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42>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瓜: 오이 과 田: 밭 전 不: 아닐 불 納: 들 납 履: 신발 리 李: 오얏 리 下: 아래 하 不: 아닐 불 整: 가지런할 정 冠: 갓 관 위나라 조비(曹丕)가 군자행(君子行)이란 시에서 처음 이 말을 썼는데, 군자는 미연(未然)에 방지하며, 혐의(嫌疑)가 있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간단히 과전이하(瓜田李下)라고도 한다. 동진(東晉) 간보(干寶)의 ‘수신기(搜神記)’ ‘가문합(賈文合)’ 편에 의하면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威王)에게 우희(虞姬)라는 후궁이 있었다. 우희는 위왕을 성심성의껏 모실 뿐 아니라 나라의 앞날을 늘 걱정하는 속 깊은 여인이었다. 당시 제나라는 주파호(周破湖)라는 간신이 국정을 마음대로 휘둘러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았고 민심도 불안한 상태였다. 보다 못한 우희가 위왕..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43>가취현불가굴치(可就見不可屈致)

可: 가할 가 就: 나아갈 취 見: 뵐 현 不: 아닐 불 可: 가할 가 屈: 굽을 굴 致: 이를 치 인재란 온 정성을 다해 모셔 와야 한다는 의미로 삼고초려(三顧草廬)란 말과 유사하다. ‘삼국지’ ‘촉서(蜀書)’ ‘제갈량전(諸葛亮傳)’에 의하면 제갈량은 자가 공명(孔明)이고 농사를 지으며 양보음(梁父吟)이라는 노래를 즐겨 불렀다. 그는 평소 자신을 명재상 관중(管仲)과 악의(樂毅)에 비유했지만 당시 알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단지 최주평(崔州平)이나 서서(徐庶) 등과 친분이 있었을 뿐이었다. 당시 유비는 신야(新野)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그를 만나러 온 서서가 와룡(臥龍)인 제갈공명을 만나 보라고 조언하자 유비가 서서에게 데리고 올 수 없겠냐고 했다. 그러자 서서가 바로 이 말을 하고는 장군께서 몸을 굽..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44>교사불여졸성(巧詐不如拙誠)

巧: 교묘할 교 詐: 속일 사 不: 아닐 불 \如: 같을 여 拙: 졸할 졸 誠: 정성 성 ‘교사’는 ‘기교사위(機巧詐僞)’의 준말이고, ‘졸성’은 ‘본졸성실(분拙誠實)’의 준말이니, 교묘하고 위장된 행동보다는 투박하고 우직하며 성실한 마음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비자 설림상(說林上)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악양(樂羊)이란 위(魏)나라 장수가 중산(中山)을 공격했는데, 그의 군주 문후가 악양의 아들을 삶아 요리를 만들어 악양에게 보내자 악양은 그것을 먹어치웠다. 이 소식을 들은 문후가 “악양은 나를 위하여 제 자식의 고기를 먹었다”고 말하면서 그 충성을 높이 평가하자 곁에 있던 신하는 달리 말했다. “제 자식의 고기를 먹은 자입니다. 그러니 어느 누구인들 안 잡아먹겠습니까?” 그러자 문후는 악양..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45>화막대어부지족(禍莫大於不知足)

禍: 재화 화 莫: 없을 막 大: 큰 대 於: 어조사 어 不: 아닐 불 知: 알 지 足: 만족할 족 무리한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것으로 ‘지족(知足)’이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정해진 사안에 대해 만족감을 갖는다는 의미다. 이 말은 한비자 유로(喩老) 편에 나오는 말이다. 한비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지백(智伯)은 범씨(范氏)와 중항씨(中行氏)를 병합하고 조(趙)나라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한(韓)나라와 위(魏)나라가 지백에게서 등을 돌려 지백의 군대는 진양(晉陽)에서 패했다. 결국 지백은 고량(高梁) 동쪽에서 죽었으며 영토는 마침내 세 나라로 나누어졌고 그의 머리는 잘려 옻칠이 된 다음 요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지백의 무리한 욕심으로 인해 그 자신도 파멸의 길을 걷게 되었고 백성들 역시 갈기갈기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46>오미사악(五美四惡)

五: 다섯 오 美: 아름다울 미 四: 넉 사 惡: 악할 악 ‘존오미병사악(尊五美屛四惡·다섯 가지 미덕을 존중하고 네 가지 악을 물리치다)’의 준말로,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정치에 종사할 수 있느냐고 여쭈어보자 한 말이다. ‘오미(五美)’란 “은혜를 베풀면서도 낭비하지 않고, 수고롭더라도 원망하지 않으며, 욕망은 있어도 탐욕은 없고, 느긋하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 것이다(惠而不費, 勞而不怨, 欲而不貪, 泰而不驕, 威而不猛).”(논어 ‘요왈(堯曰)’ 편) 이 말에 대해 보충설명을 부탁하자 공자는 친절하게 이렇게 부연했다. 백성들이 이롭게 여기는 바에 따라 이롭게 하고, 그들이 수고롭게 할 만한 일을 가려서 하며, 인(仁)을 이룩하고자 하고, 함부로 오만하게 굴지 않..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47>법불아귀(法不阿貴)

