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漢字, 세상을 말하다] 十常侍<십상시>

1990년대 중반 한 중국 학자는 한·중 관계의 가까움을 ‘사근(四近)’으로 표현했다. 두 나라는 ‘역사가 가깝고, 지리가 가깝고, 문화가 가깝고, 감정이 가깝다(歷史近 地利近 文化近 感情近)’는 것이었다. 그 말처럼 양국 관계가 정말로 가깝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보도 사건과 관련해 중국 후한(後漢)시대에 국정을 농단했던 10여 명의 환관(宦官)을 일컫는 ‘십상시(十常侍)’란 말이 우리 사회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십상시는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로 한(漢)나라 영제(靈帝)를 모시던 측근 환관 10여 명을 가리킨다. 정확하게는 장양(張讓)과 조충(趙忠), 하운(夏惲), 곽승(郭勝), 손장(孫璋), 필람(畢嵐), ..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權衡<권형>

권형(權衡)은 무게를 재는 저울이다. 권(權)은 저울추, 형(衡)은 저울대다. 권형은 저울처럼 공평한 인물을 말한다. 세종(世宗)은 황희(黃喜) 정승이 사직을 고하자 “조정에 의심이 생기면 경은 시귀(蓍龜·점칠 때 쓰는 가새풀과 거북으로 선견지명이 있는 인물)였고, 정사와 형벌을 논할 때면 권형이었다”며 반려했다. 권형은 ‘저울질하다’는 동사다. ‘평형을 맞추다’는 뜻도 있다. 권력의 밸런스를 맞추는 정책을 권형책(權衡策)이라 한다. 후한(後漢)을 세운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능했다. 남양(南陽) 호족 출신 유수는 영천(潁川)을 거쳐 홀로 황하(黃河)를 건넜다. 하북(河北)의 지방 세력과 경합하며 제국을 세웠다. 건국 후 하북파를 견제하기 위해 적계(嫡系)인 남양파와 준적계인 영천파를 키웠다. 세..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鄒忌窺鏡<추기규경>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에 추기(鄒忌·BC 385~319)라는 신하가 살고 있었다. 키가 크고 용모가 수려했다. 거울을 비춰보며 자신의 생김에 흡족해하던 그가 부인에게 “나와 성(城) 북쪽에 사는 서공(徐公) 중 누가 더 잘생겼소”라고 물었다. 부인은 “서공이 어찌 당신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첩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이번에는 사랑방에 머물던 과객(過客)에게 “나와 서공 중에서 누가 더 잘생겼냐”고 물으니 “당연히 당신이 더 잘생겼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성 북쪽의 서공이 추기를 방문했다. 추기는 서공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보다 훨씬 용모가 수려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아첨했다는 것을 알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手不釋卷<수불석권>

언제부터인지 늘 이맘때가 되면 대학수학능력시험(修能)에 출제된 문제의 정답에 대한 오류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 문제를 더 맞히고 틀리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대학 선택의 기회가 바뀌며, 또 이로 인해 인생의 항로(航路)가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인생의 끝은 아니겠지만 인생의 분기점(分岐點)이 될 공산은 크다.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으며(盛年不重來) 하루에 아침을 두 번 맞지는 않는다(一日難再晨).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해라(及時當勉勵).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고 읊었다. ‘세월부대인’은 세월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未生<미생>

한자 미(未)는 나무 목(木)과 주의 표식을 뜻하는 일(一)자로 이뤄진 회의(會意)자다. 본디 여린 가지와 보드라운 잎(柔枝嫩葉·유지눈엽)을 말했다. 나무가 아직 덜 자라 열매를 딸 수 없다는 표식에서 부정어(否定語)로 변했다. 부(不)는 장래의 일을 부정하고 미(未)는 과거를 부정한다. 가운데를 뜻하는 중앙(中央)과 달리 미앙(未央)은 ‘아직 반도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절반도 이르지 않았으니 앞날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미래(未來)는 아직 오지 않은 장래를 뜻한다. 공자(孔子)는 『주역(周易)』 해설서인 십익(十翼)의 계사전(繫辭傳)에서 “지나간 것을 헤아리는 것은 순리요, 미래를 알고자 함은 거스르는 것이다(數往者順 知來者逆). 따라서 『역(易)』은 거스르고 헤아리는 것(是故易逆數也)”이라고 설..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福祉<복지>

