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3>의즉전의(疑則傳疑)

疑: 의심할 의 則: 곧 즉 傳: 전할 전 疑: 의심할 의 과거의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신봉보다는 스스로 검토해 보아 그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남겨두어 후세의 정확한 판단을 기다리게 한다는 사마천의 역사서술 원칙 가운데 하나다. 사마천은 ‘삼대세표(三代世表)’의 서문의 끝에서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전설상의 황제로부터 공화정에 이르는 삼대(三代)를 표로 기록하면서 은나라 이전의 제후에 관한 일은 자료를 구하여 보첩(譜諜)으로 만들 수 없고 주(周)나라 이전의 역사만 겨우 기록할 뿐이라고 하면서 노나라의 역사는 공자가 편찬한 춘추(春秋)라는 책에 의거해 시간과 일월을 바로잡았는데 비교적 상세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다시 말한다. “순서에 따라 엮은 상서(尙書)는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4>지어지락(知魚之樂)

知: 알 지 魚: 물고기 어 之: 어조사 지 樂: 즐거울 락 ‘자비어언지어지락(子非魚焉知魚之樂)’의 준말로 ‘호량지변(濠梁之辨)’이라는 말로도 알려져 있는 이 말은 사물에 대한 인식과 시각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장자 내편과 외편을 통틀어 백미로 손꼽히는 ‘추수(秋水)’편에 나오는 만물제동설(萬物齊同說)과 관련된 우화에서 나온 것이다. 장자가 당대의 변론가 혜자(惠子)와 함께 호수(濠水)의 다리를 거닐다가 장자가 문득 이렇게 말한다. ‘물고기가 나와 유유히 노닐고 있으니, 이것은 물고기의 즐거움이야’라고 하니, 혜자가 말하기를 ‘그대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라고 했다. 장자가 ‘그대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가’라고 하니..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5>오두(五두)

五: 다섯 오 두: 좀벌레 두 나라를 갉아먹어 황폐하게 만드는 다섯 부류의 사람들을 말하는 것으로 한비자 ‘오두’ 편에 나온다. 즉 인의도덕의 정치를 주장하는 유가(儒家), 세객(說客)과 종횡가(縱橫家), 사사로운 무력으로 나라 질서를 해치는 유협(游俠), 공권력에 의지해 병역이나 조세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권문귀족(權門貴族), 농민들의 이익을 빼앗는 상공인(商工人)이다. 한비는 이러한 다섯 좀벌레를 법의 힘으로 없애야 나라를 강하고 부유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비의 논지는 군주는 그 시대와 상황에 알맞은 방식을 사용해 정치를 해야만 송나라의 농부가 쟁기를 버리고 그루터기를 지키면서 토끼를 얻으려는 것(守株待토·수주대토)과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아래 한비는 자신..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6>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

二: 두 이 桃: 복숭아 도 殺: 죽일 살 三: 석 삼 士: 선비 사 모략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상대방을 꾀어 모두 자멸시키는 것을 말하며, 차도살인(借刀殺人)과 유사한 말이고 이도삼사(二桃三士)라고도 한다. 안자춘추(晏子春秋) ‘간하(諫下)’ 편에 나오는 말이다. 제나라 경공(景公) 곁에는 공손접(公孫接), 전개강(田開疆), 고야자(古冶子) 등 무사 세 명이 늘 따라다니며 호위를 했다. 이들은 무예가 높고 기개가 세상을 뒤덮을 만해서 경공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었다. 이들 역시 성은 달랐으나 의형제처럼 지내며 위세를 과시하면서 관원들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고, 심지어 재상인 안영(晏영)에게도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안영은 이들의 작태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훗날 큰 화근이 되겠다고 판단해 경공에게 이들을 제거..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7>군자난언(君子難言)

君: 임금 군 子: 아들 자 難: 어려울 난 言: 말씀 언 군주를 설득하는 어려움을 말한 것으로 주로 신하가 군주에게 의견을 제시할 때의 어려움을 말한다.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극한 말은 귀에 거슬리고, 마음에 거슬리는 것입니다. 현명하고 성스러운 군주가 아니면 아무도 들어주지 못합니다(君子難言也. 且至言오於耳而倒於心, 非賢聖莫能聽).”(한비자 ‘난언·難言’편) 여기서의 군자는 유세가(유세·遊說·책사가 제후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기의 의견을 말하여 제후를 설복시키는 일)를 말한다. 한비는 군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보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가 하는 문제를 잘 헤아려 보아 유세하라는 것이다. 한비는 이런 사례를 들었다. “오자서(伍子..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8>목불견첩(目不見睫)

