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161

[이한우의 간신열전] [71] 모기 떼가 모여 천둥소리 만드는 나라

[이한우의 간신열전] [71] 모기 떼가 모여 천둥소리 만드는 나라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1.02.17 03:09 | 수정 2021.02.17 03:09 국회에 ‘처럼회’라는 모임이 있다고 한다. ‘검찰 개혁’을 내세우는 황운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어떤 소주 이름에서 따온 듯한 모임 이름에서 치기(稚氣)가 뿜어져 나온다. 이런 ‘처럼회’가 지난 8일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자며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해보는 짓인가 보다 하겠지만 이 정부 들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서 보듯 민생과는 동떨어진 고담준론 ‘이슈’가 실제로 법제화돼 눈앞에 등장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5·18 왜곡 처벌법’이 ..

간신열전 2021.02.17

[이한우의 간신열전] [70] 그 자리에 맞는 사람

그저 공자 왈 맹자 왈이 아니었구나, 하루가 다르게 절감하는 나날이다. 공자 왈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공자가 묻는다. “비루한 사람[鄙夫]과 함께 임금을 섬기는 것이 과연 가능할 수 있을 것인가?” 비루한 사람과는 함께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어의 달인 공자는 바로 이어서 이 ‘비루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세 단계로 나눠서 이야기한다. 첫째, 얻기 전에는 그것을 얻어보려고 걱정한다. 대법원장이란 사람이 인준 표결을 앞두고 당시 부장판사 등에게 부탁을 했다고 한다. 둘째는 얻고 나서는 그것을 잃을까 걱정한다. 이는 많은 국민이 의아한 재판 결과들을 보면서 이미 체험한 바다. 다만 직접 부당한 지시를 하는 현장을 볼 수 없었으니 그저 추측이나 추정..

간신열전 2021.02.10

[이한우의 간신열전] [69] 아첨에도 레벨이 있다

간신을 분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첨인지 아닌지를 가리면 된다. 상급은 남들이 안 보는 데서 하고 하급은 남들이 다 보는 데서 노골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아첨(阿諂)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아(阿)는 그냥 빌붙는다는 뜻이고 혓바닥을 놀려 살살거리는 것이 첨(諂)이다. ‘諂'은 글자 모양대로 말재주를 부려 군주를 함정에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반면에 미(媚)는 같은 아첨이라도 기교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아양 떨다’에 가깝다. 눈썹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윗사람의 점수를 따려 할 때 미열(媚悅)이라고 한다. 윗사람을 도리로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 맘에 맞춰 아양을 떨어 기쁘게 한다는 뜻이다. 무(嫵)는 온몸을 흔들어대며 아첨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무(媚嫵)라고 하면 얼굴뿐만 아니라 ..

간신열전 2021.02.03

[이한우의 간신열전] [68] 자리에 맞는 ‘다움’이 있다

[이한우의 간신열전] [68] 자리에 맞는 ‘다움’이 있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필자는 ‘논어’를 이야기할 때 덕(德)을 ‘다움’으로 옮긴다. 그 이유는 임금의 덕과 신하의 덕은 내용상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금다움과 신하다움으로 구분을 하면 명확해진다. 한글 전용주의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공자가 말하는 임금다움이란 무엇인가? 임금은 신하를 그 그릇에 맞게 부리는 것[器之]이 임금다움이라고 했다. 반면 신하는 좋은 계책이 있거든 바로 달려가 임금에게 올리고 밖에 나와서는 결코 자기가 한 것이라 말하지 않는 것이 신하다움이라고 했다. 이것이 충(忠)의 내용이다. 그런 점에서 무슨 행사만 하고 나면 곧바로 나와서 억지와 항변을 해대는 탁모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신하다움..

간신열전 2021.01.27

[이한우의 간신열전] [67] 이름을 훔치는 자

[이한우의 간신열전] [67] 이름을 훔치는 자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공자와 주희의 유학에서 가장 큰 차이는 예(禮)를 보는 관점이다. 주희는 한사코 그것을 예법에 국한해 ‘주문공 가례’라는 책까지 썼지만 공자는 ‘예기(禮記)’에서 예란 일을 다스리는 것[治事]이라고 폭넓게 정의했다. 즉 단순한 예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매사 일을 하면서 제대로 하는 것이 예(禮)라는 말이다. 그래서 일하거나 처신하면서 예에 맞으면[中禮] 군자이고, 일의 이치에 못 미치거나[不及] 지나치면[過] 예가 없어[無禮] 소인이나 간사한 자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의 이치에 딱 들어맞을까? 그에 대한 답을 순자(荀子)가 주고 있다. 불구(不苟)가 그것이다. 그것은 ‘구차함이 없도록 하라..

