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58>해(海)와 양(洋)

[동아일보] 5월31일 오늘은 바다의 날이다. 바다를 한자로 옮기면 海洋이 될 것인데, 海와 洋은 사실 다른 개념이었다. 일반적으로 海는 육지와 접해 있는 바다를, 洋은 그 바깥의 큰 바다를 말한다. 字源(자원)으로 보면, 海는 금문에서처럼 의미부인 水(물 수)와 소리부인 每로 구성되었다. ‘설문해자’에 의하면 海는 자연히 형성된 못(天池·천지)을 말하며 온갖 물길을 다 받아들이는 존재라고 했다. 그래서 海는 ‘큰 호수’가 원래 뜻이지만, 이후 大海(대해)의 의미가 생겼고, 다시 人山人海(인산인해)나 雲海(운해)와 같이 ‘많음’을 뜻하게 되었다. 每는 그림에서처럼, 어미(母·모)에 비녀가 더해져 비녀를 꽂은 어머니의 모습이다. 每가 지금은 가차되어 每樣(매양·언제나)이라는 뜻으로만 쓰이지만 원래 뜻은 ‘..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57>석(釋)과 역(繹)

[동아일보] ‘풀다’는 뜻을 가진 釋은 의미부인 변과 소리부인 역으로 구성되었다. 변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들짐승의 발자국 모양을 그렸는데, 금문에 들면서 획을 조금 구부려져 발자국이 더욱 사실적으로 변했으며, 이후 지금처럼 굳어졌다. 들짐승의 발자국은 수렵 시절 그것을 辨別(변별)해 뒤쫓아 가며 사냥을 했기 때문에 변에 分別(분별)하다는 뜻이 생겼다. 변은 지금 부수로만 사용되지만, 悉에는 아직 원래의 의미가 남아 있다. 즉 悉은 변과 心(마음 심)으로 구성되어, 짐승의 발자국(변)을 마음(心)으로 헤아린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잘 알다’, 남김없이 ‘모두’ 헤아리다는 의미가 나왔다. 역은 소전체(오른쪽 그림)에서 위쪽은 目(눈 목)을 가로로 눕힌 모습이고 아래쪽은 幸(다행 행)으로 되었다. 目은 ..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56>교(橋)와 량(梁)

[동아일보] 다리를 뜻하는 橋는 木(나무 목)과 喬로 이루어졌는데, 喬는 소리부도 겸한다. 喬는 금문에서 止(발지)와 高(높을 고)로 이루어져, 발을 높이 치켜들며 춤추는 모습을 상징화 했다. 중국의 민속놀이에 장대다리 놀이라는 것이 있다. 사다리 같은 가짜 다리를 발에 달고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는 놀이인데, 喬는 바로 그러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喬는 ‘높다’는 뜻을 가지며, 喬木이라 하면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라는 나무’를 말한다. 또 轎는 ‘높이(喬) 들고 다니는 수레(車)’를 말하며, 驕는 ‘키가 큰(喬) 말(馬)’을 말한다. 키가 큰 말(驕)은 다른 말보다 잘 달리므로 뛰어남을 자랑삼을 만 하다. 그래서 중국어에서 ‘쟈아오(驕傲)’는 자긍심을 뜻한다. 하지만 지나친 자랑은 驕慢(교만)..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54>민(民)과 주(主)

[동아일보] 民主는 백성(民)이 주인(主)이 된다는 말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뜻한다. 백성이 주권을 가지기까지 우리는 엄청난 투쟁과 희생의 역사를 겪어야만 했다. 5·18 민주화 운동도 그의 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한자의 자원으로 살폈을 때 백성(民)은 국가의 주권주체가 아니라 황제 혹은 통치권자에 종속된 노예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금문에서부터 등장하는 民은 예리한 칼에 눈이 자해된 모습이다. 옛날 포로나 죄인을 노예로 삼을 때 한쪽 눈을 자해한 것은 주로 성인 남성 노예에 대해 반항 능력을 상실시키고자 그랬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을 경우 단순한 노동은 가능하더라도 거리 감각의 상실로 적극적인 대항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民은 ‘노예’가 원래 뜻이며, 이후 의미가 점점 확..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53>스승과 사(師)

[동아일보] 일생을 살면서 마음속 깊숙이 간직할 수 있는 스승을 가진다는 것은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니다. ‘스승’을 뜻하는 대표적인 한자는 師이다. 師는 갑골문에서 Z이 빠진 모습인데, 이의 상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것을 가로로 눕히면 丘陵(구릉)의 모습이 되고, 그래서 ‘작은 언덕’을 그린 것이라는 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황토평원에서 丘陵은 여러 가지 특수한 기능을 해 왔다. 홍수 때 침수피해를 막아 주기도 하며, 주위에서 쳐들어오는 적을 조기에 발견하여 방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심지어는 하늘과도 통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그래서 고대 중국인들은 城을 이러한 구릉에다 세웠으며, 王陵(왕릉)도 이러한 곳에다 만들었다. 都城(도성)이나 왕릉이 위치한 곳은..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52>전(專)과 부

