뉘거나 서로 배치됨을 뜻한다. 사는 원래는 동그라미 모양을 하여 자신을 중심으로 한 테두리 만들기를 형상화 했으며, 私의 원래글자이다. 따라서 公은 ‘설문해자’나 ‘한비자’의 해석처럼 사사로움(사·私)에 배치되는(八) 개념이다. 그래서 公에는 公的(공적)이라는 뜻과 公共(공공)이라는 뜻이 생겼고, 다시 公開的(공개..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21>심(心)과 의지(意志)

[동아일보] 심(心)과 의지(意志) 한 단계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때면 언제나 뜻을 세운다. 뜻을 세우는 데는 마음을 다잡는 것이 제일 첫 걸음이다. 마음을 뜻하는 心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중간부분은 心室(심실)을, 바깥부분은 心房(심방)을 그렸다. 心臟(심장)이 원래 뜻이며, 이로부터 ‘마음’이라는 의미가 생겼다. 고대 중국인들은 ‘생각’이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思·想·念 등과 같은 생각과 관련된 글자들은 대부분 心을 의미부로 삼고 있다. 意는 秦(진)나라의 小篆(소전)에 들어 처음 등장하는데, 글자 그대로 ‘마음(心)의 소리(音)’라는 뜻이다. 마음속에 생각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바깥으로 드러나게 되는 법, 그것이 바로 뜻(意)이다. 그래서 意에 口(입 구)..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20>졸업(卒業)과 입학(入學)

[동아일보] 졸업(卒業)과 입학(入學) 각급 학교의 卒業이 한창이다. 이 卒業이 끝나면 이어 入學의 계절이 시작 된다. 卒은 갑골문에서 웃옷을 그린 衣에다 ×나 별같은 표시가 더해졌다. ‘설문해자’에 의하면, “노역에 종사하는 노예들을 卒이라 하였는데, 옛날에는 옷에 색깔을 넣어 이들이 兵卒(병졸)임을 나타냈다”고 했다. 그렇다면 卒의 원래 뜻은 兵卒, 士卒(사졸)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卒은 군대 편제의 단위가 되어, 1백 명을 1卒이라 부르기도 했다. 兵卒들이 전쟁에서 가장 죽기 쉬웠던 존재였던지 卒에 ‘죽다’는 뜻이 생겼고, 그로부터 ‘끝내’, ‘마침내’라는 의미도 추가되었다. 業은 ‘설문해자’에 의하면, 옛날 악기를 걸던 橫木(횡목·가로질러 놓은 나무)에 달아 놓은 장식용 널빤지를 말..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19>자(自)와 코(鼻)

[동아일보] 자(自)와 코(鼻) 自는 원래 코를 그린 글자다. 서양인들은 코를 그릴 때 보통 측면 모습을 그리지만 동양인들은 코가 납작해서 그런지 갑골문(왼쪽 그림)처럼 콧대와 콧방물이 갖추어진 정면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自는 이후 코라는 원래 뜻을 잃어버리고 ‘自身(자신)’을 뜻하게 되었다. 혹자는 중국인들이 自己(자기)를 가리킬 때 코에다 손가락을 갖다 대기 때문에 自가 1인칭 대명사로 쓰였다고도 한다. 중국인들에게 이러한 습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것이 보편적인지 옛날부터 그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自가 대명사로 쓰이자 원래 뜻인 ‘코’는 소리부인 비(줄 비)를 더하여 만들어진 鼻로 표현했다. ‘코’라는 自의 원래 뜻은 臭와 息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臭는 후각이 발달한 개(犬)의 ..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18>법(法)과 예(禮)

[동아일보] 법(法)과 예(禮) 서구의 시민사회가 그 토대를 法에 두고 있는데 반해 동양의 禮는 오늘의 법치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德目(덕목)이다. 字源(자원)으로 보자면, 法은 보다 평등하고 수평적인 개념에 가깝고 禮는 수직적인 개념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法과 禮가 서로 보완적 개념으로서, 法의 경직성을 禮로써 보충할 때 사회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法은 水와 去로 구성되었으며, 그 뿌리를 추적해 가면 금문(왼쪽 그림)에서처럼 여기에 치가 더해져 있다. 치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를 형상화한 것으로 不正(부정)한 존재를 판별하여 자신의 뿔로 받아 죽여 버린다는 正義(정의)의 상징이다. 따라서 물(水)이 흘러가는(去) 것처럼 公平(공평)하고 해태처럼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 法의 정신이다. 물처럼 언제..

漢字 이야기 2021.09.04

[한자 뿌리읽기]<17>꿈(夢)과 수면(睡眠)

[동아일보] 꿈(夢)과 수면(睡眠) 충분한 睡眠(수면), 특히 꿈을 꾸지 않는 熟眠(숙면)은 건강한 삶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기억력을 높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꿈을 꾸는 상태를 렘(rem)수면이라 하고 꿈을 꾸지 않는 상태를 徐波(서파) 수면이라고 하는데, 렘 수면상태에서는 꿈을 꾸기 때문에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꿈을 뜻하는 夢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침상(장·장) 위에서 누워 자는 사람의 모습을 그렸는데, 눈과 눈썹이 생동적으로 표현되었다. 금문에 들면서 면(집 면)과 夕(저녁 석)이 더해진 !으로 변함으로써 밤(夕)에 집(면) 안의 침대(장) 위에서 잠자는 모습을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漢(한)나라 이후 !은 도태되고 지금처럼의 夢이 주로 쓰이게 되었다...

漢字 이야기 202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