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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보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8〉

어떤 보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8〉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11-25 03:00업데이트 2022-11-25 03:19 그리운 그대, 결국 어디에 가 계신지. 슬픔에 젖어 아득한 형주 땅 바라봅니다. 온 세상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저를 발탁하신 지난 은혜 평생 간직할 겁니다. 전 이제 곧 농사일에 뛰어들어, 경작하며 전원에서 늙어갈 겁니다. 남으로 나는 기러기 한없이 바라보지만, 무슨 수로 한마디라도 전할 수 있을는지요. 所思竟何在, 창望深荊門. 擧世無相識, 終身思舊恩. 方將與農圃, 藝植老邱園. 目盡南飛鳥, 何由寄一言. ―‘형주의 장 승상께 부치다(기형주장승상·寄荊州張丞相)’ 왕유(王維·701∼761) 자신을 중용한 은혜를 생각하면 시인의 재상 장구령(張九齡)에 대한 공경심은 ..

[이규태 코너] 흉노(匈奴)

[이규태 코너] 흉노(匈奴) 조선일보 입력 2002.04.30 19:50 우주여행에서 오로지 볼 수 있는 지구상의 인조물이 만리장성이다. 그 장성을 쌓지 않을 수 없게 한 것이 북방 기마민족인 흉노다. 서쪽으로 달려가 로마제국을 멸망케 하는 요인을 이룬 것도 흉노요, 얼음으로 연륙된 알래스카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으로 정착한 것도 흉노라는 설이 있는 바람의 민족이다. 국립 민족 박물관은 몽골 아카데미와 유대하여 아르강변의 흉노 유적지를 발굴, 그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고대 신라문화와 유사한 점이 많아 그 문화전파에 각광을 대보고자 한다. 이미 신라 고분 출토물에서 신라 초기 지배층이 원주민 아닌 북방 기마 민족이라는 심증을 굳혔었다. 출토물의 거의 다가 마구(馬具)요, 얼마전에도 기마상이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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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밥퍼’ 운동

[이규태 코너] ‘밥퍼’ 운동 조선일보 입력 2002.05.01 18:53 노숙자 노인 걸인 등 소외받은 사람들에게 밥을 나누어주는 청량리 역전의 밥퍼운동에 외국인 교수를 비롯, 국적을 초월한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어 사회의 아랫목 같은 훈김을 느끼게 한다. 이 아랫목은 옛날에도 없지 않았다. 주로 한양 사대문 사소문 앞이 노숙자의 잠자리인데 그 중 동대문과 남대문 앞은 일거리 찾아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수백명을 헤아렸다. 북촌 양반들이나 황토마루의 중인들 가문에서는 이 성문 앞을 찾아다니며 노숙자들에게 밥 보시를 했다. 밥솥과 국솥을 숯불로 덥히게끔 된 밥수레를 끌고 와 「개천(청계천)변 천녕(川寧)현씨(玄氏) 밥보시요!」 「교사동 김참판댁 밥보시요!」 하며 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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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유명인의 아들들

[이규태 코너] 유명인의 아들들 조선일보 입력 2002.05.02 19:01 퀴리 부인의 딸들처럼 부모의 일을 이어받아 명성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명인의 자녀는 대체로 그 명성의 중압과 혜택받은 후광 속에서 자조의 능력을 상실, 비뚤어진 여생을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에디슨의 아들 토머스 2세는 아버지 이름을 팔아 에디슨 전기회사를 만들고 생각을 찍을 수 있는 기계며 감기를 낫게 하는 기구를 발명했다고 허위 선전하자 아버지는 그 아들의 회사를 걸어 소송, 문을 닫게 하고 아들은 퇴락의 길을 걸었다. 「유명인의 아들이라는 것은 자랑스럽지만 자랑 이상으로 불행을 유발한다」했고 며느리는 금세기 최대의 위대한 인물의 아들이 주 40달러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불평하고 다녔다. 비폭력 비협력의 영웅 간디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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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금강산 댐

[이규태 코너] 금강산 댐 조선일보 입력 2002.05.03 19:07 북한 땅 북한강 상류를 막아 만든 금강산댐이 들어선 지역을 조선초 학자 강희백(姜希伯)은 「땅이 독속같이 편벽하여 숨어살기 알맞구나」라고 읊었고, 고려말의 이곡(李穀)은 「숲 사이의 낡은 집은 유망(流亡)한 백성들의 빈 집이요 산비탈 밭들은 수탈에 시달려 황폐해져있구녀」라고 읊었을 만큼 예부터 버려진 독 같은 오지였다. 목적은 금강산의 산허리를 뚫어 그 터널로 댐물을 동쪽으로 끌어다 수력발전을 하기 위한 것으로 돼 있다. 그 수몰지역에 통구(通溝)라는 지명이 있었는데 구(溝)는 인공적인 수로를 뜻하기에 금강산댐의 발전 수로를 내다보는 예언적인 지명이라고 한때 입에 올랐었다. 그 금강산 흙둑의 함몰한 부위들과 둑 허리에서 물이 새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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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코 인사

