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223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3] 황금과 利慾을 향한 중국인의 사랑

중국에 오래 전해지는 인생의 '네 가지 큰 기쁜 일(四大喜事)'이 있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비(久旱逢甘霖), 낯선 타향에서 만나는 친구(他鄕遇故知), 촛불 타오르는 신혼의 밤(洞房花燭夜), 과거 급제 명단에 이름 올릴 때(金榜題名時)"다. 남송의 홍매(洪邁)라는 유명 문인이 저서 '용재수필(容齋隨筆)'에 당시 민간의 말을 채록하면서 유명해진 중국인의 전통적 가치관이다. 네 가지 기쁨이 모두 현실적이다. 농사라는 생업, '관시(關係)' 확대, 생육의 고민, 출세 지향이다. 이를 거꾸로 해서 익살스럽게 만든 버전도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 한 방울, 타향에서 마주친 고향 빚쟁이, 옆집의 신혼 방, 동명이인의 과거 급제"라는 설정이다. 이른바 인생의 '네 가지 슬픈 일(四大悲事)'이다. 아무튼..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 密告者 양산하는 중국 체제

한국인이 많이 살고 외국 대사관이 밀집한 베이징 시내 차오양(朝陽)구에서는 언행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1㎢의 면적에 평균 277명의 '감시자'들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은밀한 시선으로 낯선 이를 지켜보다 경찰에 통보하는 일이 업무다. 이들의 별칭은 '차오양 군중(群衆)'이다. 정부로부터 수고비를 받기도 한다. 마약을 복용하거나 매음을 한 연예인 검거에 공을 세워 유명해졌다. 정부의 통제와 감시에 적극 호응하는 밀고자(密告者)들이다. 버전도 새로워졌다. 지난해에는 정식으로 앱을 만들어 13만명의 '밀고자'를 모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 CIA, 영국 MI6, 이스라엘 모사드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정보기구'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최고 지도부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가 있는 시청(西城)구의..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 漢字가 낳은 중국式 과장

미인을 형용하는 수준이 대단하다. 한 번 돌아보면 성이 무너지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무너진다. "일고경인성(一顧傾人城), 재고경인국(再顧傾人國)"이다. 한(漢) 무제(武帝)가 총애했던 이부인(李夫人)의 미모를 표현한 말이다. 성어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유래다. 웅장하며 멋진 여산(廬山)의 폭포를 바라보던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마구 흘러 곧장 아래로 삼천 척 내려오니, 마치 은하가 우주에서 쏟아지는 듯(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이라고 적었다. 이백은 그런 표현 기법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머리에 자라난 흰머리를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라고 했다. 지금 단위로 환산하면 길이 3㎞다. "아침에 검었던 머리카락이 저녁에 이르니 흰 눈으로 변했다(朝如靑絲暮成雪)"고도 읊었다. 하루 못 ..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 울타리의 숲에 갇힌 중국인

베이징은 '담[圍墻]'의 도시다. 북쪽에는 길고 두꺼운 만리장성이 늘어서 있고 왕조 시대의 황궁 자금성(紫禁城)은 약 12m의 높은 담을 둘렀다. 공산당을 비롯한 중앙 부처의 관공서 담도 아주 높다. 도시의 전통 주택 사합원(四合院)도 견고한 담이 돋보인다. 새로 짓는 고급 아파트 또한 담장이 발달했다. 자금성과 그 외곽의 옛 도성(都城) 주위를 중심으로 고리 형태의 환상(環狀) 도로가 6차선까지 뻗어나간 점도 담의 연역(演繹)이다. 중국의 모든 지역은 '울타리[圈子]'의 숲이다. 자신과 제가 속한 집단의 외부를 성벽처럼 두르는 무형(無形)의 울타리다. 친구는 친구끼리, 공무원은 공무원끼리, 동향은 동향끼리 뭉쳐 크고 작은 이익을 주고받는다. 그 울타리 안, 또 여러 울타리의 사람들이 교통(交通)하는 방..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9] '총명함'에 발목 잡힌 중국

중국인은 바람머리 앞에 잘 나서지 않는다. 앞에 닥치는 바람이 뭘 품고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바람을 위기의 요소로 읽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잘난 척하며 앞에 나서는 사람의 행위를 출풍두(出風頭)라고 하며 매우 경계한다. 중국인의 언어에는 '회색(灰色) 영역'이 발달해 있다. 좋다, 나쁘다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다. "좋으냐, 싫으냐?"를 물을 때면 대개 "그럭저럭…괜찮아" 정도의 뜻인 '하이싱(還行)'이라는 표현으로 얼버무린다. 가부(可否), 호불호(好不好), 시비(是非) 사이에서 사태를 더 따져 보고 대응하려는 심산에서다. 모두 중국인 처세(處世)의 가장 큰 맥락인 중용(中庸)의 흐름이다. 극단으로 향하지 않고 중간에서 제자리를 잘 지키려는 몸가짐 말이다. 아울러 사세(事勢)와 시세(時勢)..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 '세 자루의 칼'과 창업 열기

