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漢字, 세상을 말하다] 錦衣還鄕 금의환향

은행은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할까.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중국 금융인은 성어 두 개로 답한다. 설중송탄(雪中送炭)은 안 되며 금상첨화(錦上添花)여야 한다고. 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탄(炭)을 보내듯 곤경에 처한 이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곤란하단다. 떼일 염려 때문이다. 대신 비단에 꽃을 보태 더 아름답게 하듯이 우량 기업에 자금을 빌려줘 원금 안전도 지키고 이자도 챙기는 게 상책이란 이야기다. 농반진반(弄半眞半) 말 속에 팍팍한 삶의 논리가 담겼다. 금상첨화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하나로 꼽히는 왕안석(王安石)의 칠언율시(七言律詩)인 즉시(卽詩·즉흥시)에 나오는 글귀다. ‘…좋은 모임에 잔 속의 술을 비우려는데(嘉招欲覆盃中) 고운 노래는 비단 위에 꽃을 더하는구나(麗唱仍添錦上花)…’. 여기에서 금상첨화..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大學之道 대학지도

“큰 배움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힘에 있고, 백성과 친함에 있으며, 지극한 선에 머무르는 데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 전통시대 지식인들의 필독서 대학(大學)의 첫 구절이다. 대학의 세 가지 강령(三綱領)이자 배움의 취지를 밝힌 총론이다. 옛 선비들은 천자문을 떼고 난 뒤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순서대로 ‘사서(四書)’를 외우듯 공부했다. 대학은 총론에 이어 여덟 가지 공부의 조목(八條目)을 말한다. 즉 “사물의 이치에 이른 뒤에 지식이 지극해지고 지식이 지극해진 뒤에 뜻이 성실해지고, 뜻이 성실해진 뒤에 마음이 바루어지고, 마음이 바루어진 뒤에 몸이 닦아지고, 몸이 닦아진 뒤에 집안이 가지런해지며 집안이 가지런한 뒤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 천하가 평안해진다”는 격물(格..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領袖 영수

‘거느리다’라는 뜻을 가진 ‘領(령)’의 원래 의미는 ‘목(neck)’이었다. 이를 파자(破字)하면, 남에게 무엇을 시킨다는 뜻의 ‘令(령)’과 머리를 지칭하는 ‘頁(혈)’로 나뉜다. 머리가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통로, 즉 목이 되는 것이다. 옷이 목에 닿는 부분, 즉 옷깃을 의미하는 ‘의령(衣領)’이라는 말에 그 뜻이 온전히 살아 있다. 중국인은 넥타이를 ‘領帶(링다이)’라고 한다. 지도자를 뜻하는 ‘영수(領袖)’라는 말 역시 ‘목’과 관계 있다. 고대 중국인들은 옷을 만들 때 신체 접촉이 많은 옷깃(領)과 소매(袖) 부분을 특수 옷감으로 만들었다. 쉽게 닳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고관대작의 경우에는 금(金)을 덧대기도 했다. 옷깃과 소매가 화려하다는 것은 곧 신분이 높음을 상징했다. ‘영수’가 명망 ..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淡 담

수(水)는 물이 흘러가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가운데 큰 물줄기가 흐르고 양쪽으로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 모습이다. 보통 강(江)이나 하(河)의 지류를 일컫는다. 한수(漢水)가 그런 쓰임새다. 수(水)보다 작은 건 천(川)이다. 양쪽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를 말한다. 우리말에서는 ‘내’라고 한다. 수보다 큰 물줄기인 강과 하는 물 수(水) 변에 붙은 글자에 의해 의미가 구분된다. 강(江)에는 ‘반듯하다’는 뜻의 ‘공(工)’자가 붙어 물줄기가 비교적 곧은 것을 말한다. 양자강(揚子江)이 그렇다. 하(河)엔 ‘가(可)’자가 따른다. ‘가’에는 굽는다는 뜻이 있다. 가(柯)는 굽은 나뭇가지다. 그런 굽은 물줄기의 대표적 예가 황하(黃河)다. 공자(孔子)가 ‘만 번을 굽이쳐 흘러도 결국은 동(東)으로 흐른다..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平昌 평창

“중국 갔던 서기는 지금 어디 있나(中原書記今何方)/옛 고을 쓸쓸한 오랜 산모퉁이로세(古縣蕭條舊山角)/땅은 좁아 문전에 수레가 엇갈리고(地到門前容兩車)/하늘도 낮아 산봉우리 위로 겨우 석 자 떨어졌네(天低嶺上僅三尺)/가을이 깊어가니 벼 이삭은 모래밭에 널렸고(秋深禾穗散沙田)/오랜 세월 저 소나무 바위 벽에 푸르러(歲久松根緣石壁)/가는 길 험하기는 촉나라 가는 길보다 더 어려워라(行路難於蜀道難)/집에 돌아가는 즐거움이 촉나라 금관성보다 낫구나(還家樂勝錦城樂)”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1342∼1398년)이 지은 ‘평창군(平昌郡)’이란 제목의 한시다. 이처럼 평창은 ‘조선의 촉(蜀)’으로 불리던 산간벽지였다. 조선 국왕들의 선정을 모은 연대기 『국조보감(國朝寶鑑)』의 명종 16년(1561년)조에 평창군수 양..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同盟·覇權 동맹·패권

