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한자 71

[유광종의 시사한자] 禽(날짐승 금) 獸(짐승 수)

[유광종의 시사한자] 禽(날짐승 금) 獸(짐승 수) 동물에게 본래 죄는 없었을 텐데, 애꿎게 그를 빌려 사람의 못난 행위를 꼬집는 단어들이 있다. 우선 금수(禽獸)가 그렇다. 날짐승(禽)과 네 발에 털을 갖춘 짐승(獸)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 쓰임에서 이 단어의 뜻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의관금수(衣冠禽獸)라고 하면 옷과 갓을 걸친 짐승이다. 겉은 모양을 그럴듯하게 갖췄으나 속은 더러움으로 차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리나 개의 속내를 지닌 사람에게는 낭심구폐(狼心狗肺)라는 표현이 따른다. 금(禽)은 대개 날짐승을 지칭할 때가 많지만 원래의 뜻은 일반 짐승 모두를 가리켰다. 초기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풀이가 그렇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조류(鳥類)만 지칭하는 글자로 쓰였다. 비금주수(..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回(돌 회) 心(마음 심)

[유광종의 시사한자] 回(돌 회) 心(마음 심) 유광종 길에 올라섰어도 돌아서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을 일컫는 말이 회심(回心)이다. 살벌한 전쟁터에서 병력을 이끌고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자주 서는 군대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는 일은 회군(回軍)이다. 마음을 돌이키는 회심에서 생각해 볼 한자는 省(성)이다. 반성(反省)이 그렇고, 성찰(省察)도 마찬가지다. 공자의 제자이자 손자이기도 한 증삼(曾參)은 하루에 세 번 자신을 돌아본다는 ‘오일삼성(吾日三省)’의 성어를 남겼다. 반성과 성찰을 통해 뭔가 깨달음을 얻으면 성오(省悟)다. 깊이 반성하는 일을 맹성(猛省), 경각심으로 인해 되돌아본다면 경성(警省)이다. 반성과 같은 뜻으로 쓰는 단어는 회성(回省)이다. 안으로 향..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尊(높을 존) 嚴(엄할 엄)

[유광종의 시사한자] 尊(높을 존) 嚴(엄할 엄) 유광종 공산왕조 북한의 용례를 제외하면 존엄(尊嚴)은 좋은 뜻이다. 존중과 의젓함 등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두 글자 모두 본래는 주술(呪術) 및 제례(祭禮)와 관련이 있다. 尊(존)이라는 글자에는 술, 또는 그 술을 담는 제기(祭器)의 가리킴인 酉(유)라는 요소가 등장한다. 이어 그를 받치고 있는 손(寸)이 보인다. 사람이 두 손으로 술이 담긴 제기를 떠받치는 형태다. 따라서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신(神)에게 바치는 술잔, 또는 그런 술을 받을 수 있는 높은 위치의 사람이나 대상 등으로 뜻풀이를 할 수 있다. 그로써 ‘높다’의 새김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嚴(엄)은 풀이가 다소 엇갈린다. 그래도 역시 주술이나 제례의 행위로 풀 ..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浮(뜰 부) 沈(가라앉을 침)

[유광종의 시사한자] 浮(뜰 부) 沈(가라앉을 침) 유광종 물에 뜨면 浮(부), 가라앉으면 沈(침)이다. 부침(浮沈)은 보통 물에서 벌어지는 일이자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에 그치지는 않는다. 공기 중에서도 마찬가지고, 인생살이라는 개념적인 공간에서도 뜨고 가라앉음은 늘 있다. 글자 浮(부)는 본래 물가에서 어린아이 머리를 누군가 잡고 있는 모습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헤엄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뜻이었으리라고 추정한다. 그로부터 물에 뜨다, 떠오르다 등의 의미로 발전했을 것이다. 다음 글자 沈(침)의 본래 글자꼴은 물에 소를 거꾸로 빠뜨리는 모습이다. 물에서 제사를 지내는 의례였으리란 풀이다. 사람을 물에 빠뜨리는 모습으로도 등장한다. 형벌을 집행하는 장면이었으리라는 추정이다. 그로부..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危(위태할 위) 機(틀 기)

[유광종의 시사한자] 危(위태할 위) 機(틀 기) 유광종 사람이 높고 가파른 절벽 끝에 있다. 그러니 아주 불안하다. 그 상태를 그린 글자가 危(위)다. 활보다 화살을 멀리 날려 보내는 무기가 있다. 弩(노)라고 적는 쇠뇌다. 방아쇠 장치가 있다. 그를 가리키는 글자가 機(기)다. 이 방아쇠는 화살이 날아가거나 멈추는 순간을 제어한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때를 가르는 기준이다. 위기(危機)라는 단어는 그 둘의 조합이다. 절벽에 내몰린 사람, 곧 닥칠 생사(生死)와 존망(存亡)이 갈리는 순간을 가리킨다. 반대는 호기(好機)다. 하강에서 상승으로 바뀌는 때다. 그때를 놓치면 실기(失機)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다 모처럼 맞은 좋은 상황을 흘려버리는 일이다. 좋거나 나빠질 수 있는 ..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遺(남길 유) 棄(버릴 기)

