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587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2> 진화와 진보 ; 대멸종 진행

진화와 진보에서 진(進)은? 길고 크고 날씬한 새인 조(鳥)와 견주어 짧고 작고 통통한 새인 추(隹)가 천천히 가는(辶) 모양이다. 진화(進化)는 생물학 용어로 주로 쓰인다. 생물이 단순에서 복잡한 것으로, 하등에서 고등한 것으로 발전하는 걸 뜻한다. 진보(進步)는 사회학 용어로도 쓰인다.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정도나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지며 발전하는 걸 뜻한다. 진화나 진보 모두 발전하는 양상을 뜻한다. 과연 진화나 진보는 발전적으로 진행되는 걸까? 진화론의 최초 제창자는 라마르크(Jean Lamarque 1770~1832)였다. 그는 1809년 출판한 ‘동물철학’에서 용불용설(用不用說)을 주장했다. 어느 생명체가 노력하여 쓰는(用) 기관과 안 쓰는(不用) 기관의 차이가 후손에게 유전되어 쓰는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1> 근원과 환원 ; 복잡한 인간

근원적 요소들의 환원으로 설명 불가한 눈 원소와 원자에서 원은 같은 한자를 쓸까? 다른 한자를 쓸까? 다른 한자를 쓴다. 원소(元素)는 으뜸이나 처음을 뜻하는 원(元)을 쓴다. 원자(原子)는 근본이나 근원을 뜻하는 원을 쓴다. 서로 다른 한자를 쓰지만 그 뜻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으뜸이나 처음인 元은 근본이나 근원인 原과 그 맥락이 같다. 음악에서도 으뜸음과 근음은 대개 비슷한 맥락으로 쓰인다. 두 복원(復元, 復原)도 거의 같은 뜻이다. 원소와 원자의 원처럼 근원과 환원의 원도 다른 한자를 쓴다. 근원은 물 수가 부수인 원(源)을 쓴다. 사물이 생겨나는 본바탕이라는 뜻에서 물 수가 없는 원(原)을 써서 근원(根原)이라 해도 되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근원(根源)이라 쓴다. 어떤 물줄기가 있으면 그 근원..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0> 변이와 변화 ; 인류의 앞날

예전에 모 공영방송국에서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다섯 개의 열쇠란 연속 프로그램을 방송했었다. 그 다섯 개는 디지털 신소재 종자 돌연변이 태양이었다. 엄선한 다섯 개였을 것이다. 앞으로 이 다섯 개에 의해 인류의 삶이 변화할 것이라는 주제였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돌연변이였다. 나머지 네 개는 인간의 노력에 의하지만 돌연변이는 인간의 인위적 통제영역을 벗어난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돌연변이가 인류의 내일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돌연변이가 뭐길래? 돌연 갑자기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이 돌연변이(突然變異)다. 어떤 생명체가 돌연히 지금까지와 달리 변하는 것이다. 원래 인류는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졌었다. 그런데 돌연히 노랑머리와 푸른 눈동자를 지닌 사람이 태어났다. 돌연변이다. 그들은 이..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69> 창조와 창발 ; 창발적 창조론

둘 사이에 서로 말이 잘 안 통하는 집단은? 첫째, 정치 이념이 다른 좌파↔우파. 둘째, 국어 해석이 다른 한자 혼용론자↔한글 전용론자. 셋째, 종교 신념이 다른 창조론자↔진화론자 아닐까? 이 중 세 번째가 가장 말이 안 통할 것 같다. 창조론자에게 진화를 주장하면, 진화론자에게 창조를 주장하면 싸우기 쉽다. 학교에서 배우는 진화론과 교회에서 듣는 창조론에 대해 서로 신중해야 할 이유다. 그래서 창조와 진화보다 관점을 슬쩍 비켜 창조와 창발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창조(創造·Creation)의 사전적 정의는 전에 없던 것을 비로소 새롭게 만든다는 뜻이다. 기독교 신앙에서는 하나님-하느님께서 천지는 물론 온갖 생명체들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성경 창세기 1장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다. 첫째 날에 낮과 밤을..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68> 루카와 루시 ; 최초의 존재

물질로부터 어찌 생물이 태어났을까? 처음엔 그냥 우연히 생긴다고 믿었다. 그러나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가 아주 간단한 깔때기 실험으로 생물의 자연발생설을 완전폐기시켜 버렸다. 이후 과학자들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고 있다.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끈질긴 탐구력에 따른 해답이다.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일 때 대폭발로 우주가 생겼다. 45억 년 전에 지구가 생겼다. 이후 40억 년 전에 최초 생명체가 생겼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나의 가설로 시작된다. 오파린(Aleksandr Oparin 1894~1980)은 간단한 무기물로부터 복잡한 유기물이 발생하는 과정에 대해 해설했다. 그의 저서 ‘생명의 기원’은 그야말로 생명의 기원을 밝혔다...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67> 물질과 생물 ; 생명 현상

