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874

고독사

Opinion :분수대 고독사 중앙일보 입력 2022.10.26 00:20 업데이트 2022.10.27 10:41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한영익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한영익 정치에디터 고독사란 단어는 장기불황을 뜻하는 ‘잃어버린 20년’을 맞은 1990년대 일본에서 탄생했다. 은퇴 이후 경제적 곤궁과 사회적 고립을 동시에 겪던 당시 고령층에서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고독한 죽음을 맞는 이는 매년 3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고독사 현장을 전문으로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는 물론 월세를 받는 집주인들이 고독사로 입는 손실을 보상해주는 고독사 보험까지 생겼다. 고독사를 고리로 하나의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한국에는 아직 고독사 통계를 내는 명확한 집계 기준이 ..

분수대 2022.10.28

만장일치

Opinion :분수대 만장일치 중앙일보 입력 2022.10.25 00:28 지면보기 이경희 기자중앙일보 이노베이션랩장 구독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만장일치(滿場一致)란 모든 사람의 의견이 같음을 일컫는다. 국제기구의 전통적인 의사결정 방식은 만장일치제였다. 이는 약소국에 유리한 합의 방식이다. 불리한 결정에 구속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모든 회원국의 주권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주기 때문이다. 언뜻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국제기구 운영의 걸림돌이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1920년 설립된 국제연맹은 제2차 세계대전을 막지 못했다. 만장일치제 때문에 한 나라만 반대해도 의결을 할 수 없었고, 군사적 제재수단도 없었다. 각국은 각자도생의 길로 치달았다. 2차 대전 종전 이후 설립된 국제연합(UN)은 국제연맹의 교훈..

분수대 2022.10.28

PF

Opinion :분수대 PF 중앙일보 입력 2022.10.24 00:25 업데이트 2022.10.24 09:22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최현주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최현주 금융팀 기자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선분양 후시공’ 방식이 일반적이다. 부동산을 짓기 전에 먼저 판다. 그런데 선분양을 해도 부동산을 지을 땅을 살 자금과 사업 진행비는 필요하다. 그래서 부동산 사업의 ‘꽃’으로 불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을 찾는다. PF는 신용이나 담보가 아닌 사업성이 대출 근거다. 해당 시행사가 지을 부동산 가치가 얼마일지를 ‘저마다의 기준’으로 평가한다. 금융업체별로 PF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투자 성향이 강한 만큼 수익은 일반 대출보다 많다. 우선 대출금이 수백억..

분수대 2022.10.28

카톡 탈출

Opinion :분수대 카톡 탈출 중앙일보 입력 2022.10.21 00:09 지면보기 심새롬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심새롬 정치팀 기자 #1. “국내 1위 로펌에 가니 변호사가 의뢰인을 만나자마자 텔레그램 앱 설치부터 시키더라.” 벌써 9년 전 얘기다. 소송 중인 중견기업 대표가 2013년 겨울 이런 말로 주변에 텔레그램 가입을 권유했다. 그해 8월(안드로이드 버전은 10월) 나온 텔레그램은 대화 보안이 필요한 사람들의 카카오톡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서비스 3년 차를 맞은 카톡 주변에서 “검·경의 잦은 서버 압수수색 요청에 몸살을 앓는다”는 소식이 흘러나온 즈음이다. 텔레그램에는 비밀 대화 등 신기술도 있었다. 하지만 잠재적 ‘사법 리스크’에 민감한 사람들은 그보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 수사기관의 ..

분수대 2022.10.21

통화 혐오

Opinion :분수대 통화 혐오 중앙일보 입력 2022.10.20 00:26 지면보기 박형수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박형수 국제팀 기자 질문 하나. 간단한 업무 협조를 구하거나, 전달 사항이 있을 때 가장 편한 소통 수단은? 내 경우는 전화 통화다. 짧은 설명과 추가 질문·답변이 오가면 오류 없이 마칠 일을, e메일이나 메신저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번거롭고 시간 낭비라 느꼈다.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전화를 걸 때면 ‘통화할 수 없으니 문자나 카카오톡(카톡)으로 남겨달라’는 거절 메시지를 부쩍 자주 받으면서다. 얼마 전엔 한 후배에게 “카톡도, 사내 메신저도 다 있는데 매번 전화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푸념도 들은 터다. 내 기준엔 카톡·문자는 ‘통화 불가 시 보조 수단’인데, 디지털..

