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161

[이한우의 간신열전] [91] 구중자황

[91] 구중자황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구중자황(口中雌黃)이란 ‘입속에 자황(雌黃)이 있다’는 말이다. 자황이란 비소(砒素)와 유황(硫黃)의 화합물로, 약재로도 썼고, 옛날 중국에서는 잘못 쓴 글자를 고칠 때 썼다고 한다. 오늘날로 치자면 글자를 지우는 ‘화이트’인 셈이다. 그래서 지론(持論)을 수시로 바꾸거나 말하자마자 취소하는 등의 행위를 비판할 때 “구중자황하는 자”라고 했다. 왕연(王衍·256~311년)은 서진(西晉) 사람으로 노장(老莊)사상에 빠져 현언(玄言)을 일삼았다. 현언이란 허무(虛無)나 무위(無爲)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청담(淸談)이라고도 한다. 주로 위진(魏晉) 시대에 이런 풍조가 크게 유행했다.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바로 그들이다. 왕연은 이런 ..

간신열전 2021.07.07

[이한우의 간신열전] [90] 간사한 자의 言行

[이한우의 간신열전] [90] 간사한 자의 言行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군자는 말로 다른 사람을 이끌고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금하게 한다. 따라서 말을 할 때는 반드시 그 끝을 헤아리고 행동할 때는 반드시 그 폐단을 살핀다면 백성들도 말을 신중히 하고 행동을 신중히 할 것이다.” ‘예기(禮記)’라는 책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여기서 군자란 고위 관리를 말한다. 즉 고위 공직자라면 말을 할 때는 그 말에 따른 결과를 미리 생각하면서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고, 어떤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생각하면서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이미 ‘논어’에서 ‘말은 신중히 하고 일은 주도면밀하게 하라’고 했다. 그럴 때라야 백성들이 그것을 보고서 ..

간신열전 2021.06.30

[이한우의 간신열전] [89] 조선의 586, 士林의 뿌리

[이한우의 간신열전] [89] 조선의 586, 士林의 뿌리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말이 사림(士林)이지 조선 시대 사림의 주류(主流)인 서인-노론-벽파는 철저한 주희 신봉자들이었다. 동인-남인-소론은 그나마 덜 교조적인 사림들이라 할 수 있다. 주희는 사상가라기보다는 주석가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일관되게 신권(臣權) 강화를 주창한 인물이다. 최근 나온 유성운의 책 ‘사림, 조선의 586’(이다미디어)은 단편적으로 제기되던 “586의 행태가 조선의 사림과 비슷하다”는 흥미로운 입론(立論)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 분석과 비판을 가한 책이다. 주요 제목을 보면 ‘사림의 위선, 586의 내로남불’ ‘군자와 소인, 사림의 당동벌이(黨同伐異)’ 사림의 반청(反淸)과 586의 반일' 등이다. 주희 추종자..

간신열전 2021.06.23

[이한우의 간신열전] [88] 求容과 苟容의 차이

[이한우의 간신열전] [88] 求容과 苟容의 차이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구용(求容)이나 구용(苟容) 모두 이미 중국 춘추시대 때부터 쓰인 단어다. 그런데 둘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이때의 용(容)은 윗사람에게 받아들여진다는 뜻에서 용납(容納)을 뜻한다. 그러니 구용(求容)은 용납받고 싶어하는 것을 말한다. 이거야 조직 사회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지상정(人之常情)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구용(苟容)은 구차스럽게 용납받으려 하는 것이다. 구차스럽다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으로 용납받으려 한다는 말이다. 공자는 구차스러움을 그래서 짧게 비례(非禮), 즉 예가 아니라고 했다. 이때의 예란 예법이 아니라 일의 이치, 즉 사리(事理)다. 그러니 그나마 구용(求容)은 사..

간신열전 2021.06.16

[이한우의 간신열전] [87] 영예와 치욕도 분간 못하는 간신

[이한우의 간신열전] [87] 영예와 치욕도 분간 못하는 간신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순자(荀子)의 말이다. “새끼 돼지도 호랑이를 건드리지 않고 강아지도 멀리 혼자 가서 놀지 않는데 그것은 그의 어미를 잊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으로 그 자신을 잊고 안으로는 그의 부모를 잊고 위로는 그의 임금을 잊은 사람은 개돼지만도 못한 자다. 남과 다투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가 옳고 남은 그르다고 여긴다. 자기는 진실로 옳고 남은 진실로 그르다면 곧 자기는 군자이고 남은 소인인 것이다.” “그는 지혜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보다 큰 어리석음은 없다. 그는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보다 큰 손해는 없다. 그는 영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보다 큰 치욕은 없다. 그는 편안해질 일이라고 ..