[동아일보] 專은 갑골문에서 맨 위쪽은 여러 가닥의 실을 단순화하여 표현한 세 가닥의 실이고, 중간부분은 실을 감은 실패, 아래쪽의 원형은 실패 추(紡輪·방륜)를, 옆쪽은 이를 쥐고 있는 손(寸)을 그렸다. 專은 그렇게 베 짜는 모습을 상징화한 것이다. 베 짜기는 예로부터 專門的(전문적)인 기술에 속했고 정신을 집중해야만 원하는 베를 짤 수 있었다. 그리하여 ‘專門’이나 ‘專心(전심)하다’는 뜻이 생겼다. 부의 자형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나, 갑골문에 근거할 때 專과 매우 닮았다. 專에 비해 실패 아랫부분의 실패 추만 빠졌을 뿐 나머지는 같다. 따라서 부는 專과 연계지어 해석해야만 할 것이며, 베를 짜기 전 실을 실패에 감아 베틀에 걸고 베 짤 준비를 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처..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51>식(識)과 직(職)

[동아일보] 識·幟·織·職은 모두 같은 데서 근원한 한자이다. 이들은 원래 S에서 분화하였는데, S는 금문에서처럼 音(소리 음)과 戈(창 과)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 音은 소리 즉 聲音(성음)을 뜻하고, 戈는 날카로운 창이나 칼을 뜻한다. 그런 즉 S는 칼(戈)로 말(音)을 새긴다는 뜻이다. 인간의 智識(지식)은 경험의 축적을 통해 발달해왔다. 경험은 처음에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겠지만 사회가 발달하면서 기록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정착농경을 일찍부터 시작한 중국에서는 ‘春秋(춘추)’나 ‘史記(사기)’처럼 기록으로 남겨진 다양한 경험들이 그들의 문명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렇듯 S에는 口傳(구전)되던 자료를 칼로 새겨 기록으로 남기던 모습이 반영되어, ‘기록하다’가 원래 뜻이다. 이..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50>집(集)과 산(散)

[동아일보] ‘集散’은 ‘모이고 흩어지다’는 뜻으로, 중국어에서는 ‘터미널(terminal)’을 ‘지싼쭝신(集散中心)’으로 쓰기도 한다. 集은 '설문해자‘에 의하면, (잡)과 木으로 구성되어 새가 떼 지어(잡) 나무(木)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부터 ’모이다‘는 의미를 그렸다. 백로나 까마귀들이 무리 지어 나무에 앉아 나무를 온통 그들의 색으로 덮어버리는 모습을 보면 공감이 가는 글자이다. 갑골문에서는 지금의 자형처럼 나무(木) 위에 새(추·추)가 앉은 모습으로 떼 지어있음이 표현되지 않았지만, 금문에서부터 ‘모여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새(추)를 셋으로 만들었다가 해서체에서부터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갔다. ‘설문해자’에서는 추를 꽁지가 짧은 새요 鳥(새 조)는 꽁지가 긴 새라고 하였지만, 갑골문의 자형..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49>화(華)와 하(夏)

[동아일보] 華夏는 중국을 지칭하는 말의 하나다. 華는 금문에서 華奢(화사)하게 핀 꽃이 흐드러져 있는 모습을 그렸으며, 이로부터 ‘꽃’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中華(중화)에서 볼 수 있듯 ‘꽃’ 보다는 중국인들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정착농경을 일찍부터 시작한 중국에서 곡식은 그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꽃에 대한 숭배는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쟝쑤(江蘇)성의 한 신석기 유적지에서 발견된 암각화를 보면 사람 얼굴을 한 꽃을 피운 그림이 등장하는데, 이는 꽃이 그들의 조상이라는 꽃 토템을 극명하게 형상화한 것이다. 씨방이 부푼 모습을 그린 帝(체의 본래 글자)가 지고지상의 天帝(천제)는 물론 皇帝(황제)를 지칭하게 된 것이나, 英(꽃부리 영)이 최고의..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48>여(旅)와 유(游)

[동아일보] 중국의 유명 관광지를 다녀보면 크고 작은 깃발을 따라 물밀 듯 몰려다니는 단체 旅行客(여행객)을 수 없이 만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적인 풍경이다. 그래서 이러한 단체 관광을 ‘깃발 旅行’이라 부르기도 한다. 旅行을 현대 중국어에서는 ‘뤼요우(旅游)’라고 하는데, 그 자원을 살피면 뜻밖에도 ‘깃발 旅行’과 관계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旅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깃발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으로, 깃발은 바람에 나부끼고 사람들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서 있다. 전통적으로 깃발은 부족이나 종족의 상징으로, 전쟁과 같은 중대사가 생기면 사람들은 깃발을 중심으로 모여 들었다. 그래서 旅는 軍隊(군대)나 軍師(군사)의 편제가 원래 뜻이며, 옛날에는 5백 명의 군사를 ..

漢字 이야기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