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연이은 열대야에 잠 못 드는 밤, 선풍기는 질식이다 뭐다 해서 꺼림칙하고, 에어컨은 냉방병이다 산소부족이다 해서 영 마뜩치 않을 때, 퍼뜩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작년 여름 지나며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둔 그 분, 이름 하여 죽부인(竹夫人)이다. 차가운 물성(物性)으로 여름에 환영받는 죽제품에다, 남의 아내에 대한 존칭어인 부인(夫人)을 처음 갖다 붙인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여름 나기 용품에 불과한 이 물건이 많은 선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풍류(風流) 넘치는 그 이름 덕임에 틀림없다. 풍류(風流) 하면 둘째가기 서러운, 여말(麗末)의 천재 시인 이규보(李奎報)가 이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죽부인(竹夫人) 竹本丈夫比(죽본장부비) : 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