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겨우내 딱딱하게 굳은 모습으로 생명을 꽁꽁 숨기고 있던 초목들은 봄바람의 속삭임에 슬그머니 밖으로 생명의 낯을 드러낸다. 봄바람을 맞은 초목은 삽시간에 딱딱한 겨울 갑옷을 벗어버리고 화사하고 부드러운 비단 옷으로 갈아입는다. 생명의 느낌은 부드러움이고, 이 부드러움은 곧 봄의 촉각(觸覺)이다. 이 봄의 촉각을 가장 선명하게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버드나무이다. 까맣고 딱딱한 무채색의 나무 기둥에 불과했던 버드나무는 봄이면 백팔십도 바뀐 모습으로 세상에 등장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버드나무야말로 봄이 연 생명 잔치의 주빈(主賓)이라고 할만하다. 송(宋)의 시인 증공(曾鞏)은 이 봄의 주빈(主賓)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