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6678)大乳女

[이규태코너](6678)大乳女 발행일 : 2005.11.23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유럽에서 출토된 석기시대의 흙인형(土偶)들은 젖통이 과장되었다는 데서 공통되고 있다. 유방 크기가 전 인형 체적의 반을 넘게 조각된 것으로 미루어 대유(大乳) 숭배시대가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대유는 풍년과 직결되기에 대유 숭배가 자생했음 직하다. 우리나라 농가에서 감자류나 고추 등 많은 결실을 바라는 채소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할 때는 그 마을에서 유방이 제일 크거나 아들 딸을 많이 낳은 여인을 곱으로 품을 사서 시켰던 관행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큰 젖통의 긍정적 이미지는 인류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루이16세의 술잔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유방을 본떠 만든 것으로, ..

이규태 코너 2022.10.03

[이규태코너][6679]송로(松露)

[이규태코너][6679]송로(松露) 발행일 : 2005.11.25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송로의 주산지에서는 11월 전후부터 세계적 미식(美食)인 송로의 매매시장이 선다. 나폴레옹이 입었음직한 조끼 차림으로 오른손을 포켓에 넣고 왼손을 아래위로 휘젓는 사나이가 바로 송로를 중개하는 뚜쟁이다. 그 휘젓는 손 높이로 송로를 사려는 사람은 송로 값을 짐작한다고 한다. 해마다 최고의 송로 값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 마련인데 올 최고 값은 1㎏당 1억원에 매매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먹는 음식으로 최고의 값이 아닐 수 없으며, 송로 값이 오르면 그 다음해 경기가 좋아지고 주식시장의 장세가 그날로 달라지기에 송로 값을 상승시킨 암묵간의 잠재요인이 돼 온 것이다. ‘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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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80]강릉 단오제

[이규태코너][6680]강릉 단오제 발행일 : 2005.11.28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석굴암-종묘-팔만대장경판전-수원 화성-창덕궁에 이어 강릉 단오제가 유네스코 보존문화재 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단오행사의 뿌리는 중국에 있다 해서 중국측에서 가로채려 들었으나 문화는 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흘러흘러 그 지역의 여건과 더불어 곰삭아 독자적으로 창출되었을 때 가치를 이룬다는 문화이론의 승리이기도 하다. 육지로 연결된 세계대륙의 가장자리에 쌀자루처럼 매달려 있는 한반도는 온 세계의 잡동사니 문화들이 흘러흘러 그 자루 속에 들어가 푹 삭은 발효(醱酵) 문화지대인지라 앞으로 문화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야기될 뿌리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점에도 뜻을 두고 싶다. 강릉에는 3대 성황신이 있는데 중국에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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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81]지린시(吉林市)

[이규태코너][6681]지린시(吉林市) 발행일 : 2005.11.30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청나라 주도하에 백두산 정계비(定界碑)를 세울 때 한반도 쪽으로 흐르는 압록강과 만주 쪽으로 흐르는 송화강의 분수령에 세웠었다. 송화강은 지린시(吉林市)를 거쳐 우회전, 하얼빈시를 거쳐 러시아땅에서 아무르강과 합류해 동해로 빠진다. 따라서 간도(間島)를 안고 흐른다 하여 간도가 우리 땅이라는 증거로 자주 거론돼온 송화강이기도 하다. 송화강 주변에 소나무가 무척 울창했던지 소나무꽃 철이 되면 그 아름다운 송홧가루가 강물을 뒤덮고 흐른다 해서 송화강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이 강물에 송화 대신 벤젠이라는 독극물이 흘러 강변 대도시들인 지린시, 하얼빈시, 그리고 러시아땅인 하바로프스크시까지 식수 금지령이 ..

이규태 코너 2022.10.03

[이규태 코너][6682]디딜방아

[이규태 코너][6682]디딜방아 발행일 : 2005.12.03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원시인은 비슷한 것끼리는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았다. 이를테면 방아 찧는 행위는 성행위와 비슷하기에 이를 같은 행위로 보고 옛 깐깐한 선비들은 길 가다가 방앗간이 나타나면 이를 피해갔다. 길 가다가 어느 집에 무슨 대사가 있어 방아 찧는 소리를 듣게 되면 선비는 가던 길 멈추고 집에 돌아와 샘물을 퍼오라 시켜 귀를 씻고 귀를 통해 방아 소리로 오염된 마음의 통로를 씻었다. 이를 세이(洗耳)라 했다. 요즈음은 신문 방송을 통해 듣는 뉴스를 옛날에는 말 많은 부인네들이 모이기 마련인 디딜방앗간에서 듣고 퍼뜨리기 마련이다. 믿지 못할 소문을 ‘방앗간 풍문’이라 했음을 미루어 할 말 못할 말 다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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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83]팔없는 여인 래퍼

[이규태코너][6683]팔없는 여인 래퍼 발행일 : 2005.12.07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면서 위업을 이룬 헬렌 켈러에 이어 손과 팔이 없으면서 입으로 붓질하고 입으로 셔터를 누르며 미술계와 사진계에서 대성한 영국의 예술가 앨리슨 래퍼가 올해의 세계여인상을 탔다. 자신을 기형이라고 보는 사회의 육체적 정상 상태와 미의 개념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는 것이 그녀의 수상 제일성이었다. 사실 손이며 다리며 보고 듣는 감각기관들은 인간에 있어 군더더기인지 모른다. 예부터 예술가들이 팔다리 없는 토르소라는 동체 조각을 즐겨 조각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시인 릴케는 로댕의 토르소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팔이 있다 할 때 이 토르소만큼 강력하게 포옹 의지를 나타낼 수..