[이규태 코너] 코 인사 조선일보 입력 2002.05.05 18:47 뉴질랜드에 들른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원주민인 마우리족과 코를 맞댄 전통 코인사 사진이 보도되었다. 우리나라 절처럼 체위를 낮추는 종적 인사보다 코를 맞추는 횡적 인사는 보다 평등하고 현대적인 것 같지만 생소하여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도 코인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남도잡가(南道雜歌)에 '임과 함께 보릿대 뽑아물고/빙빙돌며 콧등을 비빈다'는 대목이 있는데 남녀 유별의 가혹한 중압을 피해 보리밭에 가 보릿대 서로 물고 코를 비비는 간접 키스는 그 얼마나 목가적인가. 입술을 맞대는 키스의 전 단계로 보다 청순한 한국판 코 키스였다 할 수 있다. 안긴 아기에 대한 사랑 표시로 어머니가 곧잘 콧등을 대 비비곤 한 것으로 미루어 한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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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추기경의 장애체험

[이규태 코너] 추기경의 장애체험 조선일보 입력 2002.05.06 19:49 한·일 시각장애인 축구대회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눈을 가리고 시축함으로써 아픔을 나누는 광경이 보도되었다. 예수가 심판받았던 예루살렘 빌라도 총독관저에서 골고다의 형장(刑場)까지 예수가 십자가 메고 걸었던 고난의 비탈길에는 예수가 메었던 것과 같은 무게(70㎏)의 십자가를 메고 그 고통을 체험하는 순례자를 흔히 볼 수 있다. 임진왜란 때 납치돼갔다가 일본 도쿠가와(德川家康)의 천주교 금교령에 저촉되어 외딴섬 고우쓰시마(神津島)에 유배해 살았던 한국 여인 줄리아는 예수의 십자가 고행을 공감하고자 해변의 자갈밭을 매일처럼 맨발로 걸어 피를 흘렸다. 그 섬에 붉은 자갈이 많은데 줄리아의 피 자갈로 구전되고 있었다. 테헤란 거리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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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回心曲

[이규태 코너] 回心曲 조선일보 입력 2002.05.07 19:39 우리나라에도 기독교나 힌두문화권처럼 7수를 존중하는 7일사상이 있었다. 단군신화에서 웅녀가 3·7 곧 21일 만에 성인했음이며, 박혁거세가 승천한 지 7일 만에 유체가 땅에 떨어졌다함이며, 진표율사가 3·7 21일 만에 득도했음이 그 사상의 표출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첫 이레 두 이레 세 이레마다 잔치를 베푼 것이며, 죽어서 초(初)7 2·7 3·7 4·7 5·7 6·7 7 7마다 절에 가 공양을 드리거나 전탑(殿塔)을 돌았던 것도 7일사상의 나타남이랄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7일 만에 한 번씩 7번 심판을 받고, 이승에 돌아가느냐 지옥에 가면 어느 지옥에 가느냐가 정해지는 기간이다. 곧 7·7 49일 동안 영혼은 사유(死有)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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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가시나무 새

[이규태 코너] 가시나무 새 조선일보 입력 2002.05.08 19:11 신약성서 「고린도 사람에게 보낸 둘째 편지」에 교만하지 않게 하려고 내리는 사탄의 사자로서 몸을 찌르는 가시 같은 병을 주셨다는 대목이 있다. 그 가시는 애욕의 상징이며 영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독소로 그 때문에 시련받는 수도자나 성직자를 가시나무 새로 곧잘 비유했다. 가시나무에 깃을 들이고 살면서 그 가시에 찔리지 않고자 평생 몸을 사리고 살다가 가시에 찔리면 단 한번 아름답게 울고 죽어간다는 새이기 때문이다. 스님 부설(浮雪)은 부처님 곁에 피어있던 금단의 연꽃을 꺾은 죄로 벙어리가 되어 이승으로 추방당했다는 구묘화(具妙花)의 미모에 심화(心火)를 태웠다. 이 가시를 피하고자 팔도의 험난한 곳을 찾아 갖은 고행을 다했지만 끝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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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실크로드 연수

[이규태 코너] 실크로드 연수 조선일보 입력 2002.05.09 18:57 광해군 때 갑부로 고비(高斐)라는 이가 있었다. '자린 고비'라는 말이 이 고비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을 만큼 인색하기로도 소문난 부자다. 돈을 많이 벌었기로 팔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돈버는 비법을 은밀히 물어보곤 했다. 그럴 때 고비는 어떤 어려움도 무릅쓰겠다는 다짐을 받고 동구 밖 정자나무 아래로 데려간다. 나무에 오르게 하여 곁가지를 타라고 시킨다. 가지 끝에 이르면 두 손으로 가지를 붙들고 늘어지라 시키고는 한 손을 놓으라 한다. 이 갑부 지망생은 돈벌지 않겠으니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고비는 말했다. "알겠는가. 돈벌이에 나섰으면 그 벌이에서 생겨나는 크고 작은 고통을 참고 집념에 흔들림 없기를 나뭇가지 붙들듯 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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