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6668]멧돼지

[이규태코너][6668]멧돼지 발행일 : 2005.10.31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태종(太宗) 연간에 호랑이가 경복궁을 침입, 임금의 침전에 접근하자 당대의 명사수 김덕생은 단발로 쏴 죽였다. 이를 두고 조정에서 김덕생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과 죄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임금 계신 곳에 활을 겨누어 쏘았다는 것은 대역에 해당된다는 의리론 때문이다. 김덕생은 임금을 호환(虎患)에서 구제하고 순교자가 돼야 했다. 이처럼 큰 산과 연맥된 서울은 맹수의 침입이 잦았다. 멧돼지의 성안 침입은 고려 충정왕 공민왕 때 기록 이후 조선조에는 기록하지 않았음은 그 침입이 잦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세상이 달라져 족제비 새끼 한 마리 볼 수 없는 서울 산들인데 멧돼지 ..

이규태 코너 2022.10.03

[이규태코너][6669]돌하르방

[이규태코너][6669]돌하르방 발행일 : 2005.11.02 / 여론/독자 A34 면 ▲ 종이신문보기제주도의 상징인 돌하르방을 언뜻 보면 두려움을 주려는 공갈상이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한쪽 볼이 낚싯바늘에 낚여 오르는 듯한 착각과 더불어 웃고 있지 않으면서 웃고 있는 야릇한 느낌을 준다. 시앗(妾)의 투정에 지친 본처가 바람둥이 남편을 원망하면서 돌하르방을 껴안고 ‘갈테면 가라 돌하르방하고 살지’ 하는 노래를 듣고 제아무리 목석인들 저런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그 수수께끼 미소의 해석이다. 마을에 드는 입구인 동구마다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이라 하는 눈을 부라리고 있는 장승이 서 있게 마련이요, 절 문간에 발을 들여놓으면 양편에 역시 눈을 부라리고 무기를 쳐들고 공갈하는 사천왕상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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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70]‘우리’商號 시비

[이규태코너][6670]‘우리’商號 시비 발행일 : 2005.11.04 / 여론/독자 A38 면 ▲ 종이신문보기시중의 11개 은행이 ‘우리은행’이 쓰고 있는 우리 상호를 쓰지 말아 달라는 공동명의의 소송 1심에서 우리라는 상호를 써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여타 은행들에서 자기 은행을 호칭할 때 우리 은행이라는 보통명사를 쓰게 마련인데 그것이 고유명사인 특정은행을 지칭하는 것이 되어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이요, 우리은행측에서는 관련법과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얻은 이름으로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맞섰었다. 이 갈등은 여당인 ‘열린 우리당’의 당명과도 연계되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라는 말을 상호나 당명으로 선호하는 것은 한국사람이 우리라는 호칭에서 이질감 아닌 공감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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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6671]일본의 여왕

[이규태 코너][6671]일본의 여왕 발행일 : 2005.11.07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일본 왕실에서는 지난 40년 동안 아들이 태어나지 않아 왕위 계승원칙이 흔들리고 있어 그 전례(典禮) 개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근간에 현재 아들이 없는 왕세자 나루히토에게 앞으로도 아들이 없을 경우 딸이 왕위 계승권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보도가 있어 여왕 탄생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신라시대에 여왕이 세 사람이나 탄생했듯이 고대사회에서 여왕은 그다지 희귀하지 않았으며 일본에서도 세습왕제가 정착하기 이전의 고대 일본은 여왕천하였다. 중국 정사인 ‘위지왜인전’(魏志倭人傳)에 야마타이(邪馬臺)국이 나오는데 한반도 대안인 규슈(九州)지방의 50여개국을 여왕 히메코(卑彌呼)가 다스렸던 여왕국이다. 신라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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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72]연쇄방화 테러

[이규태코너][6672]연쇄방화 테러 발행일 : 2005.11.09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개화기 때 신문인 황성신문이나 대한매일신보에 귀태(鬼胎)라는 이색광고를 볼 수 있다. 아이를 밸 수 없는 과부나 처녀가 아이를 배었을 때 귀신이 다가와 교접해서 밴 귀신 아이로 합리화시킨 귀태다. 불륜관계와 그로써 밴 아이를 구제하는 민속 관행이다. 귀신이 겁탈코자 접근할 때면 도깨비불이라 하여 연쇄방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근간의 귀태방화 사건으로는 40여 년 전 김포에서 홀로된 시아버지를 모시는 과붓집에 한 달 동안 스무 차례의 불이 나 세상의 이목을 끌었었다. 수사 끝에 과부 며느리로부터 시아버지와의 불륜으로 아기를 뱄음을 자백받고 귀태로 위장하기 위한 연쇄방화임이 드러났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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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73]벌거벗고 밭갈기

