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청문(聽聞)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청문(聽聞)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8. 22. 18:31 듣고 보는 행위를 한자로 표현하면 시청(視聽)이다. 또 다른 한자 단어는 견문(見聞)이다. 둘 모두 듣고 보는 동작을 일컫는 한자 단어다. 그러나 새김에 있어서는 조금 차이가 있다. 앞에 나오는 ‘시청’은 듣고 보는 동작에 관한 직접적 표현이다. 뒤의 ‘견문’은 듣고 보는 ‘시청’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는 행위에 관한 표현이다. 예를 들자면 그저 보고 듣기만 할 뿐 제대로 그 정보의 의미 등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건성으로 보고 듣는다는 얘기다. 이럴 때 쓰는 성어가 ‘시이불견(視而不見), 청이불문(聽而不聞)’이다. 보되(視而) 제대로 안 보며(不見), 듣되(聽而) 제대로 듣지 않는(不..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교정(校正)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교정(校正)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8. 16. 09:48 중국 동진(東晋 AD316~420년) 시기의 무덤에서 나온 토용의 모습이다. 둘이 마주 앉아 진지하게 글을 다듬는 문장 교열인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쓰인 글에 잘못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일이 바로 교정(校正)이다. 글자 ‘교(校)’에 그런 행위를 가리키는 새김이 있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게 ‘바로잡다’의 의미를 지닌 ‘정(正)’이다. 그러나 이 단어의 뿌리를 좇아 올라가면 우리는 이상한 글자와 마주친다. 바로 원수(怨讐)를 뜻하는 ‘수(讐 또는 讎라고도 쓴다)’라는 글자다. 교정이라는 글 다듬기 작업과 ‘원수’는 도대체 어떻게 어울릴까. 과거 중국에서는 글 교정 작업을 수서(讐書)라고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5.노익장(老益壯)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5.노익장(老益壯)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8. 9. 10:49 '노익장'이라는 단어, 또는 성어를 낳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 마원의 초상. 동한(東漢)의 개국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이빨이 어느덧 흔들린다. 기미가 생겨나며, 얼굴에는 주름이 접힌다. 이런 현상이 내게 일어난다면? 바로 나이를 꽤 많이 먹었다는 얘기다. 10년을 단위로 연령(年齡)에 관해 매긴 호칭이 거저 생긴 것은 아니다. 나이 삼십에 이립(而立)하고, 사십에 불혹(不惑)이다. 오십은 지천명(知天命)이고, 육십이면 이순(耳順)이다. 서른에 뜻을 세우고, 마흔에는 아무 것에나 끌리지 않으며, 쉰이면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안다. 예순이면 같잖은 의견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4.쥐(鼠)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4.쥐(鼠)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8. 2. 11:38 흑묘백묘론으로 '쥐 잘 잡는 고양이'의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했던 덩샤오핑의 동상.(중앙일보 조용철 기자 제공) 이 한 여름, 갑자기 쥐에 관한 잡념이 떠오른다. 쥐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과거 농경을 천업(天業)으로 삼던 왕조 시절의 동양에서는 쥐가 절대적인 혐오 동물이었다. 힘들여 생산한 곡식을 훔쳐 먹는 얄미운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태산이 짜르르 울릴 정도로 소란스러운가 싶었는데, 쥐 한 마리가 지나가더라’는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속담도 쥐에 관한 왠지 모를 노여움을 담고 있다. 그런 정서는 우리보다 중국이 훨씬 더하다. 물산이 풍부해 파라다이스와 같다고 해서 ‘천부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초(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초(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7. 25. 11:26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서고의 옛 모습 당(唐)나라 때의 스타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풀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 있다. 그가 젊었을 적 과거를 보러 수도 장안에 들렀을 때 이름 높은 한 시인에게 자신의 시재(詩才)를 선보이기 위해 건넨 작품이었다. 그 앞부분은 이렇다. 離離原上草,一歲一枯榮。 野火燒不盡,春風吹又生。 번역하자면 이렇다. 들판 가득 자란 풀, 세월 따라 자랐다가 사라지지. 벌판을 휩쓰는 불도 그를 없애지 못하지, 봄바람 불면 또 자라날 테니. 한국의 시인 김수영도 같은 감회를 지니고 있다. 그가 1968년에 발표한 시 ‘풀’은 앞 내용은 이렇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2.용퇴(勇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2.용퇴(勇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7. 