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161

[이한우의 간신열전] [61] 백성들의 와언(訛言)

‘시경(詩經)’에 정월(正月)이라는 시가 있다. ‘정월에 서리가 자주 내리니 내 마음이 근심스럽고 백성들의 와언(訛言)이 실로 너무도 크도다.’ 이 시가 주나라 때 지어진 것인데 주나라 정월은 하나라 월력으로는 4월이다. 지금의 음력 4월과 같다. 그렇다면 만물이 한창 자라날 봄인데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다. 만물이 잘 성장해야 할 봄에 서리가 내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재이(災異)다. 그런데 백성들까지 와언(訛言), 즉 거짓되고 과장된 말을 일삼는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송나라 유학자 진덕수(眞德秀)는 와언을 이렇게 풀고 있다.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하며 충성을 간사함으로 만들고 간사함을 충성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와언이다.” 와언이 기승을 부리면 결국 군자와 소인의 자리가 ..

간신열전 2020.12.09

[이한우의 간신열전] [60] 말을 통해 마음을 읽는 공자의 지혜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장차 그릇된 짓을 하려는 사람은 그 말에 부끄러움[慙]이 있고, 마음에 확신이 없는 사람은 그 말이 갈라지고[枝], 선한 이를 무고하는 사람은 그 말이 둥둥 떠다닌다[游].” 공자가 ‘주역(周易)’을 풀이한 계사전(繫辭傳)이라는 글을 마무리 지으며 결론처럼 했던 말이다. 즉 공자에게 ‘주역’은 점치는 책이 아니라 깊이 공부할 경우 이 같은 부끄러움, 갈라짐, 둥둥 떠다님을 미리 읽어내 간사한 소인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장차 그릇된 짓을 하려는 추미애 장관을 보면 어느 순간 말이 궁색하고 눈이 초점을 잃었다. 스스로도 당당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말과 행동에서 은연중에 부끄러움이 드러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내며..

간신열전 2020.12.02

[이한우의 간신열전] [59] 장탕의 舞文巧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무문교저(舞文巧詆), 말 그대로 법조문을 춤추게 해 교묘하게 비방거리를 드러낸다는 말이다. 한나라 때 가혹한 관리[酷吏]의 대명사인 장탕(張湯)이 오직 무제(武帝)의 뜻에 맞춰 법조문을 줄였다 늘렸다 하던 행태를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 혹리열전(酷吏列傳)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기소된 사안을 무제가 엄하게 처벌하려고 하면 장탕은 법을 치밀하고 엄격하게 집행하는 실무자에게 맡기고, 만약에 무제가 용서해 주려고 하면 죄를 가볍게 다스리고 공평하게 처리하는 실무자에게 맡겼다.” 무려 2000년도 더 지난 일인데 현대 민주 사회라는 대한민국에서 또 장탕을 보게 될 줄이야! 하긴 혼란기였던 고려 말에도 이미 제2, 제3의 장탕이 많았는지 문신 한수(韓脩·1333~1384)는 이런 ..

간신열전 2020.11.25

[이한우의 간신열전] [58] 胡廣의 中庸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호광(胡廣·91~172년)은 후한 때 외척과 환관이 번갈아가며 권력을 남용할 때 줄곧 고위직을 거쳐 재상에 있었으며 안제(安帝)부터 영제(靈帝)까지 여섯 황제를 무탈하게 섬긴 인물이다. 범엽(范曄)의 ‘후한서(後漢書)’ 호광전(胡廣傳)에 따르면 안제는 그가 써서 올리는 주장(奏章·각종 보고서나 건의문)이 천하제일이라고 극찬하며 초고속 승진시켰다. 그의 성품에 대해서도 온유하고 매사 조심하며 검소했고 말은 겸손했으며 몸가짐은 공손했다고 적고 있다. 실무적인 일에 통달해 늘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효심 또한 깊어 계모가 집에 계실 때는 입에 늙을 노(老)를 담지 않았고, 혹시 계모가 볼까 봐 집 안에 지팡이 등도 모두 치워버렸다. 자리가 내려질 때마다 사양했으나 다시 불려가 마침내 재..

간신열전 2020.11.18

[이한우의 간신열전] [57] 忠奸을 가리지 못하면 暗君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역사를 평가할 때 명군(明君)과 암군(暗君)의 잣대는 명백하다. 먼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제자 자장(子張)이 명(明)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간신이 충신을 해치는) 서서히 젖어드는 중상모략과 (가족 측근들의)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이 행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명(明)이다.” 그러려면 군자가 무엇보다 일과 사람에 밝아야 한다. 명(明)이란 이처럼 사람에 밝고 일에 밝다는 말이다. 또한 주변의 사사로운 민원이나 간청을 단호히 끊어내는 굳센 마음[剛]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강명(剛明)이 임금 된 자의 첫째 자질이었다. 게다가 ‘주역(周易)’에서는 지속적으로 “군자는 나아오게 하기 어렵고[難進] 소인은 쉽게 성대해진다[易盛]”고 ..