간신열전 2021.06.09

[이한우의 간신열전] [86] 유향의 六邪臣

[이한우의 간신열전] [86] 유향의 六邪臣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중국 역사에서 간신(奸臣)을 처음 분류한 사람은 한나라 때의 학자 유향(劉向)이다. 자리나 지키며 녹봉이나 타 먹으며 주변 눈치만 살피는 구신(具臣)이 그 첫째다. 다음은 구차스럽게 군주에게 모든 것을 맞추느라 그 후에 닥치게 될 위험은 돌아보지 않는 유신(諛臣)이다. 유(諛)는 알랑거린다는 뜻이다. 대깨문 눈치 보느라 지금도 ‘조국 만세’를 한 점 부끄럼 없이 외쳐대는 대선 후보 이낙연, 정세균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겠다. 유향에 따르면 이들은 군주가 하는 말은 모두 좋다 하고 군주가 하는 일은 모두 옳다고 한다. 셋째로 간신은 사신(邪臣) 중의 하나로 등장하는데, 속은 음흉하면서 겉으로는 조금 삼가는 척하고 교묘한 말을 ..

간신열전 2021.06.02

[이한우의 간신열전] [85] 아첨에도 격조가 있을 텐데

[이한우의 간신열전] [85] 아첨에도 격조가 있을 텐데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당나라 대표적인 간신을 꼽으라면 조정 신하 중에는 이임보(李林甫)요, 환관 중에는 구사량(仇士良)이다. 구사량은 당나라 순종(純宗) 때 환관으로 동궁(東宮)이던 헌종(憲宗)을 모시기 시작해 전권을 장악하고서는 20여 년 동안 갖은 탐학을 다 저지르면서 두 명의 왕과 한 명의 왕비, 네 명의 재상을 살해했다. 그가 지금까지도 이름을 남긴 것은 이런 악행 못지않게 그가 은퇴 후에 후배 환관들에게 전해주었다는 비결 때문이다. “천자는 한가롭게 둬서는 안 된다. 항상 사치스럽고 화려한 것으로 그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서 날마다 새로워지고 달마다 더 성대하게 해 다른 일에 다시 관심을 두게 해서는 안 되고 그런 후에야 우..

간신열전 2021.05.26

[이한우의 간신열전] [84] 입을 닫고 혀를 묶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두문불출(杜門不出)이란 문을 닫아걸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두문(杜門)보다 무서운 것은 두구(杜口)다. 입을 닫아버린다는 말이다. 같은 뜻으로는 결설(結舌)이 있다. 혀를 묶어버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아첨하는 신하가 설쳐대면 곧은 신하들은 입을 다물어버린다’고 했다. 그에 따른 폐단은 분명했다. 위아래가 막혀 소통이 되지 않고 온 천하가 꽉 막혀버린다[閉塞(폐색)]. ‘주역(周易)’에서 가장 좋은 상황을 뜻하는 괘는 태괘(泰卦)다. 태괘란 위에 곤(坤·☷)이 있어 겸손하게 아래로 향하고 아래에 건(乾·☰)이 있어 위를 향해 바르고 곧은 말을 올린다. 이것이 태평한 세상이다. 가장 나쁜 상황의 비괘(否卦)는 태괘와 정반대로 건(乾·☰)이 위에..

간신열전 2021.05.19

[이한우의 간신열전] [83] ‘광대 정치’의 末路

[이한우의 간신열전] [83] ‘광대 정치’의 末路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중국 오대(五代) 시대 후당(後唐)을 세운 황제 장종(莊宗·885~926년)은 즉위 초에는 사방의 적들과 싸워 영토를 크게 넓히는 등 상당한 치적을 세웠다. 그러나 뒤에는 교만에 빠져 놀이를 일삼았는데 특이하게도 연극배우인 영인(伶人), 광대들을 정치에 끌어들였다. 장종은 그냥 연극 구경을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연기도 하며 오늘날의 예명(藝名)에 해당하는 우명(優名)을 지어 스스로 ‘이천하(李天下)’라고 불렀다. 장종은 관리나 환관도 아닌 광대들에게 민심을 탐지하는 일을 맡겼다. 광대 중에 경진(景進)이란 자가 민간 시찰을 마치고 돌아오면 조정 신하들을 모두 물러가게 하고 나라의 중요 업무들을 모두 경..

간신열전 2021.05.12

[이한우의 간신열전] [82] 직간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한우의 간신열전] [82] 직간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예부터 중국에서는 임금을 일깨워주는 간언(諫言)과 관련해 참으로 많은 종류가 있었다. 흔히 오간(五諫)이라고 해서 다섯 가지를 꼽는데, 에둘러 말하는 휼간(譎諫)이 있고 고지식하게 말하는 당간(戇諫)이 있으며 그 밖에도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하는 강간(降諫), 슬쩍 풍자하듯이 하는 풍간(諷諫), 그리고 사안을 정면으로 따지고 드는 직간(直諫)이 있다. 공자는 직간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에 풍간이 더 낫다고 보았다. 물론 아주 드물게는 범안(犯顏), 즉 임금의 안색을 거슬러가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특수한 경우이고 일반적으로 좋은 것은 겸손한 말로 에둘러서 풍자하듯이 간언하는 것이라고 했다. ..

간신열전 2021.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