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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간신열전] [162] 사무사(思無邪)

오피니언 전문가칼럼 [이한우의 간신열전] [162] 사무사(思無邪)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11.24 03:00 사무사(思無邪), 흔히 “생각에 그릇됨이 없다” 정도로 번역된다. 그러나 문맥을 감안하면 이 번역은 수정되어야 한다. 이 말은 ‘논어’ 위정(爲政)편에 나오는데 위정편은 주제가 다움[德]이다. 다움은 말과 행동에서 드러난다. 이런 문맥에서 사무사(思無邪)란 “말과 행동에 그릇됨이 없으려면 생각에서부터 그릇됨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의 사무사(思無邪)를 좀 더 상세하게 풀어낸 것이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사무(四毋)이다. 이는 공자 자신이 하지 않았던 네 가지를 말한다. “스승님께서는 네 가지를 끊어버리셨다. 억측을 하지 않으셨고 반드시, 결코, 절대 등을..

간신열전 2022.11.24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1272] 蹴球(축구)

蹴 球 *찰 축(足-19, 2급) *공 구(玉-11, 6급) 오늘 밤 카타르 월드컵 H조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에서 우리나라 팀이 꼭 이기를 비는 뜻에서 ‘蹴球’란 두 글자를 속속들이 파헤쳐 속에 담긴 속뜻을 쏙쏙 찾아내 본다. 蹴자는 발로 ‘밟다’(step on)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니, ‘발 족’(足)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就(이룰 취)는 발음요소로 뜻과는 무관하다. 발로 ‘차다’(kick)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球자는 ‘옥 소리’(the sound of a jade)를 뜻하기 위해서 ‘구슬 옥’(玉)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求(구할 구)는 발음요소다. 옥 모양의 입체 원형, 특히 ‘공’(a ball)이나 ‘공’ 모양의 것을 지칭하는 말로 확대 사용됐다. 蹴球는 ‘공[球]을 주로 발로 차서[..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1271] 獸醫(수의)

獸 醫 *짐승 수(犬-19, 3급) *의사 의(酉-18, 6급) 이것이 없는 사람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은? 먼저, ‘마침 수의가 지나가던 길에 누렁이의 배를 살펴보았다’의 ‘獸醫’를 공부한 다음에 명답을 찾아보자. 獸자는 커다란 포크 모양의 무기나 수렵 도구를 뜻하는 單(단)과 개 견(犬), 고함을 지르며 짐승을 따라잡기 위해 쫓아가는 사냥꾼을 상징하는 ‘입 구’(口)가 조합되어 있는 글자다. 들짐승을 ‘사냥하다’(hunt)가 본래 의미인데, ‘짐승’(a beast; an animal)을 뜻하는 것으로도 쓰이게 됐다. 醫자는 ‘의사’(a doctor)를 뜻하기 위해서 의사가 쓰던 갖가지 공구 즉, 수술 도구를 넣는 상자[匚․방], 살을 째는 데 쓴 화살[矢․시]촉 같은 작은 칼, 창[殳․수]같이..

전광진의 '하루한자와 격언'[1270] 早速(조속)

早 速 *이를 조(日-6, 4급) *빠를 속(辶-11, 6급) ‘빨리! 빨리!’가 한국인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고 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해 주십시오’의 ‘조속’이 뭔 말인지 알자면 ‘早速’이라 옮겨 쓴 다음에 하나하나 뜯어봐야 비로소 그 뜻을 알 수 있다. 早자가 원래는 ‘해 일’(日)과 ‘으뜸 갑’(甲)이 합쳐진 것으로 ‘이른 아침’(early morning)을 뜻하는 것이었다. 후에 甲이 十으로 간략하게 변화 됐고, ‘일찍’(early)이란 뜻으로도 쓰이게 됐다. 速자는 길을 가는 것이 ‘빠름’(quick)을 뜻하는 것이었으니, ‘길갈 착’(辶=辵)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束(묶을 속)은 발음요소다. ‘빨리’(quickly)라는 부사적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早速(조:속)은 ‘이르고도[早] ..