[이규태코너][6673]벌거벗고 밭갈기 발행일 : 2005.11.11 / 여론/독자 A34 면 ▲ 종이신문보기갓 개관한 새 국립박물관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 서 있고 박물관장도 관심이 쏠리는 유물이라고 지적한 전시물이 벌거벗은 채 쟁기로 밭갈이하는 선각(線刻) 그림의 청동기라는 보도가 있었다. 나경(裸耕)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농경민속이 청동기시대까지 소급된다는 고증물로서도 의미가 있는 유물이다. 옛 우리 농촌에 마을 일을 보는 직책을 머리나이, 곧 수총각(首總角)이라 불렀는데 총각이 아닌데도 그런 이름으로 불린 데는 연유가 있다. 고대인의 사고방식으로 농사가 잘되고 못되고 하는 풍흉(豊凶)은 마치 부부가 성교로 아들 딸 많이 낳듯 천지간의 교접으로 좌우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풍년을 비는 제사에는 이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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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74]백제미의 재발견

[이규태코너][6674]백제미의 재발견 발행일 : 2005.11.14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한 해에 한 번씩밖에 열지 않는다는 일본 고대 유물전인 쇼소인덴(正倉院展)을 보고 왔다. 땅 속에 묻혔거나 탑 속에 갇혀 보존돼 오던 희귀한 삼국시대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해서 별러 왔던 터다. 올 전시품은 신라 통일 50여 년 후에 집권했던 쇼부(聖武)왕이 일상적으로 쓰던 물건들인데 그중 하이라이트가 바둑알이다. 상아에 붉은 물과 감색(紺色)물을 들인 데다 꽃가지 문 새를 그린 바둑알 10개씩과 자단(紫檀)으로 만든 바둑판으로, 인파를 피해 까치발 딛고서야 볼 수 있을 만한 성황이었다. 슬쩍 집어 손자 갖다 주고 싶은 충동이 나리만큼 그 빛깔이 1400년을 감당하고도 영롱한 것이 여운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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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6675]라운드 보이

[이규태코너][6675]라운드 보이 발행일 : 2005.11.16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로마 제국 안에는 최대 30만명을 수용했다는 원형극장이 250개 이상 있었다. 이곳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갈리아 게르마니아 등지에서 잡아온 노예들과 죄수들에게 검투(劍鬪)를 시켜 죽였다. 이렇게 해서 용맹이 드러나면 황제가 자유민으로 해방시킨다. 이 살벌한 피의 잔치에 대해 원성이 높아지자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미녀를 꽃수레에 태워 경기장을 한 바퀴 돌려 그 처절함을 완화시켰고 그것이 복싱에서 라운드 걸의 시초라는 설이 있다. 18세기 영국에서의 복싱은 한쪽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야 한 라운드가 끝나는 것으로 돼있었고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선수의 아내나 어머니들이 격앙되어 링에 뛰어올라 여인들끼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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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6676]무문관(無門關)

[이규태 코너][6676]무문관(無門關) 발행일 : 2005.11.18 / 여론/독자 A34 면 ▲ 종이신문보기변 사또 춘향을 잡아다 묶어놓고 난장을 치고 주뢰를 틀어도 마음을 바꾸지 않자 이렇게 중얼댄다. “그년이 갇힌 문짝이 나무 문이면 목수를 불러 부수고 쇠문이면 대장장이를 불러 부수고 돌문이면 석수를 불러 부수련만…” 한다. 춘향이 갇힌 마음의 문은 이렇게 목수 석수가 아니라 핵 에너지로도 부술 수 없는 문이다. 문에는 춘향이처럼 정조의 문도 있고 성삼문처럼 충절의 문도, 조광조처럼 도의의 문도 있다. 반면에 금욕(金欲)·권욕(權欲)·명욕(名欲)문, 삼치(三痴)의 문, 오악(五惡)의 문, 칠혹(七惑)의 문도 있다. 그 문들을 모두 젖히고 들면 문이 없는 무문지경(無門之境)에 이른다. 불교는 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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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6677]호랑이와 한국인

[이규태 코너][6677]호랑이와 한국인 발행일 : 2005.11.21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존 센트 미바드라는 동물학자는 호랑이·표범·치타 같은 고양잇과 맹수들은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것이 공통된다 하고 그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치타 새끼 암놈을 주워다가 가라야카로 이름을 지어주고 길러서 밀림에 시집보냈더니 새끼들 거느리고 친정을 찾아오곤 해서 한때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에 흔한 호랑이 보은 이야기가 한 설화 유형(類型)을 이루고 있을 만큼 다양한 것은 그 도덕성이 별나게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계룡산 동학사 뒤에 있는 오뉘탑은 호랑이가 목에 걸린 뼈를 뽑아 준 스님에게 보은으로 여인을 업어다주었더니 오뉘를 맺고 함께 살면서 불범(不犯) 동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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