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口是禍之門 구시화지문 중앙일보 어느 더운 여름 날, 길 가던 김삿갓(金笠)의 눈에 개를 잡아 안주로 놓고 술잔을 기울이는 젊은 선비들의 모습이 띄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슬며시 자리에 끼어 앉았다. 그러나 선비들의 눈에 행색이 초라한 김삿갓이 들어올 리 없었다. 술 한 잔 권하지 않고 시(詩)를 짓는 데만 열중하자 김삿갓은 부아가 치밀었다. “구상유취로군.” 한마디 던지고 나서는데 발끈한 선비들이 “뭐?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라 했는가” 하며 몰매를 안길 형세다. 김삿갓이 답한다. “오해입니다. 내가 말한 건 ‘개 초상에 선비가 모였다’는 뜻의 ‘구상유취(狗喪儒聚)’입니다”라고. 재치 있는 말 한마디로 위기를 멋지게 넘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