분수대 2022.10.21

신라젠

Opinion :분수대 신라젠 중앙일보 입력 2022.10.19 00:17 지면보기 장원석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장원석 S팀 기자 바이오는 꿈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신라젠은 이 말에 딱 어울리는 회사였다. 일단 ‘말기암도 치료할 수 있다’는 비전이 가슴을 두드렸다. 주력인 항암 바이러스 물질 펙사벡 개발 과정은 순조로웠고, 함께 임상을 진행하던 미국 바이오 벤처 제네릭스까지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갔다. 시장을 들썩이게 한 건 2015년 4월 펙사벡의 임상 3상 승인 소식이었다. 장외시장의 스타로 떠오른 신라젠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임상 3상 도전을 위해 상장을 택했다. 그리고 2016년 12월 코스닥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주가는 채 1년도 안 돼 10배로 뛰었다. 블록버스터급 항암제의 탄생 기..

분수대 2022.10.21

과로노인

Opinion :분수대 과로노인 중앙일보 입력 2022.10.18 00:34 지면보기 조현숙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 ‘노인 자신이 하류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현역 시절과 똑같이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죽기 직전까지 일해야 하는 사회가 기다리고 있다.’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가 쓴 책 『과로노인』의 한 대목이다. 노인 복지 전문가인 그는 2015년 발간한 『하류노인이 온다』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돈도, 기댈 사람도 없는 노인이 넘쳐나는 현실을 직시한 책으로 그해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16년 펴낸 『과로노인』은 후속편 격이다. 후지타는 이 책에서 일본 고령자 취업률이 다른 선진국보다 유독 높다며 ‘일할 의욕이 높아서’가 아니라 ‘일할 수밖에 없기 ..

분수대 2022.10.21

중독경제

Opinion :분수대 중독경제 중앙일보 입력 2022.10.17 00:51 지면보기 전영선 기자중앙일보 팀장 구독 전영선 K엔터팀 팀장 한동안 스마트폰 스크린타임(사용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현실을 직시하기 무섭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려면 손을 바쁘게 해야 한다고 해 뜨개질 키트를 스마트폰으로 주문해 놓고, 아직 박스도 뜯지 않았다. 죄책감에 사들인 책도 읽어내기 점점 어려워진다. 내 허약한 의지 만을 탓하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 사실 스마트폰에 굴복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오래 사용한 01X 번호를 유지하고 싶어 2G폰을 고집하다(태블릿을 병행 사용하긴 했다) 2016년께 완전 항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카카오톡이었다. ‘국민 소통 앱’으로 오는 메시지를 즉각 확인하지 않아 생기는 ..

분수대 2022.10.21

회빙환(回憑還)

Opinion :분수대 회빙환(回憑還) 중앙일보 입력 2022.10.14 00:17 지면보기 위문희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위문희 사회2팀 기자 노블 코믹스는 ‘고귀한(noble)’ 말고 ‘소설(novel)’과 연재만화를 가리키는 코믹스(comic)가 결합한 단어다. 웹소설 원작의 웹툰이 바로 노블 코믹스다. 한국에서 웹툰 산업이 발달하면서 2016년 이후 새롭게 생겨난 콘텐트 유형이다. 노블 코믹스는 웹소설로 기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웹툰으로 만들어도 실패할 가능성이 작다. 웹소설이 기반이면 아무래도 웹소설의 인기 장르를 웹툰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회귀·빙의·환생의 앞글자를 딴, 이른바 ‘회빙환(回憑還)’은 웹소설계 성공 공식이다. 최근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소설 ‘데뷔 못하..

분수대 2022.10.14

지도자 홍명보

Opinion :분수대 지도자 홍명보 중앙일보 입력 2022.10.13 00:25 지면보기 송지훈 기자중앙일보 스포츠팀 차장 구독 송지훈 스포츠디렉터 차장 프로축구 K리그에 ‘홍명보(53) 시대’가 활짝 열릴 전망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는 올 시즌 두 경기를 남긴 현재 승점 73점으로 2위 전북 현대(67점)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질주 중이다. 울산이 역전을 허용하는 경우의 수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지고 전북이 2경기 모두 큰 점수 차로 이기는 것 딱 하나뿐이다. ‘선수 홍명보’의 발자취는 나무랄 것이 없다. 현역 시절 그는 축구대표팀의 최후방을 든든히 지키는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한국 축구 A매치 역대 최다 출장(136경기) 기록을 세웠고 월드컵 본선 무대를 네 차례(1990·94..

분수대 2022.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