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23] 나와 하늘 사이 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입력 2022.05.27 03:00 김광수, 나의 구름, 1993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타이핑을 한다. 타닥타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음악 소리처럼 공간을 메운다. 가끔 울리는 메신저의 알림음,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이 내는 일정하고 낮은 소음, 간헐적으로 컴퓨터 외장 하드 돌아가는 소리가 뒤섞인다. 마감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니터에 띄워 둔 사진 속 구름을 보느라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릴 겨를이 없다. 고층 건물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세상은 진공 상태다. 성능 좋은 창호가 외부의 자극을 단단히 막아준다. 덕분에 창밖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들 사이로 조각 난 하늘엔 움직임도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