法: 법 법 不: 아니 불 阿: 언덕 아 貴: 귀할 귀 한비자 ‘유도(有度)’편에 나오는 말로 승불요곡(繩不撓曲·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이란 말과 함께 쓰여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말이다. 한비의 시각은 이렇다. “뛰어난 장인은 눈대중으로도 먹줄을 사용한 것처럼 맞출 수 있지만 반드시 먼저 자와 컴퍼스로 기준을 삼는다. 지혜가 탁월한 사람은 민첩하게 일을 처리해도 사리에 들어맞지만 반드시 선왕의 법도를 귀감으로 삼는다.(巧匠目意中繩, 然必先以規矩爲度; 上智捷擧中事, 必以先王之法爲比)” 이런 점에서 한비는 군주가 자신의 능력이나 지혜에 자만하지 말고 법에 따라 다스릴 것을 강조한다. 수많은 군주들이 몰락한 원인은 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지식과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임의적인 잣대를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48>상덕부덕(上德不德)

上: 위 상 德: 덕 덕 不: 아닐 불 德: 덕 덕 덕행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덕을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덕이 있게(有德) 된다는 의미로 노자(老子) 38장에 나온다. 한비자 ‘해로(解老)’ 편에도 나오는 이 말은 도가의 무위(無爲)의 철학적 성격을 정치적으로 해석한 것인데, ‘상덕’을 갖춘 군주는 굳이 밖으로 덕이 있다고 애써 나서지 않으며, 자연(自然)에 순응할 뿐 어떤 작위(作爲)보다는 무위의 이치를 터득한 자다. ‘하덕(下德)’을 가진 군주는 자연에 순응하는 것은 맞지만 의도적인 작위를 일삼는 자다. 덕(德)이란 내면적인 것이고, 스스로 얻어지는 것으로 무위함으로써 모여진 것이고, 무욕(無欲)의 상태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노자의 관점이고 한비의 재해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군주란 나라를 순리..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49>일수독박 수질무성

一: 한 일 手: 손 수 獨: 홀로 독 拍: 칠 박 雖: 비록 수 疾: 빠를 질 無: 없을 무 聲: 소리 성 군신관계의 원만한 조화와 협력의 중요성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으로 한비자 ‘공명(功名)’ 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주가 신하를 내치면 자신도 버려지므로, 군주는 신하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었을 때 한 걸음 물러나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갑의 관계인 군주의 몫이란 의미다. 한비는 ‘공명’ 편에서 ‘오른손으로 원을 그리고 왼손으로 사각형을 그리면 양쪽 다 이룰 수 없다(右手(화,획)圓, 左手(화,획)方, 不能兩成)’고 하면서 억지로 하면 안 되는 것이 있듯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는 논지다. 그러므로 한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잘 다스리는 나라의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설정하여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0>기화가거(奇貨可居)

奇: 기이할 기 貨: 재물 화 可: 옳을 가 居: 거할 거 지금의 가치보다는 미래의 보물이란 뜻으로 ‘보화난수(寶貨難수)’와 유사하다. 사기 ‘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에 의하면 이렇다. 전국시대 말 위(衛)나라의 거상(巨商) 여불위가 어느 날 조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에 머물고 있다가 우연히 진(秦)나라 소왕의 손자 자초(子楚)가 인질로 잡혀 와 있는 것을 보았다. 사연을 알아보니 이러했다. 자초의 아버지 안국군(安國君)에게는 아들 20여 명이 있었다. 안국군에게는 화양부인(華陽夫人)이란 정부인이 있었으나 슬하에 아들이 없었다. 자초는 안국군의 첩 하희(夏姬)의 아들이었는데 그의 생모는 안국군의 총애를 받지 못했다. 입지(立地)가 부족한 자초가 조나라에 볼모로 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진나라는 인질 따..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1>상병벌모(上兵伐謀)

上: 위 상 兵: 병사 병 伐: 칠 벌 謀: 꾀할 모 교묘한 전략으로 적을 공격하는 것이 상책이란 뜻으로 손자병법 ‘모공(謀攻)’ 편에 나오는 말이다. ‘모(謀)’는 책략 혹은 전략이며 ‘벌(伐)’은 ‘공(攻)’과 마찬가지로 공격을 뜻한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을 최상의 전략으로 보았다. “상책의 용병은 적의 계략을 공격하는 것이며, 그 차선은 적의 외교관계를 공격하는 것이며, 그 다음 정책은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며, 그 아래의 정책은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 여기서 손자는 ‘벌모’ ‘벌교’ ‘벌병’ ‘공성’의 순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밑의 단계로 내려갈수록 희생만 커지고 성과가 없어진다. 이는 손자가 말한 ‘비전(非戰)’ ‘비공(非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