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2>낙화시절(落花時節)

落: 떨어질 락 花: 꽃 화 時: 때 시 節: 마디 절 시성 두보의 많지 않은 절구 가운데 감정의 함축이 깊은 시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江南逢李龜年)’이란 작품에 나오는 말이다. “기왕(岐王)의 집에서 항상 그대를 보았었네/최구(崔九)의 정원에서 노랫소리 몇 번이나 들었던가/지금 이 강남의 한창 좋은 풍경인데/꽃 떨어지는 시절에 다시 그대를 만났구려(岐王宅裏尋常見, 崔九堂前幾度聞. 正是江南好風景, 落花時節又逢君).” 두보가 현종의 총애를 받던 명가수 이구년을 자주 본 것은 둘 다 젊은 시절이었다. 두보 역시 당시 왕족에게 시재(詩才)를 인정받아 권세가의 집을 드나들면서 바로 그 좋은 시절에 이구년의 노래를 감상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두 사람이 시간이 한참 지나 강남에서 우연히 상봉하게 되었다. ‘낙..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3>지려능리(砥려能利)

砥: 고운 숫돌 지 려: 갈 려 能: 능할 능 利: 날카로울 리 명품이란 끊임없는 단련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로, 순자(荀子)의 ‘성악(性惡)’ 편에 나오는 말이다. 순자는 제나라 환공(桓公)의 총(蔥), 강태공(姜太公)의 궐(闕), 주나라 문왕의 녹(錄), 초나라 장왕의 흘(G), 오왕 합려의 간장(干將)과 막야(莫耶), 거궐(鉅闕)과 벽려((벽,피)閭), 이것들은 모두 고대의 훌륭한 검이라고 말하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고운 숫돌에 갈지 않으면 날카로워질 수 없고 사람의 힘을 들이지 않고는 자를 수도 없다(不可砥(려,여), 則不能利, 不得人力, 則不能斷).” 순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장과 막야를 비롯한 천하의 명검들은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단련의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것이지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4>조절간맹(蚤絶姦萌)

蚤: 일찍 조 絶: 끊을 절 姦: 간사할 간 萌: 싹 맹 화근의 조짐이 되는 것은 싹부터 잘라야 한다는 말로 한비자 ‘외저설우상’ 편에 나오는 말이다. “권세를 잘 유지하는 자는 그 간사한 싹을 일찌감치 잘라 버린다(善持勢者, 蚤絶其姦萌).” 군주의 주위에는 간신, 특히 애첩들이 많은데 그들의 농간이 끊이지 않았다. 궁정 권력의 비주류에 속하는 애첩들은 정실과 끊임없는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어떤 방법으로든 군주의 뜻에 영합함으로써 신임과 총애를 얻고 승계의 질서까지 농락하는 위험천만한 자들이다. 군주에게 애첩이 있으면 간신들도 그에게 추종하면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며, 결국 그들은 한통속이 되어 군주나 주변 인물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한비가 ‘간겁시신(姦劫弑臣)’이란 편에서..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5>득수응심(得手應心)

得: 얻을 득 手: 손 수 應: 응할 응 心: 마음 심 손 가는 대로 따라가도 마음과 서로 호응한다는 말로, 일하는 게 매우 능숙하여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득심응수(得心應手)라고도 한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천도(天道)편에 나오는 말이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대청 위에서 글을 읽고 있을 때 윤편(輪扁)이 뜰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다. 그가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와서 환공에게 “왕께서 읽고 계신 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감히 여쭙고 싶습니다”고 하자 환공은 “성인의 말씀”이라고 했다. 다시 되묻는 말이 “성인은 살아있는 분이냐”고 하자 “이미 죽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옛사람의 찌꺼기 혼백일 뿐이라고 한마디를 덧붙이자, 환공은 대뜸 수레바퀴공 따위가 어찌 논의에 끼어드느냐면서 근거를..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6>감어지수(鑑於止水)

鑑: 거울 감 於: 어조사 어 止: 그칠 지 水: 물 수 흔들림이 없는 물에 비춰본다는 말로 장자 ‘덕충부(德充符)’ 편에 나온다. 노나라에 형벌로 한쪽 발이 잘린 왕태(王태)라는 불구자가 있었다. 그는 덕망이 매우 높아서 그를 따라 배우는 이가 공자의 제자와 비슷할 정도였다. 그래서 노나라의 현자(賢者) 상계(常季·공자의 제자라고 하기도 한다)가 공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왕태는 외발이입니다. 그런데 그를 따르는 이가 선생님의 제자와 노나라 인구를 나눌 정도입니다. 서서 가르치지도 않고 앉아서 의논하지도 않았는데, 빈 마음으로 찾아가면, 꽉 채워서 돌아옵니다. 본래 말 없는 가르침이라는 게 있어서 형체가 없어도 마음이 완성된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王태, 兀者也, 從之遊者, 與夫子..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7>강안여자(强顔女子)

