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비밀 46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口是禍之門 구시화지문

[漢字, 세상을 말하다] 口是禍之門 구시화지문 중앙일보 어느 더운 여름 날, 길 가던 김삿갓(金笠)의 눈에 개를 잡아 안주로 놓고 술잔을 기울이는 젊은 선비들의 모습이 띄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슬며시 자리에 끼어 앉았다. 그러나 선비들의 눈에 행색이 초라한 김삿갓이 들어올 리 없었다. 술 한 잔 권하지 않고 시(詩)를 짓는 데만 열중하자 김삿갓은 부아가 치밀었다. “구상유취로군.” 한마디 던지고 나서는데 발끈한 선비들이 “뭐?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라 했는가” 하며 몰매를 안길 형세다. 김삿갓이 답한다. “오해입니다. 내가 말한 건 ‘개 초상에 선비가 모였다’는 뜻의 ‘구상유취(狗喪儒聚)’입니다”라고. 재치 있는 말 한마디로 위기를 멋지게 넘긴 것이다...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忘憂物 망우물

[漢字, 세상을 말하다] 忘憂物 망우물 중앙일보 올해도 어김없이 송년회 계절이 돌아왔다. 송년모임의 백미(白眉)는 지기(知己)와 나누는 한 잔의 술이다. “술이란 하늘이 준 아름다운 선물이다. 제왕은 술로 천하를 양생했고, 제사를 지내 복을 빌고, 쇠약한 자를 돕고 질병을 치료했다. 예를 갖추는 모든 모임에 술이 없으면 안 된다.” 중국의 한서(漢書) 식화지(食貨志)에 나오는 술에 대한 해설이다. 신(新)나라를 세운 왕망(王莽)은 “소금이 음식의 장수(將)라면, 술은 백약의 으뜸(百藥之長)”이라고 치켜세운 뒤 술을 국가 전매품으로 만들었다. 진(晉)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시 ‘음주(飮酒)’ 제7수에서 “가을 국화는 빛깔도 아름답네(秋菊有佳色), 이슬 머금은 그 꽃을 따(露其英), 이 시름 잊게 하는..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手無分錢 수무푼전

[漢字, 세상을 말하다] 手無分錢 수무푼전 중앙일보 중국 상고시대에는 쇠(金)로 만든 농기구가 교역의 매개였다. 그런데 교역 물품과 거래 관계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뭔가 기준이 될 물건이 필요했다. 거래되던 농기구 중 얇게() 깎은 쇠가 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긴 게 바로 ‘錢(전)’이다. 고대 한자사전인 국어·주어(國語·周語)는 “글자 ‘錢’은 쇠로 된 돈(金幣)이다”고 했다. 돈을 뜻하는 또 다른 단어 ‘폐(幣)’는 직물(布綿)과 관계 있다.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을 때 직물을 사용했고, 이것이 화폐로 발전한 것이다. 자전 설문(說文)은 “글자 ‘幣’는 ‘綿(면)’이다”고 해석하고 있다. ‘貝(패)’도 물자 교환의 수단이었다. 금속화폐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조개껍데기가 돈으로 활용된 것이다..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黑龍 흑룡

[漢字, 세상을 말하다] 黑龍 흑룡 중앙일보 동물과 관련된 많은 한자는 그 동물의 생김새를 본떴다. 토(兎)는 귀가 쫑긋한 토끼 모습을 본뜬 것이다. 귀(龜)에는 거북이의 발과 등딱지 모양새가 녹아 있다. 소 우(牛)는 소머리를, 양(羊)은 양머리를 본떠 만들었다. 물고기 어(魚)는 물고기의 머리와 몸통의 비늘, 그리고 꼬리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생김새를 잘 유지하고 있는 글자다. 상상 속의 동물인 용(龍) 역시 상상 속의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왼쪽의 입(立)과 월(月)은 용머리 부분을, 나머지 오른쪽 부분은 꿈틀대는 몸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문헌에서 용의 모습은 아홉 가지 다른 동물의 생김새를 닮았다고 한다. 머리(頭)는 낙타(駝)와 비슷하고, 뿔(角)은 사슴(鹿)을 닮았으며, 눈(眼..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吊? 조언

[漢字, 세상을 말하다] 吊? 조언 중앙일보 “군자는 끝맺었다고 하고 소인은 죽었다고 한다(君子曰終, 小人曰死).” 『예기(禮記)』 '단궁(檀弓)'편의 한 구절이다. 후세 사람들은 “종(終)이라는 것은 그 시작을 완성했다는 말이고, 사(死)라는 것은 사멸하여 남은 것이 없다는 뜻”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사(急死)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날 중국은 4대 권력기관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북한에 언전(?電·조전)을 보냈다. ‘조상(弔喪)의 뜻을 표시하는 전보’를 한국은 조전(弔電), 중국은 언전(?電)이라 한다. 조(弔)는 사람(人)이 활(弓)을 등에 진 모양새다. 고대에는 장례에 관(棺)을 쓰지 않았다. 금수가 사체를 ..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臨事而懼 임사이구

