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한자로 읽는 고전]<22>불위여우(不違如愚)

不: 아니 불 違: 어길 위 如: 같은 여 愚: 어리석을 우 논어 위정(爲政) 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안회와 온종일 대화를 하고 내린 총평이다. ‘不違’란 주희의 설대로 의부상배(意不相背), 즉 뜻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 것이란 의미이니, 듣기를 좋아하고 말대꾸를 하거나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 스승인 공자와 논쟁하거나 자기주장을 펼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자는 가르치고 나서 안회가 ‘물러간 뒤 그가 홀로 지내는 것을 살펴보니(退而省其私)’ 자신과 함께 있을 때는 어기지 않는 것이 못마땅했으나 안회는 일거수일투족 하는 것들이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이다. 공자보다 서른 살이나 어린 제자를 그토록 총애한 것은 ‘어기지 않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不違’란 단어는 논어의 다른 편에도 있으니 “안회는 그..

[한자로 읽는 고전]<23>천려일득(千慮一得)

千: 일천 천 慮: 생각할 려 一: 한 일 得: 얻을 득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하다보면 한 번 정도는 취할 만한 생각이 있다는 말로, ‘우자천려, 필유일득(愚者千慮, 必有一得)’의 줄임말이다. ‘천려일실(千慮一失)’과는 반대되는 말이다. 사기 회음후열전에 이런 내용이 있다. 한(漢)나라 대장군 한신(韓信)이 조(趙)나라 군대 20만 명을 배수진(背水陣)을 쳐 물리치고 명장 이좌거(李左車)를 사로잡게 된다. 이좌거의 역량을 아는 한신은 그에게 북쪽 연(燕)나라와 동쪽 제(齊)나라를 이길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의견을 구하기도 했으나 그는 패장불가이언용(敗將不可以言勇·패배한 장수는 용기를 말하지 않는다)이란 말만 하면서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다가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신이 들으니, ‘지혜로운 사..

[한자로 읽는 고전]<24>약팽소선(若烹小鮮)

若: 같을 약 烹: 삶을 팽 小: 작을 소 鮮: 생선 선 노자(老子) 제61장에 나오는 말로, ‘팽(烹)’은 ‘삶을 자(煮)’와 같다. ‘선(鮮)’은 ‘고기 어(魚)’와 같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治大國者若烹小鮮)’는 말에서 나왔다. 여팽소선(如烹小鮮) 혹은 팽선(烹鮮)이라고도 한다. 작은 생선은 살이 부드러우므로 이리저리 뒤집으면 부서져 버리게 되는 것이니, 함부로 내장을 제거하거나 비늘을 제거할 수도 없이 소심익익(小心翼翼)의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불의 세기를 조절하면서 세심하게 살펴보며 익히라는 것이다. 이 말은 한비자 해로(解老)편에 의해 나라를 다스릴 때 자주 법령을 바꾸면(변법·變法) 백성들만 힘들게 할 뿐이라는 것으로 재해석됐다. 말하자면, 법령이 바뀌..

[한자로 읽는 고전]<25>장수선무 다전선고(長袖善舞, 多錢善賈)

長: 길 장 袖: 소매 수 善: 잘할 선 舞: 춤출 무 多: 많을 다 錢: 동전 전 善: 잘할 선 賈: 장사 고 한비자 오두(五두) 편에 나오는 말로 긴 소매가 있어야 춤추기에 적당하고, 본전(本錢)이 많이 있어야 장사하기에 좋다는 말이다. ‘多錢善賈’는 ‘다재선고(多財善賈)’라고도 하는데, ‘고(賈)’자는 점포(店鋪)를 개설해 놓고 매매(賣買)하는 상인(商人)을 가리키는 명사이기도 하고 ‘매매하다’라는 동사의 의미도 있다. 주자어류(朱子語類) 권 35에 의하면 “많이 쌓아두어야 사고파는 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니 겨우 몇 푼밖에 없으면 어떻게 사고팔고 하겠는가”라는 풀이를 덧붙여 두었다. 물론 한비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강성한 나라에서는 모략을 꾸며도 성공하기 쉽지만, 쇠락하고 혼란스러운 나라에서..

[한자로 읽는 고전]<26>문장경국지대업(文章經國之大業)

文: 글월 문 章: 글 장 經: 날 경 國: 나라 국 之: 어조사 지 大: 클 대 業: 업 업 위나라 창업의 초석을 다진 조조(曹操)의 맏아들인 조비(曹丕)가 전론(典論)의 논문(論文) 편에서 한 말로 제왕학의 기본은 인문정신 함양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은 ‘불후지성사(不朽之盛事·썩지 않은 성대한 일)’와 대구를 이룬다. 여기서 말하는 문장이란 문학 역사 철학 등 다방면의 글을 두루 가리킨다. 수성의 제왕으로 꼽히는 조비는 33세에 제위에 올라 한나라 조정의 역법을 계승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한 위나라의 창업자다. 창업주인 조조와 제국의 몰락을 앞당긴 무능한 제왕인 조예(曹叡) 사이에서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제위에 오른 사람이 조비다. 진수(陳壽)의 정사 삼국지(三國志) ‘문제기(文帝紀)’에 따..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27>하필왈리(何必曰利)