目: 눈 목 不: 아니 불 見: 볼 견 睫: 눈썹 첩 자기 자신을 잘 헤아리라는 말이다. 자신의 눈썹을 볼 수 없듯이 자신을 살피는 것보다 남의 사정을 살피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의미다. 한비자 ‘유로(喩老)’편에 나온다. “(사람의) 지혜란 눈과 같아 백보 밖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눈썹은 볼 수 없습니다(智之如目也, 能見百步之外而不能自見其睫).” 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렇다. 한비는 이런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초나라 장왕이 월나라를 정벌하려고 하자 두자(杜子)가 간언했다. “왕께서는 무엇 때문에 월나라를 정벌하려고 하십니까.” 장왕이 답했다. “월나라는 정치가 어지럽고 병력이 약하기 때문이오.” 다시 두자가 말했다. “저는 사람의 지혜가 눈(目)과 같은 것이 걱정됩니다. 장교(莊Q)란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9>어이설패(語以泄敗)

語: 말씀 어 以: 써 이 泄: 샐 설 敗: 패할 패 모든 것을 쥐도 새도 모르게 은밀하게 진행해야 결과가 보장된다는 한비의 말로 ‘사이밀성(事以密成)’, 즉 일이란 은밀해야 성공한다는 말과 함께 쓰인다. 한비자 ‘세난(說難)’ 편에 나온다. 한비는 말을 가려서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처럼 서로 먹고 먹히는 격동의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서 세 치 혀는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다. 춘추시대 진(秦)나라의 대부 요조(繞朝)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처신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다. 진(晉)나라의 대부 사회(士會)가 진(秦)나라로 달아났는데, 진(晉)나라에서는 진(秦)나라가 그를 벼슬아치로 등용할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위수여(魏壽餘)를 파견해 계략을 써서 사회를 데려오려고 했다. 그런데 요..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0>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道: 길 도 可: 가할 가 道: 길 도 非: 아닐 비 常: 항상 상 道: 길 도 말로 형상화된 도는 원래 의미를 상실한 도라는 의미로 노자 도덕경 1장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노자에게 있어서 ‘도(道)’는 완전하고 영원하며, 포괄적인 존재다. 빛도 없고, 소리도 없으며, 모양도 없는 것이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즉 ‘도’는 모든 감각적이고 지각적인 파악을 초월하고 있으면서 삼라만상의 근원에 실재하는 신비적인 속성을 지닌 것이다. 이런 도이기에 인간의 말(언어)은 그 한계(혹은 속성)로 인해 본질을 일그러뜨리는 일이 허다하므로 참다운 인식의 방해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도는 스스로 그냥 있는 존재 일반을 가리키며, 스스로 그냥 있는 것이란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것을 의미하므로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1>장사일거불부반(壯士一去不復返)

壯: 씩씩할 장 士: 선비 사 一: 한 일 去: 갈 거 不: 아닐 불 復: 다시 부 返: 돌아올 반 사기 ‘자객열전’에서 자객 형가(荊軻)가 진시황을 암살하러 떠나며 부른 노래에 나오는 구절이다. “바람 소리 소슬하고, 역수는 차갑구나! 장사는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風蕭蕭兮易水寒 壯士一去兮不復返).” 이 구절에서 ‘혜(兮)’자가 빠진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 자객열전에서 형가가 떠나며 부른 이 노래를 “우성(羽聲)으로 노래하니 그 소리가 강개하여 듣는 사람들이 모두 눈을 부릅떴고, 머리카락이 관을 찌를 듯 치솟았다”고 비장한 어조로 묘사하고 있다. 형가는 위(衛)나라 사람으로 책읽기와 격투기와 검술을 좋아했다. 원래 유세가로 나섰으나 위나라 원군(元君)이 그를 쓰지 않아 떠돌아다니다가 연..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2>시오설(視吾舌)

視: 볼 시 吾: 나 오 舌: 혀 설 세 치 혀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의미로, 언변으로 천하도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전국시대 가장 위대한 언어의 연금술사 장의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위나라의 선비 장의는 공부를 마치고 자기를 발탁해 줄 주인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초나라 재상 소양(昭陽)의 집에 들어가 식객 노릇을 했다. 하루는 소양이 진귀한 구슬을 잃어버렸다. 재상의 문하 사람들은 장의를 의심하고 이렇게 말했다. “장의는 가난하고 행실이 좋지 않습니다. 틀림없이 그자가 재상의 구슬을 훔쳤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모두 함께 장의를 붙들어 수백 번 매질을 했으나 장의는 구슬을 훔쳤다고 말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장의에게 아내가 말했다. “아! 당신이 글을 읽어 유세하지 않았던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