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 김태봉 사람이 살면서 만나는 기후 현상 중에 첫눈만큼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것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늦가을 땅은 낙엽이 서리에 엉키고 사람 발에 밟히고 하여 스산하면서도 지저분한 느낌을 주고 고개를 들어 보면 나뭇잎은 모두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황량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지저분하고 스산하고 황량한 늦가을 분위기를 단박에 전혀 다른 느낌의 분위기로 바꿔 버리는 것이 바로 첫눈이다. 지저분한 낙엽으로 칙칙한 느낌이던 땅은 새하얀 눈이 쌓여 졸지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순결한 모습으로 둔갑하고 나뭇잎 하나 달리지 않아 황량하던 나뭇가지에는 갑자기 하얀 눈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조선(朝鮮)의 시인 이숭인(李崇仁)은 어느 해 첫눈을 산속에서 만났다. 첫눈(新雪) 蒼茫歲暮天(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