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7.사람은 잔인(殘忍)한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7.사람은 잔인(殘忍)한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1. 7. 09:40 영국 시인 T.S 엘리어트. 그는 봄을 잔인하다고 읊었다. 이번 글의 주제가 '잔인'이다. 잔(殘)이라는 글자는 다른 존재 등을 ‘해친다’는 게 으뜸 새김이다. 거기서 다시 본체(本體) 등이 잘려나간 상태, 즉 ‘나머지’의 뜻을 얻는다. 잔여(殘餘), 잔존(殘存) 등이 그 예다. 이어 ‘잔인하다’ ‘잔혹하다’ 등의 새김까지 획득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가 ‘잔인(殘忍)’이다. 앞의 ‘殘’이라는 글자는 그 새김이 명확해서 문제가 없다. 뒤에 붙는 ‘忍’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이 글자의 우선적인 의미는 ‘참다’다. 인내(忍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왜 ‘殘’에 이어 붙여 ‘잔인..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6.“심상(尋常)치가 않군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6.“심상(尋常)치가 않군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0. 31. 09:07 우선 고전의 명시 한 구절 감상하자. 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의 시다. 제목은 ‘오의항(烏衣巷)’이다. 유비와 관우가 등장하는 삼국시대 때 검은색 옷(烏衣)을 입은 군대가 주둔했던 거리(巷), 나중에는 고관대작들이 살았던 고급 주택가가 시의 배경이다. 이곳에서 시인은 세월이 수 백 년 지난 뒤인 당나라 시절 마치 서울의 ‘강남 청담동’ 같았던 고급 주택가가 평범한 거리로 변한 모습을 읊는다. “옛적 왕사 대인의 처마에 들던 제비, 이제는 평범한 백성의 집에 날아온다(舊時王謝堂前燕, 飛入尋常百姓家).” 시인은 옛날 고관의 멋진 집에 머물던 제비가 이제는 ‘심상’한 백성의 집에 살고..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5.시비(是非)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5.시비(是非)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0. 24. 09:00 요즘 한국을 뜨겁게 달구는 단어가 시비(是非)다. ‘옳음’을 의미하는 ‘是’와 ‘그름’을 뜻하는 ‘非’라는 두 글자가 함께 병렬해 있는 상태다. 이렇듯 서로 뜻이 반대인 글자를 나란히 놓아 상황에 대한 판단 등을 묻거나 가리키는 식의 단어는 즐비하다. 위냐 아래냐를 따지자는 게 상하(上下), 낮과 밤을 가리키는 주야(晝夜), 밝음의 여부를 묻는 명암(明暗), 추위와 더위를 표현하는 한서(寒暑), 꽃 등이 피고 짐을 따지는 영고(榮枯) 와 성쇠(盛衰) 등이 있다. 이 번 글의 주제는 그러나 ‘시비’다. 이와 비슷한 새김의 단어는 곡직(曲直)이다. 굽었는가(曲), 아니면 제대로 뻗었는가(直)를 묻는다...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4.소질(素質)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4.소질(素質)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0. 17. 10:07 대한민국 국회의 2013년 국정감사 모습 소질을 적는 두 한자는 모두 ‘바탕’을 일컫는다. 아무런 가공이 가해지지 않은 천연 상태 그대로의 바탕을 가리킨다. 앞의 글자는 그래서 ‘희다’라는 새김을 얻지만, 처음부터 색깔을 일컬었던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아무 흔적도 올리지 않은 백지를 상상하면 좋다. 공자의 어록에 등장하는 성어 가운데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말이 있다. 가공을 거치는 게 ‘文’, 그렇지 않은 것이 ‘質’이다. 둘이 서로 조화를 이뤄 ‘빛난다’는 의미의 ‘빈빈’에 이러야 한다는 게 공자의 주장이다. 쉽게 말하자면, 타고난 바탕과 그 위에 교육 등의 가공과정을 거쳐 잘 다듬어진..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3.공갈(恐喝)과 협박(脅迫)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3.공갈(恐喝)과 협박(脅迫)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0. 10. 10:22 지난 10월1일 '국군의 날'을 맞아 보무도 당당하게 시가행진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 해병대의 모습이다. 공갈과 협박-. 자주 듣는 말이다. 공갈협박에 관한 형사법 상의 죄목까지 있으니, 우리에게는 그리 먼 용어가 아니다. 두려움의 의미를 지닌 공(恐)과 꾸짖다, 소리치다 등의 새김인 갈(喝)이 뭉쳐 ‘공갈’을 이룬다. 남의 재물을 강제로 빼앗는 강도(强盜)에 조금 못 미치는 행위에 해당한다. 겨드랑이에서 갈비뼈인 늑골, 때로는 허리 위까지를 가리키는 글자가 협(脅)이다. 일찌감치 ‘위협하다’는 뜻을 획득했다. 그곳을 겨냥해 다가서며 압박하는 행위가 박(迫)이다. 따라서 협박은 위협적..