유광종 내다 버리는 일이 유기(遺棄)다. 법률 용어로도 자주 쓰인다. 직무를 태만히 하는 정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경우다. 두 글자는 모두 그런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앞의 遺(유)는 남에게 주는 행위, 뒤의 글자 棄(기)는 ‘버리다’의 새김이 강하다. 처음 글자꼴을 보면 그 점이 뚜렷하다. 앞의 遺(유)는 ‘움직이다’ ‘가다’라는 의미의 (착)에 두 손으로 뭔가를 쥔 손의 움직임, 귀중품을 의미하는 貝(패)로 짜여 있다. 따라서 귀중한 물건이나 금전에 해당하는 물품을 쥐고 어디론가 걸음걸이를 하는 동작, 더 나아가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행위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뒤의 棄(기)는 조그만 상자, 그 안에 담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생명력이 강하지 못한 ..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端(끝 단) 緖(실마리 서)

[유광종의 시사한자] 端(끝 단) 緖(실마리 서) 유광종 개인용 컴퓨터를 때로는 단말기(端末機)라고도 적는다. 중앙의 처리장치로부터 가장 끝에 놓여 정보를 입출력하는 장치다. 중앙에서 볼 때 끝에 놓여 있다는 뜻에서 한자 단말(端末)로 표현했다. “용모 등이 단정하다”고 할 때 ‘단정’의 한자는 端正이다. 여기서는 반듯한 모양을 일컫지만 端(단)이라는 글자의 핵심적인 새김은 ‘끝’이다. 그러나 단순한 ‘끝’은 아니다. 눈에 띄게 드러난 부분, 또는 아예 처음과 끝이라는 새김도 묻어 있다. 緖(서)는 우선 양잠(養蠶)과 관련이 있다. 비단을 뽑으려면 먼저 누에의 고치를 삶아 실을 골라내는 작업이 핵심이다. 둘둘 말린 고치에서 명주실의 가닥을 잘 잡아내야 하는데, 이를 한자로는 索..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朝(조정 조) 廷 (조정 정)

[유광종의 시사한자] 朝(조정 조) 廷 (조정 정) 유광종 예전 동양의 정치가 펼쳐졌던 으뜸 장소는 조정(朝廷)이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정부(政府)인 셈이다. 우선 임금이 늘 머물렀던 궁궐(宮闕)의 형식과 관련이 있다. 즉, ‘조정’은 외조내정(外朝內廷)의 준말이다. 공식적이면서 중요한 정치적 행사를 치르는 곳이 외조(外朝)다. 그에 비해 제왕의 비공식적인 업무가 펼쳐지는 곳이 내정(內廷)이다. 개인 잡무와 사생활, 통치를 위해 필요한 내밀한 논의가 여기서 벌어졌다. 조정과 같은 뜻의 단어로는 묘당(廟堂)이 있다. 왕실의 조상을 모시는 태묘(太廟)라는 건축물 안에 있는 넓은 홀이다. 이곳에서 황제를 비롯한 대신들이 정사를 논의했다. 그래서 ‘조정’과 동의어의 열에 올랐다. 관..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만물 물(物) 의논할 의(議)

[유광종의 시사한자] 만물 물(物) 의논할 의(議) 유광종 소를 지칭하는 牛(우)와 쟁기질 행위나 흔적을 가리켰다고 보는 勿(물)이라는 글자 요소의 합성이 物(물)이다. 나중에 이 글자는 ‘소’라는 동물에 뜻이 더 모아진 듯하다. 특히 털 빛깔이 여러 색으로 이뤄진 소였던 모양이다. 이로써 다시 얻은 새김 하나는 ‘다양한 색이 섞인 비단’이다. 아울러 그런 비단이나 천 등으로 만든 깃발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흐름이 모여 ‘세상의 모든 것’이라는 의미를 얻었다고 보인다. 물품(物品), 물건(物件), 물체(物體) 등의 지칭과 이들의 운동과 특성을 연구하는 물리(物理), 값을 가리키는 물가(物價)라는 조어가 그래서 나왔다. 광물(鑛物), 동물(動物), 식물(植物) 등의 조..

시사한자 2021.07.21

[유광종의 시사한자] 아닐 불(不) 만날 우(遇)

[유광종의 시사한자] 아닐 불(不) 만날 우(遇) 광종 하루 사이에 1000리를 뛰는 말이 있다. 이른바 천리마(千里馬)다. 건강하고 힘도 좋은 이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끌고 있다면 그야말로 자원의 낭비다. 그런 천리마의 처지와 상황을 우리는 ‘불우(不遇)’라고 적을 수 있다. 명마(名馬)의 역대 최고 감별사라고 알려진 백락(伯樂)이 험준한 산에서 소금 수레를 끌고 있는 천리마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백락이 천하의 명마가 때를 만나지(遇) 못한(不) 상황을 슬퍼했다는 내용이다. 이 스토리는 ‘驥服鹽車(기복염거)’라는 성어로 자리를 잡았다. 천리마(驥)가 소금 수레(鹽車)를 끈다(服)는 엮음이다. 더 직접적으로 적으면 懷才不遇(회재불우)다. 재주(才)를 품고서..

시사한자 202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