간신열전 2021.01.20

[이한우의 간신열전] [66] 백성 좀먹는 간사한 지식인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시인 김지하는 1970년 ‘오적(五賊)’이란 풍자시를 통해 당시의 재벌, 국회의원, 고위 관료, 장차관, 장성들을 비판했다. 더욱 통렬한 부분은 이 오적을 탄핵하려 해도 포도대장마저 매수돼 오적의 개집이나 지키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풍자한 대목이다. 시인은 아마도 ‘을사오적(乙巳五賊)’에서 이 말을 가져온 듯한데 중국 역사에도 이와 비슷한 풍자의 전통이 있다. 법가(法家)의 한비자(韓非子)는 이미 오래전에 오두(五蠹)를 말했다. 다섯 종류의 좀벌레[蠹]라는 뜻이다. 낡은 이상이나 달달 외는 유가(儒家), 말재주나 부리는 세객(說客), 사사로운 무력으로 국법을 무력화하는 유협(游俠), 병역이나 세금을 피하는 권문귀족, 농민의 이익을 앗아가는 상공인을 오두로 꼽았다. 1895년 청일전쟁 ..

간신열전 2021.01.13

[이한우의 간신열전] [65] 임금이 아첨을 좋아한다면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신(辛)은 백색이라 ‘하얀 소의 해’라고 한다. 조선 선조 광해군 인조 때의 관료이자 학자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는 중국 진(晉)나라 두이(杜夷)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옥은 돌 때문에 분별할 수 있고 흰빛은 검은빛이 있기에 밝게 보인다. 그러므로 나쁜 것과 좋은 것은 서로 형태가 구별되는 것이다.” 여기에 이수광은 한마디 덧붙였다. “소인이 군자를 싫어하는 것은 그들과 구별되기 때문이다.” 하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진중권 때문에 조국을 분별할 수 있었고 윤석열은 추미애가 있었기 때문에 더 밝게 드러났다. 이수광은 이어서 송나라 학자 소옹(邵雍)의 말을 인용한다. 이 말은 고스란히 올해 정국을 지켜보는 관점으로 삼아도 되겠다. ..

간신열전 2021.01.06

[이한우의 간신열전] [64] 곧지 못한 말에서 나는 냄새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간신의 말은 굽었다[枉]. 곧지 못하다[不直]는 뜻이다. 곧음과 굽음의 이분법은 공자에게서 나왔다. 노나라 군주 애공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복종을 하는가?” 공자가 대답했다. “곧은 사람을 뽑아서 쓰고 나머지 굽은 사람들은 그에 맞는 자리에 두면 백성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서 따를 것이고 그 반대가 되면 백성들은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굽은 마음은 말에서 드러나는데 역사 속에 가장 대표적인 굽은 말은 진나라 멸망을 재촉한 환관 조고(趙高)가 했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해놓고 그 말을 따르는 자는 자기편, 따르지 않는 자는 적으로 삼았던 것이다. 어떤 음식 평론가라는 사람은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가 유죄 판결을 받자 조국을 예수에 비유..

간신열전 2020.12.30

[이한우의 간신열전] [63] 군주의 마음은 인사로 드러난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군주의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마음속이 핵심인데 사실 군주의 마음처럼 알기 쉬운 것이 없다. 그가 하는 인사(人事)를 보면 남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대의 뛰어난 군주들은 하나같이 인사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했다. ‘신당서(新唐書)’에 따르면 당 태종은 이렇게 말했다. “임금이라 해도 오직 하나의 마음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차지하려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나쁜 신하들은) 혹 용력으로, 혹 변설로, 혹 아첨으로, 혹 간사한 계교로, 혹 탐욕으로 차지하려 한다. 이들 각각이 스스로 (임금의 마음의) 주인이 되려고 애를 쓰고 있으니 임금이 조금이라도 해이하여 그중 하나라도 (잘못) 받아들이게 되면 곧 위태로움과 멸망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니 그것이야말로 (행하기) 어려운..

간신열전 2020.12.23

[이한우의 간신열전] [62] 말재주와 자기 생색

사마천의 ‘사기(史記)’ 장석지열전(張釋之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의 세종에 비견할 만한 훌륭한 임금이었던 한나라 문제(文帝)가 한번은 호랑이 우리를 시찰했다. 그때 우리 관리인이 묻는 말에 대답을 잘하자 황실 동산을 모두 책임지는 상림령(上林令)으로 특진시키려 했다. 이때 공정한 일 처리로 명망이 높았던 장석지가 나섰다. “우리더러 저 관리인을 본받아 쉴 새 없이 떠들어대며 말재주나 부리란[喋喋利口] 말씀이십니까?” 이에 문제는 특진 명을 거뒀다. 마찬가지로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문제의 아들 경제(景帝) 일화다. 어머니 두태후의 조카 두영(竇嬰)은 대장군을 지내는 등 황실에 공로가 많았다. 다만 자기 생각이 너무 강했다. 한번은 재상 자리가 비자 두태후가 두영을 천거했다. 그러나 ..

간신열전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