청(淸)나라 강희제(康熙帝·재위 1661∼1722년)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다른 제왕과는 달리 친필휘호(親筆揮毫)를 남기지 않았다. 전해져 오는 그의 휘호는 단 3글자, ‘無爲(무위)’와 ‘福(복)’이다. 이 중 ‘無爲’는 베이징 고궁(故宮)에, ‘福’은 베이징의 또 다른 유적지인 궁왕푸(恭王府)에 각각 남아 있다. 그의 할머니인 효장(孝庄)태후의 건강을 빌기 위해 쓴 것으로 알려졌다. ‘福’자를 비석에 새겨 놓고, 그 앞에서 기도를 하니 효장태후의 병이 나았단다. 그후 민간에서도 매년 봄 ‘福’자를 집에 붙여놓고, 한 해의 복을 비는 풍습이 생겼다. 중국인들은 복 중에서도 ‘다섯 가지 복(五福)’을 으뜸으로 꼽는다. 수(壽·장수)를 가장 큰 복으로 쳤고 그 다음이 부(富·재산)다. 이어 강녕(康..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安步當車<안보당거>

『전국책(戰國策)』은 전한(前漢)시대의 유향(劉向)이 전국시대(戰國時代)에 활약한 여러 제후국 전략가들의 정치·군사·외교 관련 책략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제(齊)나라에 안촉(顔斶)이란 덕망 높은 선비가 있었는데 벼슬엔 뜻이 없었다. 하루는 제선왕(齊宣王)이 그의 명성을 높이 사 궁궐로 불렀다. 그러나 안촉은 대궐 계단까지 와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이에 왕이 “안촉, 이리 오게나”하며 소리를 지르자 안촉은 “대왕, 이리 오시게” 하며 맞고함을 쳤다. 놀란 신하들이 “무엄하다”며 비난했다. 그러자 안촉은 “제가 왕 앞으로 걸어 나가면 권세에 굽히는 게 되고 왕께서 제 앞으로 오신다면 예로서 선비를 대하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고 답했다. 화가 난 왕이 “군..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涸轍鮒魚<학철부어>

장주(莊周·장자의 본명)는 집이 가난했다. 먹거리를 빌리고자 위(魏)나라 문후(文侯)를 찾았다. 위 문후는 “좋소. 봉토에서 수확이 들어온 뒤 300금을 빌려주면 괜찮겠소”라고 말했다. 화가 난 장주는 낯빛이 변하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어제 길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물기가 말라가는 수레바퀴 자국(車轍) 안에 붕어(鮒魚) 한 마리가 있었다. 내가 “붕어로구나. 그대는 어찌 이런 처지가 되었소”라고 물었다. 붕어는 “나는 동해 물결에서 튕겨 나온 용왕의 신하다. 그대는 한 됫박의 물이라도 있다면 나를 살려 주오”라고 부탁했다. 이에 나는 “좋소. 내가 남쪽 오(吳)나라·월(越)나라 왕에게 가던 참이니 서강(西江)의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여 그 물줄기로 그대를 맞으면 괜찮겠소”라고..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疾·病·疫[질·병·역]

잊을 만하면 나타나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게 전염병이다. 이번에는 아프리카발(發) 에볼라가 세계인을 긴장시키고 있다. 병은 중국 고대에서도 인간을 괴롭히는 요소였고, 한자에 그대로 나타난다. ‘병(病)’자는 ‘?(녁)’과 ‘丙(병)’이 합쳐진 글자다. 갑골문에서 ‘?’자는 아픈 사람이 젓가락에 의지해 앉아 있는 모습이다. 병에 걸린 노파가 힘겹게 뭔가 먹으려는 형상이다. 그러기에 ‘?’자가 들어간 단어는 질병과 관계있다. ‘통증(痛症)’이 그러하고 피곤하다는 뜻의 ‘피(疲)’도 마찬가지다. 잘 낫지 않는 질병은 ‘痼(고)’, 몸에 찬바람이 들어 생긴 병은 ‘풍(?)’이다. 가장 무서운 병인 ‘암(癌)’에도 여지없이 ‘?’자가 들어갔다. ‘질병(疾病)’은 지금 한 단어로 쓰이지만, 원래는 각기 다른 대..

한 週 漢字 2020.08.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粒粒辛苦<입립신고>

날씨가 제법 선선한 게 완연한 가을이다. 중국에서는 가을을 흔히 ‘금추(金秋)’라 부른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누렇게 곡식이 익어 가는 황금빛 전답을 떠올리며 ‘황금색 가을’이기에 그렇게 부르나 했는데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오행(五行) 사상에 따라 세상 만물은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로 구성된다고 봤다. 이때 목(木)은 동방(東方)과 봄철(春季)을, 화(火)는 남방(南方)과 여름철(夏季)을, 금(金)은 서방(西方)과 가을철(秋季)을, 수(水)는 북방(北方)과 겨울철(冬季)을 각각 주관한다. 토(土)는 중앙(中央)을 주관하며 목(木)·화(火)·금(金)·수(水)의 기운을 돕는다. 금추(金秋)는 금(金)이 가을철을 주관한다는 데서 나온 것으로 그냥 가..

한 週 漢字 202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