[이규태 코너] 새문안 대궐

[이규태 코너] 새문안 대궐 조선일보 입력 2002.05.20 19:11 경희궁(慶熙宮)의 중심부기 복원되어 오늘 공개된다. 새문 안에 있기에 새문안 대궐이라고도 하는데 그 새문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양 사대문 가운데 하나인 서대문은 태종 때까지 서전문(西箭門)이라 하여 경희궁 안쪽 옛 서울고등학교 본관 서편에 있었던 것을 보다 남쪽으로 옮겨 돈의문(敦義門)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하여 이 돈의문을 새로 지었다 하여 새문(新門)이라 불렀고, 서전문도 틀어막았다 해서 새문(塞門)이라 불렀다. 그래서 서대문 안을 새문안이라 불러왔는데 한문표기를 하면서 신문로(新門路)라는 지명이 생겨나 지금도 그렇게 쓰이고 있지만 문헌에 보면 새문동(塞門洞)·경희궁도 새문동궁(塞門洞宮)으로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이규태 코너 2022.11.24

[이규태 코너] 참새

[이규태 코너] 참새 조선일보 입력 2002.05.21 19:22 참나무·참깨·참외ㅡ하듯이 참자가 붙은 것은 상대적으로 사람에게 보다 가깝고 유익할 때 붙이는 접두사다. 그렇다면 참새는 새 가운데 사람에게 친근하고 유익하다 해서 얻은 이름일 것이다. 야생의 새 가운데 집뜰이나 마루에까지 날아오는 새는 참새뿐이며 그래서 손님새란 뜻인 빈작(賓雀)이라고도 했고 방문 안으로 들어오면 잡아서 안 된다는 금기마저 있다. 제주도 무속신화에서 처녀가 애 배고 쫓겨나 받는 벌로 벼 두 동이를 손으로 까도록 시킨 대목이며 고전소설에 계모가 본처 딸 구박시키는 수단으로 벼 방아찧게 하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이 때 참새떼가 날아와 모조리 까 주고 일제히 날아 껍질을 날려 주고 간다. 참새는 이렇게 약자를 돕고 서민 편에 ..

이규태 코너 2022.11.23

[이규태 코너] 친인척 관리특별법

[이규태 코너] 친인척 관리특별법 조선일보 입력 2002.05.22 19:16 대통령의 아들이 검거당하고 친인척 비리를 막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요즈음 임금님의 자제나 친인척의 권력형 비리를 조상들이 어떻게 대처해왔는가 알아보는 것도 무위하지 않을 것 같다. 첫째, 왕자나 친인척이 월권과 비리로 접근했을 때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경우다. 왕자 사부 민백형(閔伯亨)이 벼슬을 얻어 나갈 때 왕자가 그 스승이 기른 매화를 욕심내 「임금님에게 바치려 한다」고 했다. 이에 임금님 곁에 있으면 누가 바친 것인가가 소문나고 임금의 총애를 얻기 위한 농간으로 소문날 것이 뻔하다며 거절했다. 사육신인 하위지(河緯地)는 「역대병요」를 편찬한 공으로 수양대군이 벼슬을 올려주자 월권이요 저의가 있다 하여..

이규태 코너 2022.11.23

[이규태 코너] 벌거숭이 닭

[이규태 코너] 벌거숭이 닭 조선일보 입력 2002.05.23 20:23 고대 희랍의 반체제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정통 철학자 플라톤과는 앙숙이었다. 빈 통속에 살면서 굴러다니며 밥을 얻어먹고 다니는 디오게네스더러 플라톤이 개라고 말하자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발길질하고 욕질하는 사람에게 되돌아가곤 하니까ㅡ」 했다. 플라톤의 「인간은 털 없는 두발 짐승이다」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을 무렵 디오게네스는 플라톤이 가르치고 있는 교실에 불쑥 나타나 「이것이 플라톤의 인간이다」며 털 뽑은 벌거숭이 닭을 들어보였다. 플라톤의 논리를 비하하는 벌거숭이 닭이지만 중국에서 「벌거숭이 닭이 진짜 닭이다」는 논리를 편 것은 양주(楊朱)다. 닭에는 오덕(五德)이 겸비해 있는데 머리에 벼슬을 이고 있으니 문(文)이 있고..

이규태 코너 2022.11.23

[이규태 코너] 코르셋 역사속으로

[이규태 코너] 코르셋 역사속으로 조선일보 입력 2002.05.24 20:10 야사에 보면 병자호란 때 청나라의 강화조건 가운데 하나로 유방이 큰 대유녀(大乳女) 3000명을 차출, 청 태조의 고향인 영고탑(寧古塔)에 이주시키라는 것이 있었다. 인구를 번창시키려는 방편일것이요 유방이 클수록 생산력이 강하다는 생각은 동서가 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고대 희랍 로마의 아가씨들은 유방을 크게 보이고자 끈을 유방 아래로 돌려 쳐받치게 해서 등뒤에서 맺었다. 이 끈은 첫날 밤 신랑이 끊게끔 돼 있었다. 이 유방 키우는 끈이 후에 유방을 추켜 올리는 「부스크」가 되고 이것이 코르셋의 뿌리가 된다. 로마가 망하고 그리스도 시대가 되면서 유방은 가급적 사람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금욕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그..

이규태 코너 202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