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가을을 표현하는 형용사를 하나 들라하면 그것은 ‘맑다’일 것이다. 가을이면 우선 하늘이 맑고, 다음으로 날씨가 맑고, 마지막으로 물이 맑다. 맑은 하늘 아래서, 맑은 날씨에, 맑은 물에 고운 연꽃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조선(朝鮮)의 시인 허난설헌(許雪軒)은 길지 않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호사(豪奢)를 누리는 행운이 있었다. ◈ 채연곡(采蓮曲)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 : 가을은 맑고 긴 호수엔 벽옥 같은 물 흐르고 荷花深處繫舟(하화심처계난주) : 연꽃 우거진 곳에 아름다운 목련배 매여 있다네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연자) : 임을 만나 물 사이로 연밥을 던지다가 遙被人知半日羞(요피인지반일수) : 멀리 사람들이 알아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