[漢字, 세상을 말하다] 臨事而懼 임사이구 중앙일보 공자(孔子)의 제자였던 자로(子路)와 안연(顔淵)은 성격이 크게 달랐다. 자로는 직선적이고 다혈질적인 성격이었다. 이에 비해 안연은 부드럽고, 학문을 좋아해 군자적 면모가 풍겼다. 공자는 개인적으로 안연을 가장 아꼈다. 하루는 공자가 안연에게 이르기를 “쓰이면 행하고, 버려지면 감춰지는 도(道)를 알고 있는 이는 오직 나와 너(안연)뿐이다(用之則行,舍之則藏, 維我與爾, 有是夫)”라고 했다. 안연을 자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리며 크게 칭찬한 것이다. 이를 듣고 있던 자로가 시기심이 발동해 공자에게 묻기를 “선생님께서 삼군의 군대를 행하신다면 누구와 더불어 하겠습니까(子行三軍則誰與)”라고 했다. 자기의 용맹을 드러내기 위해 한 말이다. 그러나 공자는 자로가 ..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選賢與能 선현여능

[漢字, 세상을 말하다] 選賢與能 선현여능 중앙일보 목(目)은 앞을 보는 눈이다. 밑을 보는 눈을 가리키는 말은 신(臣)이다. 신하란 뜻이 나온 건 임금 앞에서 눈을 내리깔고 있기 때문이다. 현(賢)은 손(又)에 재물(貝)을 쥐고 잘 관찰한다(臣)는 데서 ‘어질다’는 뜻이 나왔다고 한다. 어느 사회건 절실히 요구되는 게 존현사능(尊賢使能)이다. 훌륭한 사람을 존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쓰는 일이다.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에 나오는 말이다. ‘현명한 이를 존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임용하여(尊賢使能) 뛰어난 인재가 제 자리에서 구실을 하면(俊傑在位) 천하의 선비가 모두 이를 기뻐하고(則天下之士皆悅) 그러한 나라에서 일하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而願立於其朝矣)’. 구당서(舊唐書) 식화지(食貨志)에선 ‘관..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親舊 친구

[漢字, 세상을 말하다] 親舊 친구 중앙일보 벗을 뜻하는 한자는 한·중·일이 모두 다르다. 한국은 친구(親舊), 중국은 펑여우(朋友), 일본은 도모다치(友達)다. 사귐에 대한 심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산과 물로 오랫동안 초대 받았으니, 내가 어찌 주저할 것인가. 다만 친한 옛 벗들 때문에 살 곳 찾아 가겠다고 차마 말을 못했다(山澤久見招, 胡事乃躊躇, 直爲親舊故, 未忍言索居).” 친구의 용례는 도연명(陶淵明)의 ‘유시상에게 화답하다(和劉柴桑)’란 시에 처음 보인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의 붕우유신(朋友有信)을 따라 우리 선조들은 시문(詩文)을 지을 때 벗을 붕우로 표현했지만 친구도 많이 사용했다. 벗 우(友)는 좌(左)·우(右)에서 손을 뜻하는 부분(ナ)과 손(又, 우)이 합쳐진 회의(會意) ..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刀頭(舌+添삼수변 빼기)血 도두첨혈

[漢字, 세상을 말하다] 刀頭(舌+添삼수변 빼기)血 도두첨혈 중앙일보 중국 청나라 말기 장사를 통해 거부(巨富)를 이뤘던 호설암(胡雪岩·1823~1885년)이란 인물이 있다. 관(官)과 밀착한 비즈니스를 했다는 의미로 ‘홍정상인(紅頂商人)’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소규모 은행인 전장(錢庄)을 운영하던 그에게 사업 기회가 찾아왔다. ‘태평천국의 난’이 발발한 것이다. 그는 관군과 태평천국군 진영을 오가며 군량미·군화·창(槍) 등 전쟁 물자를 팔았다.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 친구가 그에게 “이토록 위험이 높은 사업을 하다가 망하면 어쩌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호설암의 답은 이랬다. “상인은 모름지기 이익(利)를 도모하는 사람들이다. 수지만 맞으면 뭐든지 한다. 돈이 된다면 칼에 묻은 피라도 핥을 ..

漢字의 비밀 2021.12.15

[漢字, 세상을 말하다] 雪 설

[漢字, 세상을 말하다] 雪 설 중앙일보 청말(淸末)의 계몽사상가 양계초(梁啓超)는 자신의 당호를 음빙실(飮氷室)이라 했다. 차디찬 얼음물을 마시듯(飮氷) 그 정신은 언제나 깨어 살아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다. 자신의 게으름을 경계하며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려 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빙(氷)은 빙()을 줄인 글자다. 빙()은 얼음덩이를 그린 상형자 빙()에 물(水)이 더해진 것이다. 물이 더해진 까닭은 얼음이 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얼음은 물로 만들어지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氷,水爲之而寒於水)’. 순자(荀子)의 말이다.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靑出於藍 靑於藍)’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얼음덩이()가 집()에 있으면 얼마나 추울까. 그래서 나온 글자가 ‘찰 한(寒)’이다. ‘..

漢字의 비밀 202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