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유림) 한자이야기

[儒林 속 한자이야기](20)

bindol 2020. 9. 13. 05:12

[儒林 속 한자이야기](20)

 

筆 붓 (力힘 력·13획)

勢 형세(竹대나무 죽·12획)

형세글씨에 드러난 힘,문장의 힘

 

유림 91에 筆勢가 나온다.筆은 聿(마침내 율)에서 나왔는데 聿은 손으로 붓을 잡고 있는 모양을 본뜬 것이나‘이에’라는 뜻으로도 쓰이자 본 뜻을 유지하기 위해 聿자에 竹자를 붙인 것이다.筆에서 대나무를 본뜬 竹자는 붓의 재질(材質)을 나타낸 것이다.竹자가 들어간 한자는 第(차례 제),筵(대자리 연),箸(젓가락 저),篇(책 편)처럼 뜻은 竹과 관련됐으며 음은 나머지 부분이 된다.

글 쓰는 데 필수적인 문방사우(文房四友)에는 紙(종이 지),墨(먹 묵),硯(벼루 연)에 筆(붓 필)이 들어있는데 붓은 쓰는 도구이므로 ‘쓰다.’라는 뜻도 있다.후산담총(後山談叢)에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紙筆을 가리지 않는다.묘한 솜씨는 손에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저수량(遂良)이라는 사람이 좋은 붓과 먹이 없으면 글을 안 쓰려 했는데 어느 날 우세남에게 자신의 글씨를 보여 주며 구양순(歐陽詢)의 글씨와 비교해 어느 쪽이 더 잘 썼는지 물었다.이에 우세남이 ‘구양순은 일체 불평없이 어떤 붓이나 종이로도 썼는데,자네는 아직도 종이와 붓에 관심이 큰 것을 보면 구양순을 당할 수 없을 것이네.’라고 한 말과 관련된 말이다.

勢는 ‘권세,형세,위세,세력’등을 뜻한다.대나무를 세로로 쪼개는 듯한 기세,즉 세력이 강하여 막을 수 없는 모양을 파죽지세(破竹之勢)라 하는데 이는 다음 일화에서 나왔다.진(晋)나라의 두여(杜予)는 왕준(王濬)의 군사와 함께 오(吳)나라의 무창(武昌)을 빼앗은 후 여러 장수와 함께 작전을 의논하였다.한 장수가 봄도 반이 지나 강물도 불어나고 있어,이 곳에 오래 주둔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겨울에 다시 쳐들어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이에 두여가 ‘지금 우리 군사의 세력은 대나무를 쪼갤 때와 같다.두세 마디를 쪼개 나가다 보면 칼날이 지나감에 따라 저절로 쪼개지는 것과 같으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그 후 3월에 오나라의 서울 남경(南京)을 함락시켰다.

형세와 관련한 예로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 여우,즉 호가호위(狐 여우호,假 빌릴 가,虎 범 호,威 위엄 위)’도 들 수 있다.초(楚)나라 선왕(宣王)이 신하들에게 여러 나라가 우리 재상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한다는 게 사실인지 물었다.이때 위나라 출신 강을(江乙)은 소해휼을 질시하고 있었기에 일화를 통해 그렇지 않음을 설명했다.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는데 여우가 호랑이에게 나는 천제(天帝)가 명한 사자(使者)이니 나를 잡아먹으면 나를 백수(百獸:모든 짐승)의 王으로 한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으로 너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실제로 호랑이가 여우의 뒤를 따라가 보니 모든 짐승들이 달아나는 것이었다.여우 뒤의 호랑이 때문이었는데 호랑이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으로,많은 나라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의 뒤에 있는 선왕(宣王)의 강한 군사력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상과 같이 볼 때 筆勢는 필력(筆力)과 함께 글씨에 드러난 힘,문장의 힘을 뜻한다.言心聲也(언심성야:말은 마음의 소리)요,書心畵也(서심화야:글씨는 마음의 그림)라 했다.전산화 시대라 해도 글씨는 매우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박교선 <교육부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