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6698]쿵! 쾅! 벌금

[이규태코너][6698]쿵! 쾅! 벌금 발행일 : 2006.02.01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땡그랑 울릴 제면 또 울릴까 맘 졸이고 끊일 젠 또 들리리라, 소리 나기 기다려서 밤새도록 풍경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뤘다는 성불사의 밤. 그 풍경소리를 두고 노산 이은상처럼 아름다운 시로 승화하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 안면방해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십수년 전 일본에서 이 풍경소송이 실제로 있었는데 산중에서 짐승에게 건물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풍경이 도심에서는 그 본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 일과성이 아니라 주야로 들어야 하고 사람에 따라 듣기 좋은 소리만은 아니라는 점, 그 소리를 정서나 종교적 심정으로 수용하는 사람보다 소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원고 승소를 내렸었..

이규태 코너 2022.10.02

(6700) 신용 교육

[이규태코너](6700) 신용 교육 발행일 : 2006.02.08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한양 종로에 깔려 있던 육의전(六矣廛)의 상인사회에는 독특한 문화가 계승됐었다. 이를테면 아버지가 노후에 자식에게 단골손님의 명부인 복첩(福帖)을 넘겨주는 것으로 가권(家權)이 이양되었다. 이 복첩은 조상의 신주와 벽 높이 나란히 모셔 신격화했으며 그 단골손님 가운데는 3대, 5대, 7대를 내려 단골손님인 경우가 허다했다. 육의전의 규모가 크고 작고는 가게의 크기나 거래의 많고 적음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된 단골손님을 어느 만큼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 즉 복첩의 두께로 가늠했다. 단골손님을 복인(福人)이라 했고 복첩이 두꺼운 집의 돈을 복전(福錢)이라 하여 같은 값의 돈보다 항상 비싸게 ..

이규태 코너 2022.10.02

[6701]책찜질 이야기

[이규태코너][6701]책찜질 이야기 발행일 : 2006.02.11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농가의 7월 월령가에 보면 장마가 끝났으니 집안을 돌아보아 곡식이며 의복, 서책을 거풍(擧風)했는데 사나이들은 짝지어 등고(登高), 곧 등산하여 정상에서 바지춤 내리고 국부를 햇볕에 노출, 거풍시키기도 했다. 곧 음력 7월은 거풍의 계절이다. 국립 중앙도서관에서도 소장하고 있는 수백만 권의 책을 찜질, 종이 파먹는 좀이나 벌레를 죽이는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2년 간격으로 사고(史庫)의 서책을 펼쳐 볕을 쬐고 먼지를 털었던 조선조 포쇄(曝?)의 연장이랄 수 있다. 종이벌레는 여느 벌레와 달리 이승의 지극한 한(恨)이나 원(怨)의 변신(變身)으로 이야기가 많다. 동사(東寺)란 절에 어린 사미가 법화경(..

이규태 코너 2022.10.02

[이규태 코너][6702·마지막회] 24년간의 마라톤

[이규태 코너][6702·마지막회]24년간의 마라톤 발행일 : 2006.02.23 / 종합 A1 면 ▲ 종이신문보기글로 먹고 사는 놈에게 항상 무언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1983년 3월 1일. 이처럼 오랫동안 코너가 계속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방우영 사장께서 ‘李圭泰 코너’란 이름과 함께 분량과 지면의 위치까지 정해주시며 시작하라고 했던 이 글이 벌써 6701회를 기록했습니다. 3·1절을 맞아 3·1선언 현장인 명월관의 내력을 쓴 ‘이완용의 집 고목’에서 시작해 얼마 전 ‘책찜질 이야기’까지 햇수로 24년이 흘렀습니다. 컴퓨터로 계산하니 오늘(2월18일 기준)로 8391일이나 됩니다. 중년이던 나이는 이젠 칠순을 지난 늙은이가 됐고, 강산은 두 번 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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