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뒤뜰의 누런 밤은 벌이 아니더라도 터진다는(後園黃栗不蜂) 김삿갓의 말마따나, 바야흐로 밤 터지는 철이 왔다. 김삿갓의 뒤뜰만이 아니고, 앞산 뒷산 옆산 할 것 없이 터지는 밤, 그 밤나무가 빼곡한 마을이 밤골 즉 율곡(栗谷)이다. 이 땅에 흔하디흔한 게 밤나무인지라, 밤골을 이름으로 한 마을도 한둘이 아니다. 이 중 하나가 파주 파평의 밤골이다. 조선 선조 때의 유학자 이이(李珥)가 가향인 이곳의 이름을 따서 율곡(栗谷)을 자신의 아호로 삼은 덕에, 파주 파평의 율곡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밤골이 되었다. 이율곡은 어려서 이 마을 어귀에 세워진 정자에서 노닐곤 했는데, 임진강 가에 위치한 화석정(花石亭)이 그것이다. 이율곡은 화석정을 제목으로 한 시를 남겼는데, 그의 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