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보릿고개의 위로 입하(立夏)가 지나면서 나뭇잎의 푸르름은 속도를 더하기 시작한다. 이제 신록(新綠)이라는 말은 무색하다. 짙은 녹음(綠陰) 곧 농록(濃綠)이 더 어울린다. 그러나 이즈음에 짙어지는 것은 나뭇잎 빛깔뿐이 아니다. 농사일은 고되고 먹을 것은 동이 난 농부의 걱정 또한 짙어만 간다. 보릿고개에 고달픈 삶을 위로하는 것은 역시 풋풋한 자연이고 마음 맞는 친구였다. 조선(朝鮮)의 시인 이상수(李象秀)는 이러한 초여름의 모습을 정감 나게 그리고 있다. ◈ 친구를 찾아가 만나지 못하고(訪友不遇) 農家四月麥如雲(농가사월맥여운) : 농가의 사월은 보리가 구름같고 척촉花開不見君(척촉화개불견군) : 철쭉꽃은 피었는데 그대는 보이지 않네 小婢留人沽酒去(소비류인고주거) : 작은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