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한자로 읽는 고전]<11>부지교지(富之敎之)

富: 부유할 부 之: 어조사 지 敎: 가르칠 교 之: 어조사 지 위정자는 백성들을 먼저 잘살게 하고 나서 가르치라는 말이다. 선부후교(先富後敎)라는 말로도 알려져 있다. ‘논어’ 자로 편에 보면 공자가 위(衛)나라에 갈 때 제자 염유(염有)가 모셨다. 인구도 많아 감탄하는 공자에게 염유가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냐고 여쭙자, “그들을 잘살게 해주어 한다(富之)”고 했다. 잘살게 되면 또 무엇을 하느냐고 다시 여쭈니 “그들을 가르쳐야 한다(敎之)”고 했다. 사실 공자는 “가난하면서 원망하지 않는 것은 어렵지만, 부자이면서 교만하지 않은 것은 쉽다(貧而無怨難 富而無驕易·논어 헌문 편)”고 하면서 ‘貧’과 ‘富’를 대비시켰다. 그러면서도 “가난하면서도 즐거움으로 삼고, 부유하면서도 예의를 좋아하는 것(貧而樂 富..

[한자로 읽는 고전]<12>삼촌지설(三寸之舌)

三: 석 삼 寸: 마디 촌 之: 어조사 지 舌: 혀 설 구변(口辯)이나 변설(辯舌)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삼촌설(三寸舌)이라고도 한다. 기원전 257년 서쪽 강국 진(秦)나라가 조(趙)나라 수도 한단(邯鄲)을 포위하자, 조나라 왕은 평원군(平原君)을 남방의 초나라로 보내 구원병을 요청하게 하는 맹약을 체결하려 했다. 평원군은 문무를 겸비한 스무 명의 인재를 뽑으려 했고 19명은 선발했으나 마지막 1명이 문제였다. 그러자 3년 동안 눈에 띄지 않던 식객(食客) 모수(毛遂)란 자가 나타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평원군을 탓하면서 자신은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낭중지추) 수준이 아니고 송곳의 자루 수준이라고 호기롭게 자천(自薦)하는 것이었다. 주머니는 평원군이고 자루는 물론 모수요, 송곳의 끝은 다른 ..

[한자로 읽는 고전]<13>병귀승불귀구(兵貴勝不貴久)

兵: 병사 병 貴: 귀할 귀 勝: 이길 승 不: 아니 불 貴: 귀할 귀 久: 오랠 구 손자병법 작전(作戰) 편에 나오는 말이다. 전쟁에서 승리라는 결과를 향해 신속(迅速)하게 승부를 결정지으라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전쟁은 주로 야전에서 이루어지는 평지 전투가 많아 쌍방 간의 물질적, 정신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그렇기에 손자는 “용병을 오래 끌어서 나라에 이로운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러므로 용병의 해로움을 이루 다 알지 못하는 자는 용병의 이로움도 이루 다 알 수 없다(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 故不盡知用兵之害者, 則不能盡知用兵之利也)”고 단언했다. 그 방법론으로 ‘식량을 적지에서 충당하라(因糧於敵)’고 하기도 하고 ‘군역(軍役)을 두 번 일으키지 않고 식량을 전장으로 세 번 실..

[한자로 읽는 고전]<14>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知: 알 지 彼: 저 피 知: 알 지 己: 자기 기 百: 일백 백 戰: 싸움 전 不: 아니 불 殆: 위태로울 태 아군과 적군의 전반적인 전력(戰力)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결정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손자는 승리로 가는 다섯 가지 길의 첫 번째 요소로 “싸워야 할 때를 아는 것과 싸워서는 안 될 때를 아는 자(知可以戰 與不可以戰者·손자병법 모공 편)”를 거론한다. 정확한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병력의 많고 적음에 따른 용병법, 장수와 병사의 심리 상태, 전쟁 대비성, 장수에 대한 군주의 무한신뢰 등을 거론한다. 철저한 분석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싸워도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손자에게 있어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한 일이고, 죽음과 삶의 문제이며, 존립과 패..

[한자로 읽는 고전]<16>필취어인(必取於人)

必: 반드시 필 取: 취할 취 於: 어조사 어 人: 사람 인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어내라는 말로 사람을 통하라는 말은 적국이나 적진의 깊숙이 간첩(間諜)을 침투시켜 깊이 있는 정보를 캐내라는 것이다. “먼저 안다는 것은 귀신에게 기댈 수도 없으며 일의 표면에 의지할 수도 없으며 추측에 시험해 볼 수도 없으며 반드시 사람에게서 취해서 적의 상황을 알아내는 것이다(先知者, 不可取於鬼神, 不可象於事, 不可驗於度. 必取於人, 知敵之情者也·손자병법 용간·用間 편).” 손자는 이런 사람을 간자(間者)라고 하고는 ‘용병의 요체’라고까지 하면서 오간(五間·다섯 부류의 간첩)으로 분류했다. 오간은 무엇인가? 인간(因間)이란 적국 백성을 이용하여 정보를 얻는 것이다. 내간(內間)이란 적국 관리를 매수하여 정보를 얻는 것이..

