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시사한자] 禽(날짐승 금) 獸(짐승 수) 동물에게 본래 죄는 없었을 텐데, 애꿎게 그를 빌려 사람의 못난 행위를 꼬집는 단어들이 있다. 우선 금수(禽獸)가 그렇다. 날짐승(禽)과 네 발에 털을 갖춘 짐승(獸)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 쓰임에서 이 단어의 뜻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의관금수(衣冠禽獸)라고 하면 옷과 갓을 걸친 짐승이다. 겉은 모양을 그럴듯하게 갖췄으나 속은 더러움으로 차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리나 개의 속내를 지닌 사람에게는 낭심구폐(狼心狗肺)라는 표현이 따른다. 금(禽)은 대개 날짐승을 지칭할 때가 많지만 원래의 뜻은 일반 짐승 모두를 가리켰다. 초기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풀이가 그렇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조류(鳥類)만 지칭하는 글자로 쓰였다. 비금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