중국 춘추시대 제환공(齊桓公)이 왕에 오른 것은 기원전(BC) 685년이었다. 그는 관중(管仲)을 재상으로 임명했고, 덕택에 제나라는 강국으로 거듭났다. 제환공은 이웃 노(魯)나라의 내란을 진압했고, 위기에 처한 연(燕)을 구하기도 했다. ‘중원의 경찰’이었던 셈이다. BC 651년 제환공이 여러 제후를 지금의 허난(河南)성 쿠이추(葵丘)로 불러 모은다. 주(周)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도록 기획된 회의였다. 각 제후들은 피가 담긴 그릇을 돌려가며 충성과 평화를 다짐했다. 춘추시대 여러 차례 등장한 ‘회맹(會盟)’의 시작이다. 갑골문의 ‘盟’은 쟁반(皿)위에 소 귀(牛耳)가 담겨 있는 형상이다. 사람들이 신(神)에게 맹세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고대 자전인 설문(說文)은 “소 귀를 잘라 쟁반을 피로 붉게 ..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流水不爭先 유수부쟁선

한자 성어는 함축적이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한마디 말로 인생을 달관한 것과 같은 심오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선지 정치인은 자신의 포부를 곧잘 한자 성어를 이용해 표현한다. 잘 보면 그가 지향하는 노선과 행보를 읽을 수 있다.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한나라당 중앙당사 대표실에 걸었다가 떼어낸 휘호가 화제다. 척당불기(倜不羈). 네 글자 중 쉽지 않은 한자가 세 개나 된다. 기개 있을 척, 빼어날 당, 아니 불, 굴레 기. 기개가 있고 뜻이 커서 다른 사람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송(宋)나라 때 편찬된 운서(韻書·한자를 운에 따라 분류한 사전)인 ‘집운(集韻)’에 따르면 ‘척당은 큰 뜻을 말하며 혹은 희망이라고 한다(倜大志一曰希望也)’. 불기(不羈)와 관련해 사기(史記)는 ‘재주와..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虐殺 학살

“땅을 넓히고 백성을 모여들게 하는 것은 군자가 하고자 하지만(欲) 즐거워하는(樂) 바는 아니고, 천하의 가운데 서서 사해의 백성을 안정시킴은 군자가 즐거워하지만(樂) 천성으로 바라는(性) 바가 아니다(廣土衆民 君子欲之 所樂 不存焉 中天下而立 定四海之民 君子樂之 所性 不存焉).” 군자의 욕망을 『맹자(孟子)』는 이렇듯 욕(欲)·낙(樂)·성(性) 세 단계로 구분했다. 가장 얕은 것이 욕, 그 다음이 낙, 가장 깊이 뼛속까지 깃든 근원적인 욕망이 성이다. 모두 ‘욕망하다’라는 뜻이자 군자가 즐기고 좋아한다는 기호(嗜好)를 말한다.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맹자는 선(善)을 욕망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가르쳤다. 다산(茶山) 정약용도 『맹자요의(孟子要義)』를 지어 “사람의 욕망(性)이 반드시 선을 행하기(..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經濟 경제

일본에서 명치유신이 한창이던 19세기 중반, 많은 일본 지식인이 서방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들은 새로운 학문을 접했다. 그중 ‘Economics’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과목이 있었다. 이를 어떻게 일본에 소개해야 할까, 그들은 고민했다.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을 살려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바로 ‘세상을 바르게 다루어 백성들을 이롭게 한다’는 뜻의 ‘경세제민(經世濟民)’이었고, 이를 축약해 ‘경제(經濟)’라고 했다. 경제학은 그렇게 동양에 소개됐다. ‘경세제민’이라는 말이 중국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4세기 전후다. 동진(東晉·317∼419) 시대 학자 갈홍(葛洪)이 쓴 도가(道家) 서적 포박자(抱朴子)는 “홍수가 심할 때 기자(箕子)..

한 週 漢字 2020.08.23

[漢字, 세상을 말하다] 北島 북도

경(京)은 높은 곳에 위치한 누각의 모양을 본뜬 글자다. 이런 자형에서 나라의 수도라는 뜻이 나왔다. 북쪽에 자리한 수도 북경(北京)의 한복판에 천안문(天安門)이 처음 세워진 건 명나라 영락제(永樂帝) 때인 1420년. 당시엔 승천문(承天門)으로 불렸다. 하늘의 뜻을 받아 운(運)을 연다(承天啓運)는 뜻이 담겼다. 몇 차례 소실과 중건을 거듭하다 청나라 순치제(順治帝) 때인 1651년 천안문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천명을 받아(受命於天) 나라를 태평하게 다스리고 민심을 안정시킨다(安邦治國)는 뜻이다.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성루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 건립을 선포한 이래 천안문은 중국 정치의 중심이 됐다. ‘비열함은 비열한 사람의 통행증(卑鄙是卑鄙者的通行證), 고상함은 고상한 사람의 묘비명(高尙是高..

한 週 漢字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