분자인 물질로부터 생물의 생명현상을 밝힌 업적 뉴턴이 완성한 근대 물리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었다. 고전역학 시대가 저문 것이다. 1900년 플랑크로부터 촉발된 양자 이론과 1905년과 1915년 아인슈타인이 밝힌 상대성 이론을 통해서다. 20세기 초반엔 기라성(綺羅星)과도 같은 천재 과학자들이 줄줄이 출현했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인 1927년 제5차 솔베이 회의는 대사건이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29명이 모였는데 17명이나 노벨상을 받았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인물을 딱 한 명 꼽으라면? 물론 필자의 개인적 주관적 자의적 생각에 따른 선정이다. 무슨 이유로 슈레딩거(Erwin Schr dinger 1887~1961)를 선정하게 되었을까? 그는 복잡한 여성 편력을 가진 바람둥이로 알려져 있다..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66> 우주관과 우주론 ; 황당해도 쓸모 있을?

지동설 우주관보다 난해한 홀로그램 우주론 빛은 무엇인가? 서양 근대과학은 이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황당한 질문이었다. 빛은 그냥 빛이지 뭐? 별로 파헤칠 대상이 아닌 듯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빛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빛이 입자냐 아니면 파동이냐에 대해서 엎치락뒤치락했다. 결국 빛은 입자이자 파동이며, 파동이며 입자라고 결론 났다. 그러는 와중에 전자 광자 양자 양성자 중성자 원자핵 전기 자기도 알게 되고 빛이 전자기파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울러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전파도 알게 되었다. 현대문명은 빛에 관한 연구들의 결실이라 해도 무방하다. 결코 쓸데없는 연구가 아니었던 것이다. 시공간의 집인 우주(宇宙)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도 쓸모없어 보이는..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65> 물질 반물질 암흑물질 ; 그 날을 위하여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은? 금은 1g에 몇만 원밖에 안 한다. 3.75g인 금 한 돈은 30만 원 정도다. 1위는 원자번호 118번 오가네손(Og)이다. 1g에 4800자 원이란다. 만-억-조-경-해-자 순으로 0이 네 개씩 붙으며 숫자가 커지는데 이건 도대체 도무지 상상조차 안 된다. 이 세상 온 세계 모든 것들의 가격을 다 합쳐도 못살 초거대 금액이다. 1위와 격차가 큰 2위도 만만치는 않다. 대한민국의 1년 국내총생산인 GDP는 2000조 원 남짓이다. 1경 원의 5분의 1 정도다. 미국의 GDP는 2경5000조 원 정도다. 그런데 1g에 7경 원이라니? 물론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아니다. 단지 이 물질 1g 만들 때 들어가는 온갖 비용들을 추산했더니 그런 금액이 된다는 다분히 억지스러운 비현..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64> 검은 별과 블랙홀 ; 무한한 호기심

①인간이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쓸 데와 영양가가 없다. ②연구 스케일이 가장 크다. ③인간의 끊임없는 호기심에 따른다. 이러한 설명에 부합되는 학문은? 천문학이 아닐까 싶다. 천체물리학이라고도 불린다. 과거의 점성술이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유용한 수단이었다면 현대의 천문학은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무한한 지적 욕구를 채우려는 대단한 작업이다. 이 천문학이 탐구하는 대상들 중 가장 기묘한 걸 딱 하나 꼽자면? 단연코 블랙홀이다. 블랙홀(black hole)은 말 그대로 검은 구멍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구멍이 아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에 빨대와 같은 구멍이라고 한다. 될수록 근사(近似)하게 말하자면 도무지 이상한 점이다. 천체물리학자들은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전문용어를 쓴다. 부피는 제로(0..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63> 이론과 진리 ; 일반적 상대성

바로 전 562회 글에서 특수 상대성 이론을 이야기했다. 특수란 등속도로 운동하는 경우다. 등속이란 낱말이 헷갈린다. 등속(等速)을 같은 속도인 동속(同速)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런데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게 가능할까?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만 가더라도 절대로 동속도인 등속도로만 갈 수 없다. 출발할 때부터 속도는 변한다. 점점 빨라진다. 다음 정거장에 서기 전엔 점점 느려진다. 이처럼 가속도로 움직일 때 버스 안에서 관성력을 받는 승객은 앞뒤로 옆으로 쏠리게 된다. 그런데 가속이란 낱말 역시 헷갈린다. 가속(加速)을 바뀌는 속도인 변속(變速)으로 이해하면 쉽다. 점점 빨라지건 느려지건, 방향이 바뀌건 다 가속이다. 특수한 상황인 등속이 아니라 일반적 상황인 가속의 경우에 적용하는 상대성 이론이 일반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