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69>전(戰)과 쟁(爭)

[동아일보] 戰爭은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을 남긴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戰爭은 평화나 민주수호, 해방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고대사회에서 戰爭은 사냥이나 수렵행위와 구분되지 않았던 생존의 수단이었다. 戰은 금문에서부터 單과 戈로 구성되었다. 單의 윗부분은 돌 구슬을 양끝에 매단 줄을 던져 짐승을 옭아매던 사냥도구를, 아래쪽은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그물을 그렸다. 戈는 矛(창 모)가 뾰족한 창을 말하고 戟(창 극)이 끝이 갈라진 창을 말하는데 비해 낫처럼 생긴 창을 말한다. 그래서 戰을 구성하는 왼쪽의 單은 사냥도구를, 오른쪽의 戈는 전쟁을 상징한다. 원시 수렵시절은 더욱 그러했겠지만 고대사회에서 전쟁과 사냥은 둘이 아닌 하나였다. 둘 다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68>극(隙)과 격(隔)

[동아일보] 間隙(간극)이나 間隔(간격)에서처럼 隙과 隔은 각기 ‘틈’이나 ‘사이’를 뜻한다. 隙이나 隔 모두 阜가 의미부여서 이들의 의미가 흙 담(阜)과 관련되어 있음을 쉽게 추정해 볼 수 있다. 隙은 지금도 대단히 형상적인 글자로 흙 담(阜)의 작은(小·소) ‘틈’ 사이로 비추어 들어오는 햇빛(日·일)을 직접 그렸다. 금문에서는 원래 阜가 빠진 모습이었으나 소전체에 들면서 阜를 더하여 그것이 흙 담의 ‘틈’임을 강조하였다. ‘설문해자’에서는 日을 白(흰 백)으로 보아 ‘밝은 빛’으로 해석했지만 의미의 차이는 없다. 그래서 隙은 隙大墻壞(극대장괴·틈새가 커지면 담벼락이 무너진다)라는 말에서처럼 ‘담의 틈새’가 원래 뜻이며, 이후 구멍은 물론 느슨하다는 뜻으로까지 확장되었다. 隔은 阜가 의미부이고 (솥 ..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67>단오(端午)

[동아일보] 후베이(湖北)성 武漢(무한)에 가면 屈原(굴원)의 기념관이 있다. 전국시대 초나라를 살았던 굴원은 忠諫(충간)을 아끼지 않았던 충신이었다. 하지만 忠諫을 받아들이고 실천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인지라, 시기와 질투에 모함까지 당한 굴원은 양쯔 강의 지류인 汨羅(멱라)수에 몸을 던지고 만다. 후세 사람들은 그의 충정을 기리고 그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이날이면 물로 나가 머리를 감고 음식을 던져주고 뱃놀이를 했다는데, 이것이 端午의 유래이다. 端은 立과 (시초 단)으로 구성되었는데 (시초 단)은 소리부도 겸한다. 立은 땅 바닥(一)에 두 팔과 다리를 벌리고 정면으로 선(大·대) 모습이며, 이로부터 서다, 곧바르다 등의 뜻이 나왔다. (시초 단)은 갑골문에서 윗부분은 식물의 싹을 아랫부분..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66>천도(遷都)

[동아일보] 遷의 금문 자형은 지금과는 조금 달리 표현되었다. 왼쪽은 얼금얼금한 광주리 같은 것을 네 손으로 마주 든(여·여) 모습으로, 무거운 물건을 함께 들거나 집체 노동을 하는 모습을 그렸다. 여기에다 앉은 사람(절·절)과 성곽(국·위)이 결합해 ‘사람이 거주하는 곳’을 그린 邑(고을 읍)이 더해진 것으로 보아 遷은 사람들이 새로 살 城(성)을 만드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遷의 원래 뜻은 築城(축성)이다. 城을 쌓는 것은 새로운 삶터를 만들기 위해서이고 성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그곳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옮기다’는 뜻도 생겼다. 소전체로 오면서 ‘옮기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착(쉬엄쉬엄 갈 착)이 더해졌고, 자형의 균형을 위해 오른쪽에 있던 邑이 준 채 (옮길 천)으로..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65>해이(解弛)

[동아일보] 解弛라는 말은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다. 어느 위치,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긴장을 풀어서는 아니 된다. 극도로 산업화된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윤리나 도덕적 解弛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전 사회에 비해 道德(도덕)과 倫理(윤리)의 구속력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解는 지금의 자형에서도 그 뜻을 정확하게 살필 수 있는 글자로, 소(牛·우)의 뿔(角·각)을 칼(刀·도)로 분리해 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다만 갑골문에서는 칼이 두 손으로 되었을 뿐 나머지는 같다. 칼 대신 손으로 뿔을 解體(해체)하여 갈라내는 모습이다. 그래서 解는 解體가 원래 뜻이며, 이후 理解(이해)하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는데 理解를 위해서는 ‘옥의 무늬 결(理)을 살피듯 그 특성을 자..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64>경(硬)과 연(軟)

