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7.행림(杏林)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7.행림(杏林)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 17. 09:25 살구나무 숲을 이뤄 빈민구제에 나섰던 동봉의 삶을 그린 상상화. 굳이 풀어 옮기자면 ‘살구나무 숲’이다. 이 단어는 ‘의사(醫師)’를 일컫는다. 제법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조조(曹操)와 유비(劉備)가 활약하던 중국의 이른바 ‘삼국시대’ 때 실재했던 사람인 동봉(董奉 221~264년)과 관련이 있는 단어다. 그는 화타(華陀), 장중경(張仲景)과 함께 중국 역사 속 3대 명의(名醫)로 알려진 인물이다. 동봉은 지금으로 따지면 중국 동남부의 푸젠(福建) 출신으로, 나중에는 경치가 아주 빼어난 인근 장시(江西)의 여산(廬山)에 들어가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일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는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6.천마(天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6.천마(天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 9. 09:00 천마의 모습을 형상화한 중국의 대표적 유물. 날개를 달아 천마를 표현한 서양과는 달리 말굽 밑의 새(제비 모습)로써 말이 하늘을 나는 상황을 그렸다. 말의 해라서 말에 관한 말들이 많이 나돈다. 말은 예로부터 중요한 군사적 물자였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전략적 요소에 해당했다. 그래서 말은 매우 귀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치는 말이 하늘의 말, 즉 천마(天馬) 아닐까. 아무래도 단어에 ‘하늘’을 가리키는 天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대상을 높이거나 상찬하는 말이다. 천마의 유래는 흉노 등 중국 서북지역의 유목민들을 물리치고 영토 확장에 관심이 많았던 한(漢)나라 무제(武帝)와 관련이 있다. 그가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5.짐작(斟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5.짐작(斟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 3. 09:29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다. ‘무엇인가를 짐작하다’라고 할 때다. 이 말이 원래 술을 따르는 행위라는 점은 제법 잘 알려져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앞의 글자는 ‘짐작할 짐’이라는 대표 새김을 해놓고, 그 밑의 설명에 ‘술 따르다’의 의미를 덧붙였다. 뒤의 글자는 ‘술 부을 작’ ‘잔질할 작’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구분하는 뜻이 있다. 둘 다 원래는 술을 상대에게 따르는 행위다. 그러나 斟은 상대의 술잔에 술을 채우지 않는, 조금 부족하게 따르는 행위다. 그에 비해 뒤의 酌은 술을 넘치게 따르는 일이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다 안다. 모자라도 어딘가 섭섭하고, 가득 채우자니 어딘가 결례라는 점을.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4.철마(鐵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4.철마(鐵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2. 26. 10:00 1950년 6월25일 발발한 전쟁, 우리는 아직 마음속에 그 아픔과 상처를 기억하고 있다. 그 전쟁으로 남북의 철도가 끊겼고 한반도 동맥을 잇던 기차들도 반도의 중부에 만들어진 비무장지대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강원도 철원에는 그 아픔을 상징하듯 녹슨 기관차가 60년 동안 운행을 멈춘 채 서 있다. 언론은 그를 보고 “철마(鐵馬)는 달리고 싶다”라는 카피를 만들어 민족의 분단을 생생하게 그렸다. 기차를 철마로 지칭한 것은 기관차나 전차(tank)를 일컫는 영어 ‘iron horse’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지금은 국어사전에도 ‘쇠로 만든 말, 즉 기차를 가리킨다’라고 나와 있다. 요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3.별천지(別天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3.별천지(別天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2. 20. 09:28 당나라 시인 이백의 시 '산중문답'을 상상해서 그린 현대 중국 산수화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단어를 썼다. 이상적인 곳, 살기 좋은 곳, 그래서 신선(神仙)이 머무르는 곳, 꼭 가보고 싶은 곳, 이상하리만치 매력적인 곳…. 뭐, 이런 등등이다. 아이들에게는 판타지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아주 재미난 놀이시설이 있으면 분명 그곳이 별천지다. 가난한 가장에게는 가족의 끼니와 아이들 교육비 걱정 없이, 더불어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돈을 잘 벌 수 있는 곳이 그런 별천지다. 취업 걱정할 필요도 없이 여기저기서 날 모셔가는 곳이 있으면 그곳이 바로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별천지다. 이 말은 우리가 잘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2.