强: 굳셀 강 顔: 얼굴 안 女: 계집 녀 子: 아들 자 뻔뻔하고 수치심을 모르는 여자라는 의미로 추녀(醜女)의 대명사다. 강안(强顔)은 후안(厚顔), 철면피(鐵面皮)와 같은 말이다. 유향(劉向)의 신서(新序) ‘잡사(雜事)’편에 나온다. 제나라에 한 추녀가 살았는데 깊숙이 파인 눈에 코는 하늘을 향해 쳐들려 있고 목은 두툼하고 머리숱도 적었다. 굽은 허리에 돌출된 흉부, 옻칠을 한 듯한 검은 피부, 떡 벌어진 골격과 툭 튀어나온 목젖의 소유자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출신 지방 이름을 따 ‘무염녀(無鹽女)’라고 불렀다. 그녀는 서른이 넘도록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는 선왕(宣王)이 있는 궁을 찾아가 왕을 뵙기를 청했다. “저는 제나라에서 팔리지 않는 여자입니다. 군왕의 성스러운 덕에 힘..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8>초법엄형(초法嚴刑)

초: 준엄할 초 法: 법 법 嚴: 엄할 엄 刑: 형벌 형 엄격한 법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초법각주(초法刻誅)’와도 유사한 말로서 한비의 말이다. “열 길 높이의 성곽을 누계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은 가파르기 때문이고, 천길 높이의 산에서 다리를 저는 양을 쉽게 사육할 수 있는 것은 평평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현명한 왕은 그 법을 준엄하게 하고 형벌을 엄하게 하는 것이다(十인之城, 樓季弗能踰者, 초也; 千인之山, 跛J易牧者, 夷也. 故明主초其法而嚴其刑也).”(한비자 오두 편) 즉 한비의 요지는 군주가 경계할 것이 관용이라는 것으로 군주가 어설픈 감정에 휘둘려 위법한 행위를 한 자들을 용서하는 일이 없어야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 사상의 핵심 개념인 ‘인(仁)’이니 ‘덕(德..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9>독단자천하주(獨斷者天下主)

獨: 홀로 독 斷: 끊을 단 者: 놈 자 天: 하늘 천 下: 아래 하 主: 주인 주 모든 것은 고독한 군주의 단호한 결단만이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로 한비자 ‘외저설 우상(外儲說 右上)’편에 나오는 말이다. “혼자만 볼 수 있다면 밝다고 하고, 혼자만 들을 수 있으면 총명하다고 한다. 홀로 결단하는 자가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다(獨視者謂明, 獨聽者謂聰能獨斷者, 故可以爲天下主)” 독단의 사전적 의미는 남과 의논하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 의견대로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비가 말하는 ‘독(獨)’의 의미는 물론 긍정적이고, ‘독단’이란 의미 또한 그렇다. 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당계공(堂谿公)이 한나라 소후(昭侯)에게 말했다. “여기에 밑이 없는 백옥 그릇과 밑이 있는 오지그릇이 있다고 하..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0>불감기우(不堪其憂)

不:아니 불 堪:견딜 감 其:그 기 憂:근심 우 보통 사람은 궁핍한 삶의 근심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말로, 공자의 말이다. “현명하구나 안회여! 한 대광주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마실 것으로 누추한 골목에 살면서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려 하지 않으니, 어질구나, 안회여(賢哉回也!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논어 ‘옹야(雍也)’편) 안회에 대한 공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각이 돋보이는 이 구절은 호학정신이 투철한 안회에 대한 찬사다. 공자가 생각하기에 보통 사람은 물질적 욕망을 충족하는 데 만족감을 느끼지만, 안회의 경우는 그와 정반대로 삶의 일상이라 할 수 있는 의식주의 문제에 초연하고 형이상학적 문제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물론..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1>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不: 아니 불 忍: 참을 인 人: 사람 인 之: 어조사 지 心: 마음 심 남의 고통을 차마 지나치지 못하는 착한 마음을 나타내는 말로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을 뜻한다. 맹자는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시각인데, 맹자는 고자(告子)와 인성(人性) 문제를 논하면서 기본적으로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한 마음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이런 사유는 인본주의의 발단이 되며, 그가 인정(仁政)과 덕정(德政)을 주창하게 되는 기본 틀이기도 한데, 맹자의 논지는 간단하다. ‘공손추상(公孫丑上)’편에서 “인간은 모두 다른 사람을 차마 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옛날의 왕은 다른 사람을 차마 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런 마음으로 정치를 시행했다. 다른 사람을 차마 할 수 없는 마음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