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전라남도 담양에 가면 유서 깊은 정원이 하나 있는데, 그 이름은 소쇄원(瀟灑園)이다. 조선 중기 정치적으로 실의를 겪은 양산보(梁山甫)라는 사람이 낙향하여 은둔지로 꾸민 정원인데, 자연의 모습을 잘 살린, 졸박하지만 격조 있는 품격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이 정원을 수시로 드나들던 시인 김인후(金麟厚)가 이곳의 정경을 48수의 시로 묘사했는데, 그 중 하나가 눈 덮인 풍경에 대한 것이다. 뜰에 깔린 눈(平園鋪雪) 不覺山雲暗(불각산운암) 산 구름 어두운 걸 몰랐는데 開牕雪滿園(개창설만원) 창을 여니 눈이 뜰에 가득하네 階平鋪遠白(계평포원백) 섬돌에도 두루 하얀 눈 쌓이니 富貴到閑門(부귀도한문) 부귀가 한가한 문에 이르렀구나. 소쇄원은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