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2.검찰(檢察)과 성찰(省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2.검찰(檢察)과 성찰(省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0. 4. 09:44 올해 4월 검사 신규 임용 신고식 장면이다. 날카로운 사법의 칼로 사회의 환부를 도려내는 사람들이 검사, 그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 검찰이다. 요즘 검찰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다. 축첩이니, 혼외의 아들이니 불명예스러운 단어들과 함께 말이다. 그 검찰이라는 단어,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검사하여 살피는 일’로 나와 있다. 그렇지만 위법이나 탈법의 사례를 적발하는 행위, 즉 검거(檢擧)에 이어 그 대상자의 잘못 유무를 깊숙이 살핀다는 게 원래의 뜻으로 보인다. 경찰(警察)도 그런 뜻에서 뜯어볼 글자의 조합이다. 경계하다는 뜻의 ‘警’이라는 글자와 살핀다는 뜻의 ‘察’이라는 글자의 합성이다.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1.문안(問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1.문안(問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9. 26. 09:00 부모님에 기울이는 효도의 중요성을 적은 불교 '부모은중경'. 낮과 밤 따로 없이 부모를 공경하고 섬기라는 가르침은 동서고금의 구별이 없을 게다. “아버님 전상서, 기체후일향만강하옵시고…”라고 시작하는 편지글은 적지 않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을 내용이다. 50대에 접어든 사람들은 어렴풋이, 60대의 사람들은 글자 몇몇을, 70대의 사람들은 아련한 추억에 젖는 수준으로 기억한다. 기체후일향만강은 한자로 ‘氣體候一向萬康’이다. 기력(氣)과 체력(體)의 컨디션(候)이 지금까지 줄곧(一向) 모두 평안(萬康)하신지를 여쭙는 내용이다. 대개 아버지나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의 서두를 장식하는 글이다. 이 글은 한국에서..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당당(堂堂)함’이 그립다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당당(堂堂)함’이 그립다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9. 12. 09:00 일본 옛 명화. 우리는 이를 흔히 '집채 만 한 파도'라고 부른다. '집채 같다'는 표현은 한자로 헌연(軒然)이다. 왜 그럴까. 네모에 번듯함을 추구했던 게 과거 동양의 집 모습이다. 대개 남북으로 난 축선을 따라 동서남북의 방위에 맞춰 집을 짓는데, 그 가운데 가장 공개적인 장소이며 전체 건물의 중앙에 놓이는 집채가 바로 당(堂)이다. 굳이 말하자면, 주택 전체의 중심이자 상징이다. 적장자를 중심으로 펼치는 종법(宗法)의 그물망을 제대로 구현한 옛 중국의 주택은 반드시 이런 구조를 지닌다. 가운데 있는 정방(正房)이 곧 이 당이라는 건축물에 들어서며, 이곳에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구축(驅逐)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구축(驅逐)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9. 5. 09:00 잠수함과 함께 기동 훈련 중인 대한민국 해군의 구축함 모습. 해군의 함정 중에 다수를 차지하는 게 구축함(驅逐艦)이다. 이 ‘구축’의 우선적인 의미는 몰아내다, 쫓아내다 등이다. 말을 몰고 다니는 일이 구(驅)요, 그렇게 해서 상대를 몰아가는 게 축(逐)이다. 물론 해군 함정의 구축함이 지니는 용도가 쫓고 몰아내는 행위에만 있지 않다. 적의 잠수함과 해상 함정을 공격해서 격파하는 게 주 임무다. 영어로 ‘Destroyer’라는 공격 및 파괴형의 함정을 ‘구축’이라는 말로 번역을 했으니, 이 한자 단어에는 아무래도 ‘쫓아내다’ ‘몰아가다’의 의미를 한 단계 넘어선 공격적 의미가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 옛..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8.한선(寒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8.한선(寒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8. 30. 09:24 ‘차가워진 날(寒)의 매미(蟬)’라는 뜻이다. 만물의 기운이 왕성하게 자라나는 여름을 역시 왕성한 울음소리로 채우는 녀석이 매미인데, 놈들은 공기가 차가워지는 가을 무렵이면 울음소리가 완연하게 줄어든다. 가을은 아마도, 이 매미들이 울려대는 소리와 함께 오는가보다. 요즘 가을이 길에 밟히기 시작한다. 처서가 지나면서 먼 하늘 자락을 떠돌기만 하던 가을의 기운이 엊그제 대지를 적신 비로 인해 길에 내려앉아 그 위를 부지런히 다니는 사람들의 발 아래 조용히 몸을 맡긴다. 더위 지나면 차가움이 온다고 했다. 한자로 적으면 서왕한래(暑往寒來), 또는 한래서왕(寒來暑往)이다. 더위가 가서 추위가 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