중국인 사회에서 '세 자루의 칼(三把刀)' 이야기는 제법 유명하다. 보통은 요리용 칼[菜刀], 머리 깎을 때 쓰는 칼[剃刀], 옷감 자르고자 사용하는 가위[剪刀]를 가리킨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업의 종류를 지칭한다. 요리사, 이발사, 재단사다. 칼의 종류는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목욕 문화가 발달했던 장쑤성 양저우(揚州)에서는 손톱·발톱 자르는 칼이 꼭 나온다. 특유의 근면함으로 요리와 이발업, 옷감 재단과 목욕업 등으로 성공한 중국인의 창업 스토리에서 이 '세 자루의 칼' 이야기는 늘 입에 오른다. 해외로 나간 화교(華僑)들이 그랬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다진 손기술과 성실함으로 화교들은 음식을 만들거나 이발업에 종사하고 혹은 옷감이나 남의 발톱 등을 매만져주면서 생업의 기반을 닦..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 가을엔 책보다 전쟁을 떠올린 中國

북반구의 가을은 목가적이다. 푸르렀던 식생이 빨강, 노랑, 갈색으로 변하면서 맑고 높은 하늘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경치에 젖었다가 바람에 흩날리는 추풍낙엽(秋風落葉)을 바라보며 감상에도 빠져든다. 계절의 변화에서 시간의 덧없음을 떠올리는 정조(情調)는 한반도와 중국이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대지에는 특별한 감성이 하나 덧붙여진다. 전쟁에 뒤따르는 조바심이다. 우선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성어를 보는 시각차가 뚜렷하다. 우리는 이 성어 뒤에 하나를 더한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이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에 말도 살을 찌우니, 등불을 가까이해서 책 읽으라는 권유다. 하지만 이 성어를 만들어 낸 중국의 원전은 엉뚱한 뜻을 가리킨다. 바로 전쟁이다. 북방의 드넓은 초원에서 여름의 풀..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6] 현세적 가치에 묶인 중국·중국인

기원전 7세기에 태어난 탈레스는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걷다가 웅덩이에 빠졌다. 이웃의 누군가에게 꾸중을 들었다. "발밑의 땅도 알지 못하면서 하늘만 쳐다보느냐"는 힐난이었다. 그래도 그는 꿋꿋하게 하늘과 별을 관찰했다. 만물의 근원을 살핀 '서양 철학의 아버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중국에도 하늘을 무척 궁금하게 여겼던 주체가 있었다. 기(杞)라는 춘추전국시대 작은 나라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잠도 못 이루고, 밥도 먹지 못할 정도였다. 급기야 한 사람은 현자를 찾아가 품고 있던 걱정을 털어놓았다. "공기로 이뤄진 하늘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서야 겨우 시름을 멈췄다고 한다. '쓸데없는 걱정'의 대명사 기우(杞憂)가 탄생하는 장면이다. 중국인은 '땅'에 삶의 ..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5] 공산당에 아부하는 中 지식인들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백화제방(百花齊放)하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부터 2300년 전의 중국에서다. 그러나 춘추전국(BC 770~BC 221) 때 화려하게 피어올랐던 중국의 지식 전통은 금세 시들어 버린다.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있었고 오로지 유가 사상만을 으뜸으로 치는 한무제(漢武帝)의 독존유술(獨尊儒術)이 있었다. 나와 다른 남을 모두 배제한다는 맥락에서 이는 '사상의 금고(禁錮)'에 해당하는 사건이었다. 중국의 지식 전통은 그 뒤로 지금까지 아주 오랜 침체기를 거친다. 춘추전국 시대에 자유를 누렸던 중국의 선비[士]들은 이후 군주에게 전략을 만들어 바치는 책사(策士)로 내려앉는다. 그마저도 잇지 못해 작은 꾀를 바치는 모사(謀士)로 다시 곧 전락하고 말았다. 글자 잘못 써 황제의 노여움을 ..

차이나別曲 2020.08.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 가짜와 짝퉁 끊을 양심 중국에 있나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때 일이다. 그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각 지역 성장(省長)을 접견했다. 허난(河南) 성장과 악수할 차례였다. 장쩌민 주석은 느닷없이 이렇게 물었다. "이 사람은 가짜 아닌가?" 2000년 무렵 베이징에서 유행하던 우스개다. 당시 가짜 제품 생산지로 유명했던 허난을 비꼬던 베이징의 블랙 유머다. 소득 수준이 낮아 베이징에서 허드렛일에 종사하던 허난 사람들로서는 억울했던 농담이다. 중국에는 사실 가짜와 짝퉁이 넘친다. 이는 중국의 오랜 '베끼기 전통'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베끼기 전통에 견줘 먼저 생각해 볼 단어는 의고(擬古)다. '옛것을 본받다'는 뜻의 조어다. 지난 것을 익혀 새로 알아간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 과거의 일을 배워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법고창신(..

차이나別曲 202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