[한자로 읽는 고전]<17>출기불의(出其不意)

出: 날 출 其: 그 기 不: 아니 불 意: 뜻 의 상대의 허를 찔러 공격하라는 말로, “그들이 방비하지 않은 곳을 공격하고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하라(攻其無備 出其不意·손자병법 計 편)”는 데서 나온 말이다. 용병(用兵)은 속임수다. 동쪽으로 군대를 향하게 하면서 실제로는 소수정예를 서쪽으로 보내 성벽을 기어오르게 만드는 공격법인 성동격서(聲東擊西)도 상대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것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안심하게 만들고 그 틈을 비집고 공략하는 것이다. 적군의 충실한 부분을 피하고 허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피실격허(避實擊虛) 역시 적의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의 대응전략이다. 그러므로 손자는 말한다. “공격을 잘하는 자는 그 지키는 곳을 적이 알지 못하게 하고, 수비를 잘하는 자는 그 공격하는 곳을 ..

[한자로 읽는 고전]<18>수주대토(守株待兎)

守: 지킬 수 株: 그루터기 주 待: 기다릴 대 兎: 토끼 토 원래 이 말은 노력하지 않고 요행(僥倖)을 바라는 심리를 말하는데, 오늘날에도 좁은 식견이나 경험만을 믿고 변통(變通)할 줄 모르는 사람, 옛것으로 오늘을 바라보려는 태도를 말한다. “송(宋)나라 사람으로 밭을 가는 자가 있었다. 밭 가운데에는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토끼가 달려가다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러자 농부는 쟁기를 놓고 그루터기를 지키며 다시 토끼를 얻기를 기다렸다. 토끼는 다시 얻을 수 없었으며 그 자신은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지금 고대 제왕의 정치를 좇아 현재의 백성을 다스리려는 것은 모두 그루터기를 지키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宋人有耕田者. 田中有株 兎走觸株, 折頸而死. 因釋其(뇌,뢰)而守株, 冀復得..

[한자로 읽는 고전]<19>이목지신(移木之信)

移: 옮길 이 木: 나무 목 之: 어조사 지 信: 믿을 신 말로 신용을 지키는 것을 비유하며, 사목지신(徙木之信)이라고도 한다. 사기(史記) 상군 열전(商君列傳)에 상군이란 인물이 나온다. 이름은 앙(앙)이고 성은 공손(公孫)이다. 위(衛)나라 첩 출신의 왕족으로 젊어서부터 형명학(刑名學)을 좋아했다가 위(魏)나라의 재상 공숙좌(公叔座)를 섬기기도 했다. 진(秦)나라 효공(孝公)에게 모든 것을 걸고 변법을 내걸었다. 강력한 기득권의 반발은 예상한 바였으나, 백성들의 신뢰마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상앙이 생각해 낸 묘책은 단순했다. 어느 날 그는 세 길 정도 되는 나무를 도성 저잣거리의 남쪽 문에 세우고 백성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금(十金)을 주겠다고 했다...

[한자로 읽는 고전]<20>부자인지정성(富者人之情性)

富: 부유할 부 者: 놈 자 人: 사람 인 之: 어조사 지 情: 뜻 정 性: 성품 성 경제적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군상(人間群像)의 자연스러운 발로(發露)로서 교육하지 않아도 누구도 터득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사마천은 돈은 흐르는 물처럼 유통시켜야 된다든지, 시세 변동에 따라서 새처럼 민첩하게 사고판다든지, 돈을 벌 수 있다면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진보적인 경제관을 보여주었다. 중농억상의 전통 관념을 타파하려는 관점은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되는 길에는 농업이 공업만 못하고, 공업이 상업만 못하며, 비단에 수를 놓는 것이 저잣거리에서 장사하는 것만 못하다는 시각에서 나오는 것이며 당시 말단의 생업인 상업이 가난한 사람이 부를 얻는 최고의 길임을 애써 강조했다. 사마천에 의하면 목장 주인과 과부..

[한자로 읽는 고전]<21>고불고 고재고재(觚不觚 觚哉觚哉)

고: 술잔 고 不: 아니 불 觚 : 술잔 고 고: 술잔 고 哉: 어조사 재 觚 : 술잔 고 哉: 어조사 재 논어 옹야(雍也) 편에 나오는 말로 명실불부(名實不符·명분과 실제가 부합하지 않다)의 의미다. ‘고(고)’는 술 마실 때 쓰는 그릇의 일종으로 중간을 허리띠로 묶듯 가늘게 파고 위와 아래에 나팔 모양의 주둥이를 만든 그릇이다. 주희(朱熹) 역시 논어집주(論語集注)에서 ‘고’의 의미를 모서리 릉(’)자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혹자의 설에 따라 주기(酒器)란 의미 이외에 목간(木簡)의 의미도 있다고 보았다. 그러고는 ‘고재(觚哉)’의 의미를 ‘불득위고(不得爲고)’, 즉 ‘고가 되지 못한 것’의 의미로 풀이했다. ‘고’는 원래 방형(方形), 각형(角形)인데 이것의 모양이 변하여 원래의 모양을 유지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