간신열전 2020.11.11

[이한우의 간신열전] [56] 명나라 말기 환관 간신 魏忠賢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중국 명나라 말기의 대표적 간신은 환관 위충현(魏忠賢·?~1627년)이다. 일반적으로 환관의 간사한 짓은 개인적 총애를 얻는 데 집중됐지만 위충현은 권력에 관심이 많았다. 원래 그는 시정잡배였는데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자 스스로 거세해 환관이 됐고 궁에 들어가 당시 황제인 신종(神宗·재위 1572~1620)의 장손 주유교(朱由校)에게 접근해 측근이 됐다. 1620년 광종(光宗)이 즉위했으나 한 달 만에 죽어 ‘한 달 황제’라는 이름을 남겼고 이어 주유교가 황제에 올랐다. 그가 희종(喜宗)이다. 특이하게도 희종은 목공예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았고 위충현에게 정사를 맡겼다. 이에 위충현은 환관의 수장이면서도 동시에 비밀경찰인 동창(東廠)의 책임자가 됐다. 당시 조정에서는 남쪽 지방의 ..

간신열전 2020.11.04

[이한우의 간신열전] [55] 간신 축에도 못 드는 그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영행(佞幸) 혹은 영행(佞倖)이란 아첨이나 아양을 떨어 요행으로 총애를 구한다는 뜻으로 간신 축에도 못 드는 낯간지러운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래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열전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마천은 ‘영행 열전’을 이렇게 시작한다. “힘써 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풍년을 만나는 것이 낫고 정성껏 임금을 섬기는 것보다는 임금의 뜻에만 맞추는 것이 낫다.” 물론 신하들 중에서 영행이 본분인 자들이 옛날에는 있었다. 환관(宦官), 즉 내시들이 그들이다. 그래서 범엽(范曄)은 ‘후한서(後漢書)’를 지으면서 아예 영행을 환자열전(宦者列傳)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환관이 아니면서 아첨을 일삼는 자들이 있었고 이들을 간신이나 환관과 구별해 영행(佞幸) 혹은 폐행(嬖幸)이..

간신열전 2020.10.28

[이한우의 간신열전] [54] 쥐새끼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지난 19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라임·옵티머스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흰 쥐든 검은 쥐든 나라의 곳간을 축내고 선량한 국민의 돈을 갈취한 쥐새끼가 있다면 한 명도 남김없이 색출해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추 장관과 이 지검장이 쥐새끼를 보호하려고 국가의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개새끼와 쥐새끼를 잘 구별해야 한다. 사전에 따르면 개새끼는 그냥 욕설이지만 쥐새끼는 욕이 아니다. “아주 교활하고 잔일에 약삭빠른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일전에 월간조선 기고에서 ‘주역(周易)’을 통해 추 장관을 점검해본 일이 있다. 점을 쳤다는 뜻이 아니다. 역사 속의 비슷한 인물을 찾아내고 이어 ..

간신열전 2020.10.21

[이한우의 간신열전] [53] 無君之臣

이한우 교장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무군지신(無君之臣)이란 임금이나 주군을 있어도 없는 듯이 여기는 신하를 말한다. 한마디로 임금이나 겨우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주제넘게 하는 신하를 무군지신이라 한다. 윗사람을 무시하는 망상(罔上)이나 윗사람에게 기어오르는 범상(犯上)도 같은 뜻이다. 이는 한마디로 불경(不敬)인데 왕조 시대에 제대로 된 임금이라면 그냥 두지 않았다. 한나라 때 유학자 유향(劉向)이 지은 책 ‘설원(說苑)’에는 무군지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정의가 실려 있다. 큰일을 하면서 임금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하는 것을 무군지신이라 한다는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 2월 “코로나19 확산 원인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했다가 큰 논란이 되자 “처음 코로나19가 ..

간신열전 2020.10.14

[이한우의 간신열전] [52] 역수 요비들의 세상

입력 2020.10.07 03:00 이한우 교장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지금도 공자가 일부 여성에게 욕을 먹는 구절 하나가 있다. ‘논어’ 양화(陽貨) 편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다. “오직 여자와 소인은 기르기가 어려우니, 가까이하면 기어오르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그런데 이때 여자란 오늘날의 여성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배운 여성, 즉 숙녀(淑女)와 대비되는 것이고, 소인은 배운 남성, 즉 군자(君子)와 대비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숙녀는 얌전해야 하고[窈窕] 군자는 점잖아야 한다[愷悌]고 했다. 요조숙녀(窈窕淑女), 개제군자(愷悌君子)는 각각 그 당시의 이상적 여성상(像)과 남성상인 것이다. 그러면 옛사람들은 잘못 배운 남자와 잘못 배운 여자는 뭐라고 했을까? 역수(逆豎)와 요비(妖婢)가 그것이..

간신열전 2020.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