18. 08:56 중국 춘추시대 월(越)나라 구천(勾踐)을 도와 오(吳)를 꺾는 데 성공한 사람의 하나가 범려(范蠡 BC536~BC448 추정)다. 그는 중국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는 숱한 인물 중에서도 지혜가 매우 뛰어난 사람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월나라 왕 구천과 함께 오나라를 제압했을 때 보인 행동이 이채롭다. 그는 숨어 지내는 길을 택했다. 오나라를 무찌르는 과정에서 그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따라서 일등공신의 자리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사랑한 여인 서시(西施)와 함께 강호(江湖)로 숨어들어 이름을 바꾼 뒤 상인으로서 거대한 부를 쌓았다. 그는 구천의 사람됨을 믿지 못했다. 함께 어려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중국 밥자리는 그냥 밥자리가 아니다 -한중 정상회담 뒤 우리가 새겨야 할 일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중국 밥자리는 그냥 밥자리가 아니다 -한중 정상회담 뒤 우리가 새겨야 할 일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7. 9. 09:00 중국에 반국(飯局)이라는 말이 있다. 밥 또는 식사를 뜻하는 반(飯)이라는 글자 뒤에 게임이라는 뜻의 국(局)이라는 글자를 붙였다. 굳이 번역하자면 ‘밥자리 싸움’ ‘밥자리 게임’이다. 밥 또는 식사와 게임을 연결시킨 문화는 아마 중국이 최고의 수준일 테다. 일찍이 진시황(秦始皇)이 사망한 뒤 천하의 패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였던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막바지 경합에서 상대의 목숨을 빼앗고자 했던 곳이 밥자리, 즉 ‘홍문에서의 파티(鴻門宴)’였다. 매실이 익는 계절에 조조(曹操)가 힘 잃은 유비(劉備)를 불러다가 “천하의 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밀(密)과 통(通)에 대하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밀(密)과 통(通)에 대하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6. 28. 09:45 6월25일자 중앙일보 29면(오피니언)에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쓴 칼럼이 실렸다. ‘박근혜와 시진핑의 밀통적신(密通積信)’이라는 제목이다. 중국인들이 보이는 습성, 또는 행위 상의 특성이 ‘밀통적신’이며, 이를 잘 이해해야 중국과 상호불신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관계의 장을 열어갈 수 있으리라는 게 글의 취지다. 취지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단지 중국식 성어라고 필자가 소개한 ‘밀통적신’의 ‘밀통’이라는 단어를 해석하는 데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보자는 생각이 든다. 정덕구 전 장관은 이를 ‘은밀히 통하다’로 쓰고 있다. 꼭 그렇지는 않은데, 그렇게 해석한 이유는 뭘까.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동란(動亂)과 난동(亂動), 그리고 율동(律動)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9.동란(動亂)과 난동(亂動), 그리고 율동(律動)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6. 25. 16:11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대구역. 전선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나이 든 어머니가 물 한 바가지를 떠와 먹이려 한다. 기약 없는 이별이다. 아들이 살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어머니의 눈빛, 언제 다시 볼지 모를 어머니의 곁을 떠나 전선으로 향하는 아들의 눈빛이 서로 마주치려 한다. 고요한 대한민국에 6.25는 동란이자 사변이며, 아울러 거대한 참화였다. 오늘이 6.25전쟁 발발 63주년이다. 아울러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7월27일) 60주년의 해다. 우리는 당시의 전쟁을 평범하게 부르지 않는다. 김일성 군대의 남침으로 인해 발생한 거대한 소용돌이라는 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8.연전연패(連戰連敗)일까, 아니면 연패연전(連敗連戰)일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8.연전연패(連戰連敗)일까, 아니면 연패연전(連敗連戰)일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3. 6. 21. 07:30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이란과의 경기 (사진출처: ⓒKFA 홍석균) 지난 7월18일 한국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을 통과했다. 모두 8차례, 연속으로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는 데서 우리는 겨우 위안을 얻었다. 그 날 최종 예선 경기에서 숙적인 이란에게 홈그라운드 경기임에도 시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결국 0대1로 패했기 때문이다. 이란 앞에 나서면 작아지는 한국 축구라는 말이 나온다. 종합 전적에서는 다소 뒤지지만, 최근 경기에서는 이란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다. 싸움에 나서 계속 패배하는 게 연전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