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진의漢字.. 1274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999] 坐視(좌시)

坐 視 *앉을 좌(土-7, 3급) *볼 시(見-12, 4급) ‘정국의 혼란에 대해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의 ‘좌시’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이 많다니 참으로 걱정이다. 오늘은 ‘坐視’란 두 글자를 샅샅이 훑어보자. 坐자는 ‘앉다’(take a seat)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 한 자리[土]에 두 사람[人]이 마주 보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알고 보면 그런 모습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듯. 視자는 ‘쳐다보다’(look up)는 뜻을 위해서 고안된 것이니 ‘볼 견’(見)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示(제사 시)는 발음요소다. 부수를 ‘보일 시’(示)로 착각하기 쉬우니 이 기회에 잘 알아두자. 참고로, 음이 같은 것은 부수일 가능성이 작다. 坐視(좌:시)는 ‘가만히..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998] 問喪(문상)

問 喪 *물을 문(口-11, 7급) *죽을 상(口-12, 3급) ‘효중은 그동안에도 네댓 사람의 문상을 받은 후 곧 몸을 돌려 빈소로 차려진 안방으로 들어갔다’(홍성원의 ‘육이오’)의 ‘문상’은? ➊文祥, ➋文象, ➌聞喪, ➍問喪. 답은 ➍번. 오늘은 ‘問喪’에 어떤 의미 힌트가 숨겨져 있는지 알아보자. 차근차근 하나하나 찾아내 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問자는 ‘묻다’(ask)가 본뜻이니 ‘입 구’(口)가 의미요소이자 부수로 쓰였고, ‘문 문’(門)은 발음요소이기에 의미와는 무관하니 무리하게 뜻과 연관지어 봤자 헛일이다. 喪자의 篆書(전:서) 서체는 ‘죽을 망’(亡)과 ‘울 곡’(哭)이 합쳐진 것이었다. 隷書(예:서) 서체에서는 그 자형이 크게 달라져 의미 연관성을 알기 어렵게 ..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997] 哀歡(애환)

哀 歡 *슬플 애(口-9, 3급) *기쁠 환(欠-22, 4급) ‘이산가족의 애환과 염원’ 가운데 ‘애환’이 맞는 말일까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알자면 ‘哀歡’이란 두 글자의 속뜻을 속속들이 풀이해봐야 한다. 哀자는 ‘슬퍼하다’(grieve; feel sad)는 뜻인데, 왜 ‘입 구’(口)와 ‘옷 의’(衣)가 합쳐져 있을까? 남편을 잃은 아낙네가 옷(衣)고름을 입(口)에다 대고 大聲痛哭(대:성-통:곡)을 하는 애절한 모습을 연상해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을 듯. 歡자는 ‘기뻐하다’(be pleased with)는 뜻을 위해 고안된 것이니 ‘입 크게 벌릴 흠’(欠)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雚(황새 관)이 발음요소임은 驩(말 이름 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哀歡은 ‘슬픔[哀]과 기쁨[歡]’을 아울러 이르는 ..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996] 包含(포함)

包 含 *쌀 포(勹-5, 4급) *넣을 함(口-7, 3급) 일반사전에서 ‘어떤 사물이나 현상 가운데 함께 넣음’이라 정의한 ‘포함’은? ➊包涵, ➋包含, ➌砲艦, ➍包陷, 답은 ➋번. 오늘은 ‘包含’이란 두 글자를 샅샅이 훑어보자. 包자는 누구나 가장 처음에 입었던 옷, 즉 ‘태의’(胎衣, a fetal membrane)를 뜻하기 위하여, 태아[巳]를 감싸고[勹, 쌀 포]있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후에 이것이 ‘싸다’(pack) ‘감싸다’(protect) ‘꾸러미’(a package)라는 뜻으로도 쓰이자 본래 뜻은 胞(태보 포)자를 만들어 나타냈다. 含자는 입 속에 ‘머금다’(keep something in one’s mouth)를 뜻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입 구’(口)가 의미요소로 쓰였다. 今(이제 금..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995] 司法(사법)

司 法 *맡을 사(口-5, 3급) *법 법(水-8, 5급) 일반 사전에서 ‘국가가 법률을 실제의 사실에 적용하는 행위’라 정의한 ‘사법’은? ➊私法, ➋邪法, ➌司法, ➍死法. 답은 ➌. 오늘은 ‘司法’이란 두 글자를 샅샅이 훑어보자. 司자는 后(임금 후)자를 반대로 돌려놓은 것으로 ‘(신하가 임금을 위해서) 봉사하다’(attend)가 본뜻인데, ‘맡다’(be in charge ) ‘관직’(an official post) 등으로도 쓰인다. 法자가 원래에는 ‘水+廌+去’의 복잡한 구조였는데, 쓰기 편함을 위해서 간략하게 고쳐졌다. 죄악을 제거[去]함에 있어 수면[水]같이 공평무사하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 ‘法’임을 알 수 있겠다. ‘형벌’(a punishment) ‘법률’(the law) ‘방법’(a me..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994] 波及(파급)