이규태 코너 2022.10.03

이규태코너][6684]쌀과 한국인

[이규태코너][6684]쌀과 한국인 발행일 : 2005.12.10 / 여론/독자 A34 면 ▲ 종이신문보기값싼 외국쌀이 쏟아져 들어오게 됐다. 어찌할 수 없는 추세라지만 10여 년 전에 예상됐던 일이고 보면 생업의 대종인 벼농사를 다른 농사로 대체시켜, 이렇게 됨으로써 발생할 농민들의 수입 격차를 좁힐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외국쌀 수입이 한국인의 기초 생업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요, 정신사에 있어서도 수천년래의 단절이 곳곳에 구덩이를 파고 기다리게 될 것이다. 조선 태종 말년에 흉년이 잇따라 남부여대(男負女戴) 난민이 길을 잇고, 쌀 한 됫박 때문에 형제가 싸워 죽이는가 하면 제사상의 한 그릇 젯밥을 위해 관창(官倉)에서 쌀을 훔친 사나이가 옥중에서 자살했다는 등의 소식이 임금 귀에 잇달아 들어갔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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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6685)노란 수건

[이규태 코너](6685)노란 수건 발행일 : 2005.12.14 / 여론/독자 A34 면 ▲ 종이신문보기자금성의 뒷산인 경산(景山)에 올라 내려다보면 왕궁은 온통 노랑 일색이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부의(溥儀)의 자서전 ‘나의 반생’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내가 거처하는 궁의 기와가 노랗고 식탁에 오르는 모든 그릇들이 노랗다. 타고 다니는 수레도 노랗고 의자도 쿠션도 노라며 입고 있는 옷도, 쓰고 있는 모자도 노라며 입고 있는 속옷마저도 노랗다. 허리에 두르는 띠 하나, 과일 깎는 칼 하나, 음식 식지 않게 하는 감투마저 노랗다. 책 싸는 책보며 창에 드리우는 커튼이며 말고삐마저 황색이니 나의 마음을 온통 노랑으로 물들여 놓았다.” 태양의 빛이 노랑이라서인지 노랑이 신성의 발원체인 데 예외가..

이규태 코너 2022.10.03

[이규태 코너](6686)핀란드 부유세 폐지

[이규태 코너](6686)핀란드 부유세 폐지 발행일 : 2005.12.17 / 여론/독자 A34 면 ▲ 종이신문보기복지국가들의 과보호로 세상 살 의욕을 잃은 식물 인간을 ‘폼프리포사’라고 부르고 그와 같은 경제현상을 폼프리포사 현상이라 한다. 1985년 전후에 복지국가들인 노르웨이 스웨덴 등지에서 이 같은 경제 현상이 번졌었고 폼프리포사란 말은 바로 그 당시 유럽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스웨덴 작가 리드그레인 여사의 동명동화 속의 주인공 이름이다. 동화작가 폼프리포사는 복지 서비스의 보호를 받고 앞날에 대한 걱정 없이 살아간다. 한데 날로 공공복지 서비스의 범위가 넓어져 가고, 세(稅)수입원이 필요하게 되어 세금이 무거워져 갔다. 폼프리포사 작품의 수입 중 절반이 세금으로 나가자 글 쓸 의욕이 쇠퇴하더니 ..

이규태 코너 2022.10.02

[이규태코너][6687]루미나리에

[이규태코너][6687]루미나리에 발행일 : 2005.12.21 / 여론/독자 A34 면 ▲ 종이신문보기한 해를 보내는 것을 일본사람들은 한 해를 잊는다는 뜻으로 망년이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를 잊어버릴 만한 막역한 사이라는 뜻일 뿐 세모와는 아랑곳이 없다. 얼마나 지긋지긋했기에 잊어버리고 싶은 망년이었을까. 나라에 따라 세모세초가 연결개념인 문화권과 일본처럼 단절개념의 문화권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연결개념의 나라다. 섣달그믐날 밤 샘가 부엌 헛간 곳간 마루밑 뒤란 측간 외양간 어느 한구석 어두운 곳 없이 등불을 밝히는 조허모(照虛耗)를 함으로써 불길한 음귀(陰鬼)가 붙지 못하게 하는 것도 연결개념의 나타남인 것이다. 조허모뿐 아니라 섣달그믐날 밤을 잠을 자지 않고 수세(守歲)하는 것도 연결개념의 나..

이규태 코너 2022.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