[동아일보] ‘마이크로 소프트(Micro soft)’사를 중국어로는 ‘웨이롼(微軟)’ 公司(공사)라고 한다. ‘마이크로(micro)'를 미세하다는 뜻의 微로, ’소프트(soft)’를 부드럽다는 뜻의 軟으로 번역한 것이다. 이처럼 현대 중국어에서 軟은 부드러운 것, 즉 ‘소프트(soft)’ 한 것을 지칭한다. 軟은 원래 연으로 썼는데, 지금은 속자인 軟이 정자인 연보다 훨씬 자주 쓰인다. 연은 車(수레 거)와 가냘플연으로 구성되었는데, 가냘플연은 소리부도 겸하고 있다. 가냘플연은 소전체에서 而(말 이을 이)와 大(큰 대)로 이루어졌는데, 而는 원래 턱수염을 그린 글자이고 大는 사람의 정면 모습을 그려 크다는 뜻을 나타낸 글자다. 그래서 가냘플연은 ‘커다란(大) 수염(而)’을 말한다. 기다랗게 자란 수염은 ..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63>철군(撤軍)

[동아일보] 주한 미군의 撤軍 논쟁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撤軍이란 ‘군대(軍)를 거두어들이다(撤)’는 뜻인데, 한국 전쟁 때문에 우리 땅에 진주한 미군이라고는 하나 이라크에 진주한 요즈음의 미군을 보면서 우리의 과거도 자꾸 떠올라 가슴이 저며 온다. 撤은 역사가 오래된 글자로 갑골문(왼쪽 그림)에서부터 나타나는데 원래는 세발솥을 그린 (격,력)(솥 력)과 손을 그린 又(또 우)로 구성되어, 식사나 제사가 끝난 후 식기를 물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그래서 ‘거두어들이다’가 원래 뜻이다. 다만 금문에 들면서 又가 손에 막대를 든 복(복·칠 복)으로 변했고, 소전체에 들면서 (격,력)이 育(기를 육)으로 잘못 변했다. 그리고 손으로 옮기는 행위를 강조하기 위해 手(손 수)가 더해져 지금의 撤이 ..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62>예(藝)와 술(術)

[동아일보] 藝術을 자원으로 정직하게 풀면 ‘나무심기(藝) 기술(術)’이다. 藝는 지금의 자형이 되기까지 복잡한 변형을 거쳤지만, 금문에서는 나무 심는 모습을 대단히 사실적으로 그렸다. 한 사람이 꿇어 앉아 두 손으로 어린 묘목(철·철)을 감싸 쥐고 있는 모습이다. 간혹 철이 木(나무 목)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의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후 土(흙 토)가 더해져 k(심을 예)가 되었는데, 이는 땅에 나무를 심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草木(초목)을 대표하는 艸(풀 초)가 더해져 k(심을 예)가 되었고, 다시 구름을 상형한 云(이를 운)이 더해져 지금의 藝가 완성되었다. 術은 의미부인 行과 소리부인 朮로 구성되었다. 行은 갑골문에서 사거리를 그렸으며, 많은 사람들이 거기를 오간다는 뜻에서 ..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60>환(環)과 경

[동아일보] 6월 5일은 環境의 날이다. 우리를 ‘고리처럼(環) 둘러싸고 있는 주위 여건(境)’이 環境이다. 環은 玉(구슬 옥)과 f으로 이루어졌는데 f은 소리부도 겸한다. f은 원래 j으로 썼는데, 지금은 단독으로 쓸 때를 제외하고는 f으로 줄여 쓴다. f은 금문에서처럼 目(눈 목)과 袁으로 구성되었는데, 目은 보는 행위를 상징하고, 袁은 둥근 璧玉(벽옥)으로 치장한 옷(衣·의)의 모습을 그렸다. 금문의 다른 자형에서는 玉 옆에 손을 그려 넣음으로써 차림새를 가다듬는 모습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대 중국에서 璧玉은 왕권의 상징으로 여겨질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니는 玉 중의 玉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f은 대단히 아름답고 화려한 장식용 옥을 매달아 盛裝(성장)을 한 모습을 ‘놀라워하며 보다’는 뜻이다. 그러..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59>열(熱)과 숙(熟)

[동아일보] 熱과 熟은 지금은 비슷한 자형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전혀 다른 자원을 가진다. 熱은 갑골문에서 손에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 횃불의 받침대와 타 오르는 불꽃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금문에 들면서 횃불이 나무처럼 변함으로써 c(심을 예)와 혼용하게 되었고, ‘설문해자’에서는 금문의 자형을 계승하고 다시 火(불 화)를 더하여 지금처럼의 熱로 변했다. 그래서 熱은 ‘불을 태우다’가 원래 뜻이며, 이후 加熱(가열)이나 熱情(열정) 등의 뜻이 생겼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갑자기 유행하거나 인기 있는 것을 ‘러(熱)’라고 하기도 하는데, 우리말에서의 ‘붐(boom)'이나 熱風(열풍)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熟은 갑골문에서는 火가 더해지지 않은 孰으로 되었다. 孰의 왼쪽(享)은 커다란 기단 위에 지어진 높..

漢字 이야기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