波 及 *물결 파(水-8, 4급) *미칠 급(又-4, 3급) 일반사전에서 ‘어떤 일의 영향이나 여파가 차차 전하여 먼 데까지 미침’이라 정의한 ‘파급’, 그 속뜻을 알면 머리에 쏙쏙 기억이 잘 된다. 오늘은 ‘波及’을 속속들이 파헤쳐보자. 波자는 ‘물결’(a wave)이란 뜻이니 ‘물 수’(水→氵)가 의미요소이다. 皮(가죽 피)가 발음요소임은 破(깨뜨릴 파)를 통하여 잘 알 수 있으니, 뜻과는 연관 짓지 말자. 及자는 ‘따라잡다’(overtake)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 앞에서 달아나는 사람[人]의 옷을 붙잡은 손[又]을 그린 것인데, 모양이 약간 달라졌다. 알고 보면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후에 ‘붙다’(adhere) ‘미치다’(reach; come up to) ‘더불어’(together..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993] 卽決(즉결)

卽 決 *곧 즉(卩-9, 3급) *결정할 결(水-7, 5급) ‘그 명령을 어기면 즉결에 처할 것이다’의 ‘즉결’은 읽을 줄 안다고 뜻을 아는 것은 아니니 ‘卽決’에 대해 알아보자. 卽자의 갑골문은 소복하게 담긴 밥 그릇 앞에 앉은 사람[㔾=卩]의 모습이다. 이 경우의 白(백)과 匕(비)는 밥과 그릇이 잘못 변한 것이니, 지금의 글자로 해석하면 안 된다. ‘막 밥을 먹으려 하다’(go to eat)가 본래 의미인데, ‘당장’(immediately)이란 뜻으로도 쓰인다. 決자는 氵(물 수)와 夬(터놓을 쾌)가 조합된 것으로 ‘(막혔던 물을 터놓아) 콸콸 흐르다’(gush out)가 본뜻인데, ‘터뜨리다’(burst) ‘판단하다’(decide) 등으로도 쓰인다. 卽決은 ‘그 자리에서 바로[卽] 결정(決定)하거..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992]巡訪(순방)

巡 訪 *돌 순(巛-7, 3급) *찾을 방(言-11, 4급) ‘대통령 일행이 유럽 4개국을 순방했다’의 ‘순방’이 무슨 뜻인지 아리송하다는 중학생 손자를 둔 독자의 하소연이 있었다. ‘巡訪’이란? 巡자는 오며 가며 ‘살피다’(inspect)는 뜻을 위한 것이었으니 ‘길갈 착’(辶=辵)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巛(천)은 川(내 천)의 본래 글자이다. 巡자의 川이 발음요소로 쓰였음은 馴(길들 순)의 경우와 같은 이치다. 후에 여러 곳을 ‘들르다’(drop) ‘방문하다’(go to see)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訪자는 ‘(널리 의견을) 묻다’(ask)가 본뜻이니, ‘말씀 언’(言)이 의미요소이자 부수로 쓰였고, ‘모 방’(方)은 발음요소다. ‘상의하다’(consult) ‘찾아가다’(visit) 등으로도 쓰인다..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 [991] 非凡(비범)

非 凡 *아닐 비(非-8, 4급) *평범 범(几-3, 3급) ‘비범한 인물/비범한 능력’의 ‘비범’이 ‘보통 수준보다 훨씬 뛰어남’을 이르는 까닭을 알자면 ‘非凡’의 속뜻을 알아야 한다. 非자는 ‘서로 어긋나다’(cross each other)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새의 두 날개가 서로 딴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본뜬 것이다. 지금의 자형에서도 어렴풋이 짐작 가능하다. ‘아니다’(non-) ‘그르다’(wrong)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 凡자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다. 쪽배에 달아놓은 돛 모양을 본뜬 것으로 ‘돛’(a sail)이 본래 의미였는데, 후에 이것이 ‘무릇’(generally) ‘평범한’(common; ordinary) 같은 의미로도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지자, 그 본뜻을 위해서는 따로 帆(..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990] 休刊(휴간)

休 刊 *쉴 휴(人-6, 7급) *책 펴낼 간(刀-5, 3급) ‘There will be no issue of the paper tomorrow.’는 ‘내일은 휴간입니다.’란 뜻이다. 표음문자로 표기한 ‘휴간’에는 겉으로 발음 정보만 드러나 있을 뿐이니, 속에 의미 정보가 담겨 있는 ‘休刊’에 대해 하나하나 풀이해 보자. 休자는 ‘쉬다’(rest)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을 본뜬 것이다. ‘나무’[木]와 ‘사람’[人], 두 가지 힌트를 활용하여 글자를 만들어낸 기발한 아이디어가 흥미롭다. 후에 ‘그만두다’(let alone), ‘편안하다’(comfortable), ‘좋다’(good) 등으로도 확대 사용됐다. 刊자는 책으로 엮을 나무 가지를 칼로 ‘깎다’(sh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