실족(失足), 그리고 실각(失脚)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2.실족(失足), 그리고 실각(失脚)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2. 12. 09:00 명나라 화가이자 문인인 당백호. 과거에 합격했다가 다른 응시자의 부정행위에 연루돼 좌절하자 "한 번 실족으로 천고의 웃음거리가 됐다"고 한 일화를 남겼다. 발을 헛디디면 넘어진다. 그럴 때 우리는 실각(失脚)과 실족(失足)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냥 땅에 넘어져 낭패를 당하면 그만이지만, 권력의 무대에서 떨어지는 경우라면 상황이 자못 심각하다. 요즘 북한 권력 2인자로서 활동했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그 경우다. 우리 언론들은 그를 ‘실각했다’라고 표현한다.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진다는 점에서 그 실각과 같은 뜻을 지닌 단어가 있다. 바로 ‘실족’이다. 그러나 이 말의 원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1.섭정(攝政)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1.섭정(攝政)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2. 5. 09:00 청나라 말 가장 강력한 섭정자였던 서태후, 즉 자희태후의 초상. 드리운 발 뒤에서 조정의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수렴청정'의 대명사와 같은 인물. 우리가 온도를 표기할 때 쓰는 단어가 ‘섭씨(攝氏)’다. 이 단어는 온도 측정의 단위를 만들었던 스웨덴의 천문학자 Anders Celsius(1701~1744)의 이름을 음역한 말이다. 즉, Celsius를 ‘攝氏’라고 적어놓고서는 ‘서스’라고 발음한 것이다. ‘셀시우스(Celsius)’에 가까운 발음을 고르느라 그런 글자를 선택했을 수도 있고, 중국인들이 스스로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성씨(姓氏)를 가리키는 글자 ‘氏’를 붙였을 수도 있다. 온도의 다른 단위..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0.퇴로(退路)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30.퇴로(退路)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1. 28. 21:03 새를 잡을 때 그물 삼면을 열어 줬다는 '관용'의 스토리 속 주인공 상 탕임금의 상상도.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 그럼, 막다른 길에 몰린 개는 어떨까. 답은 ‘담을 뛰어 넘는다’다. 중국 버전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앞의 고양이가 등장하는 속담은 한국과 일본에서 쓰는 말이다. 개가 등장하는 뒤의 속언은 중국에서 쓴다. 닥친 경우가 절박하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게 이 말의 함의라고 한다. 그러나 두 속언이 궁지에 몰린 쥐, 막다른 길에 몰린 개의 절박함만을 표현하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상황 관리’의 시각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궁지나 막다른..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9.‘마각(馬脚)’을 드러낸 사람들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9.‘마각(馬脚)’을 드러낸 사람들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1. 21. 09:00 '마각을 드러내다'의 스토리 속 주인공, 주원장의 부인인 마황후의 모습이다. ‘진짜 모습을 드러내다’, 또는 ‘흉한 제 꼴을 남에게 들키다’ 등의 표현에 따르는 단어가 마각(馬脚)이다. 마각은 곧 말의 다리라는 의미다. 말이 사람 말을 알아들으면 억울하겠지만, 마각은 어쨌거나 결코 좋지 않은 뜻의 단어다. 그 연원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당(唐)나라 때 유행한 놀이에서 비롯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전설상의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麒麟)을 등장시켜 벌이는 놀이였다는데, 기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인지라 그로 분장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했다. 따라서 사람들은 말(馬)에다가 상상속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8.경제(經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8.경제(經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11. 14. 09:00 '덕을 두텁게, 배움을 넓게해서 세상을 이끌어 백성을 편안케 한다'는 뜻의 중국 한 대학 교훈. 옷감을 짤 때 날줄과 씨줄이 있다. 날줄은 세로, 씨줄은 가로 방향이다. 이 두 줄을 겹쳐 놓으면서 직물(織物)을 짠다. 세로 방향으로 난 날줄을 일컫는 단어가 ‘경(經)’이고 씨줄이 ‘위(緯)’다. 지구를 경도(經度)와 위도(緯度)로 표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경제(經濟)다. 지금의 ‘경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먹고 사는 일, 그에 수반하는 여러 조건들을 해결하고 나누며, 때로는 주고받는 모든 행위가 경제에 들어간다. 이 경제라는 낱말의 ‘경’이라는 글자는 여기서 ‘운영하다’ ‘다루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