何: 어찌 하 必: 반드시 필 曰: 가로 왈 利: 이로울 리 맹자가 양혜왕(梁惠王)을 만나서 한 말로 물질적인 이익을 앞세우고 인의(仁義)를 뒤로 두는 것을 비판한 말이다. ‘맹자’의 양혜왕상(梁惠王上) 편에 의하면 “노인장께서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오셨는데 어떻게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왕께서는 어째서 이익을 말하십니까? 역시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전국시대 중기의 상황은 제후들이 오직 정벌전쟁으로 천하를 경영하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명리(名利)만을 추구하고 오직 ‘이익(利)’만을 도모하는 풍조가 만연하였다. 그러니 형제간에도 반목과 질시가 판을 치고 아들이 아버지를 버리고 신하 역시 군주를 돌아보지도 않았으며 약육강식과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28>출폐간상시(出肺肝相示)

出:날 출 肺: 허파 폐 肝:간 간 相:서로 상 示: 보일 시 친구 간의 진정한 우정을 나타내는 말로 ‘폐간상시’라고도 하며 간담상조(肝膽相照)와 같은 말이다. 복심상조(腹心相照), 기미상투(氣味相投), 심조신교(心照神交)라는 말과도 비슷한 뜻이다. 한유(韓愈·768∼825)는 당대의 뛰어난 문장가로서 그보다 다섯 살 어린 유종원(柳宗元)과 함께 고문운동(古文運動)을 이끌면서 ‘글로써 도를 실어야 한다(文以載道)’는 기치를 내걸고 복고(復古)와 숭유(崇儒)를 앞세워 척불(斥佛)을 외쳤다. 환관 출신의 그는 유가의 깊은 학문을 익혔고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문장가로 명성이 자자했으며 환관 출신으로 일찌감치 진사에 급제하여 관직에 발을 들여놓은 유종원과 깊은 우정을 맺었다. 유종원은 순종(順宗)이 즉위한 뒤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29>우직지계(迂直之計)

迂: 멀 우 直: 곧을 직 之: 어조사 지 計: 꾀 계 먼 길로 돌아가면서도 곧바로 가는 것과 같은 우회하는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의미다. ‘迂’는 구불구불하여 돌아가는 길이고 ‘直’은 곧은길이니, 목적을 위해서 수단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우직' 혹은 '이우위직(以迂爲直)'이라고도 한다. “군쟁 중에서 어려운 점은 먼 길을 곧은길로 삼고, 근심거리를 오히려 이로움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그 길을 구불구불 가는 것처럼 하여 적을 이익으로 유인하면 나중에 출발한 군대가 먼저 도착하는 것이니 이는 우직지계를 안다고 하는 것이다.(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손자병법 군쟁(軍爭)편 손자의 말처럼 장수란 군대를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30>재소자처(在所自處)

在: 있을 재 所: 바 소 自: 스스로 자 處: 곧 처 사람은 자신이 처해 있는 곳에 달려 있다는 환경결정론적 시각으로 진(秦)나라 재상 이사(李斯)가 한 말이다. 초(楚)나라에서 겨우 군(郡)의 하급 관리로서 세월만 축내고 있었던 그는 어느 날 쥐 두 마리를 보고 삶의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 변소에 있으면서 불결한 것만 먹는 쥐는 사람이나 개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 도망쳤으나, 곡식 창고 안에 있는 쥐는 쌓아 놓은 깨끗한 곡식을 먹으며 사람이나 개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이사는 한탄했다. “사람이 어질다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이런 쥐와 같아서 자신이 처해 있는 곳에 달렸을 뿐이다.(人之賢不肖譬如鼠矣, 在所自處耳)”-사기 이사열전 이사의 탄식처럼 자신이 처한 환경의 차이에..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32>오화지변(五火之變)

五:다섯 오 火:불 화 之: 어조사 지 變: 변할 변 화공(火攻)을 시행할 때 바람, 방향, 정황 등 다섯 가지 유형을 말한다. “무릇 군대란 반드시 다섯 가지 화공의 변화를 알고 이를 헤아려서 고수한다. 따라서 불로써 공격을 지원하면 ‘그 효과는’ 분명하고 물로써 공격을 지원하면 ‘그 효과는’ 강력하다. 수공(水攻)은 ‘적을’ 끊어버릴 수 있지만 ‘적의 모든 것을’ 빼앗을 수는 없다.(凡軍必知有五火之變, 以數守之. 故以火佐攻者明, 以水佐攻者强. 水可以絶, 不可以奪·손자병법 화공편) 그렇다면 손자가 말하는 화공의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첫째는 첩자를 파견하여 적군의 내부가 호응하게 하고, 둘째는 첩자를 통해 불을 질렀는데 적이 동요하지 않으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셋째는 적진의 내부에 불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