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의 두줄칼럼 67

[이동규의 두줄칼럼] [17] 비전의 생명력

[이동규의 두줄칼럼] [17] 비전의 생명력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1.12.24 03:00 비전은 미래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추상적 비전은 없는 게 낫다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뭔 소리인지도 모를 황당한 비전을 직원들 목에 걸어 주고 있다. 미션(Mission)이 창업 이념이라면 비전(Vision)이란 미래 자신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추상적인 비전은 아예 없느니만 못하다. “출동 시간 5분 단축”은 미국 911 비전이고, 설립 초기 스탠퍼드 대학의 비전은 “서부의 하버드가 되자”였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단순 명쾌한 사례다. 거기에 재미까지 얹으면 금상첨화다. 치열한 전장에서의 승리는 결국 그 조직 구성원의 멘털에서 결판 난다. 자기 조직의..

[이동규의 두줄칼럼] [16] 나무[木]를 사지 말고 산(山)을 사라

[이동규의 두줄칼럼] [16] 나무[木]를 사지 말고 산(山)을 사라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1.12.17 03:00 다양성만큼 강한 건 없다. 가장 우수한 병사만으로 뽑은 군대가 이긴 적이 없다. “나무(木)를 사지 말고 산(山)을 사라.” 이는 일본 황궁을 짓는 대목수들 사이에서 전해져 오는 말이다. 작은 목수는 필요한 나무만 골라 사지만, 대목수는 크건 작건 곧건 굽건 모든 나무가 그 나름대로 각자 쓰임새가 있기에 산 전체를 산다는 것이다. 조직에서도 내 맘에 쏙 드는 사람들로만 구성하는 데는 성장의 한계가 있음은 상식이다. 동종 교배에서 기형이 나오는 건 자연의 거듭된 경고다. 조직의 순혈주의는 결국 구성원의 자율과 창의를 박탈하게 마련이다. “태산은 흙과 돌의 좋고 나쁨을 가리..

[이동규의 두줄칼럼] [15] 달변의 한계

[이동규의 두줄칼럼] [15] 달변의 한계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1.12.10 03:00 말 잘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잘 말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다. 보통 소통의 고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쉽다. 심지어 현재 자신의 곤궁한 처지가 말을 잘할 줄 몰라 그리 된 거라 믿는 사람도 꽤 많다. 그러나 언행의 신뢰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선 달변보다 오히려 눌변(訥辯)이 더 설득력 있을 수 있다. 노자의 ‘대변약눌(大辯若訥)’ 즉 큰 웅변은 더듬는 듯하다는 말이 바로 그 뜻이다. 비즈니스에서도 진짜 필요한 것은 화술이 아니라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첫째, 결론부터 이야기하라. 둘째, 내가 하고 싶은 ..

[이동규의 두줄칼럼] [14] 성공의 복수

[이동규의 두줄칼럼] [14] 성공의 복수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1.12.03 03:00 미래 성공의 적은 오늘의 성공이다. 새것을 얻고 싶다면 쥐고 있는 건 놓아야 한다. 과거의 핵심 성공 요인이 오히려 패망의 주요인이 되는 경우를 가리켜 경영학에서는 ‘성공의 복수(Revenge of Success)’라 한다. 특히 큰 성공은 실패에 대한 잠재적 경고 사인이다. 수에즈 운하를 성공시킨 프랑스인 레셉스가 파나마에서도 같은 방식을 고수하면서 대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과거의 방정식에 집착한 성공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장자의 ‘득어망전(得魚忘筌)’은 “물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버려라”라는 뜻으로 쓰임을 다한 것에 미련을 두지 말라는 의미다. “과거에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

[이동규의 두줄칼럼] [13] 창조란 최초의 생각이다

[이동규의 두줄칼럼] [13] 창조란 최초의 생각이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1.11.26 03:00 최고도 깨지고 최대도 깨진다. 그러나 최초는 영원하다. 요즘은 온 세상이 창조 열풍이다.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의 생존 자격증은 바로 창의력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정치도, 기업의 혁신도 창조의 일종으로 기분 좋은 파괴다. 언젠가는 최고 기록도 깨지고 최대 기록도 깨진다. 그러나 최초는 영원하다. 결국 창조란 한마디로 ‘최초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선 생각의 물구나무서기(out of box)와 같은 역발상 훈련, 긍정적으로 부정하는 영감 훈련 등을 통해 나만의 유니크한 생각 근육을 길러야 한다. 리더의 최종 역할은 무엇이 답인지 고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답을 창조하..

[이동규의 두줄칼럼] [12] 비즈니스 다이어트(Business Diet)

[이동규의 두줄칼럼] [12] 비즈니스 다이어트(Business Diet)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1.11.19 03:00 회의, 결재, 보고서 확 줄여라. 하수는 늘리고 고수는 줄인다. 세계적 명연설의 비결은 잡소리 빼기다. 조직 운영에서도 ‘빼기(-)’ 원리는 같다. 우선 회의 시간을 필두로 결재 시간, 보고서도 확 줄여야 한다. 복잡하고 두껍다는 것은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증거다. 실전 경영에서 강조하는 ‘비즈니스 다이어트’가 이것이다. 씨름에서도 맷집보단 기술이고, 체중보단 근육이다. 살을 빼건, 힘을 빼건 줄이면 살고 늘리면 죽는다. 평소 자기 몸매 관리하듯이 줄이고 빼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조직은 비대해지고, 순환은 막히고, 조직 문화는 관료주의로 흐르게 되어 있다는..

[이동규의 두줄칼럼] [11] 꼰대와 싸가지

[이동규의 두줄칼럼] [11] 꼰대와 싸가지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1.11.12 03:00 내일의 늙은이가 오늘의 젊은이다. 상호 존중(Mutual Respect)을 기억하라. 작금의 세대 간 갈등이 진화해 최근에는 ‘틀딱’과 ‘철딱’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BBC방송에도 소개된 ‘꼰대’는 ‘어딜 감히’로 상징되는 불통 기성세대로, 자신이 항상 옳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지금 2030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용서의 깊이와 관대의 높이를 키워야 한다. 사실 BTS로 대표되는 ‘포노 사피엔스’ MZ 세대의 경쟁력은 역대 최강이다. 그들이 충성하는 대상은 바로 자신이며, 조직은 후순위다. 그러나 꼰대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주위를 ..

[이동규의 두줄칼럼] [10] 발사하고 조준하라

[이동규의 두줄칼럼] [10] 발사하고 조준하라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1.11.05 03:00 먼저 쏘고 나중에 맞혀라. 과녁은 나중에 옮겨도 늦지 않다. 사선에선 조준이 정확해야 과녁을 맞힐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이란 사격장에선 그러다간 한 발도 못 쏘고 내려오기 십상이다. 평생 조준만 하다 죽은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이는 실패를 자산으로 보지 않는 고약한 사회 분위기 탓에 실패하면 끝이라는 심리가 만연한 결과다. 경영에서도 계획보다 전략이고, 전략보다 실행이다. 옛말에도 선즉제인(先則制人)이라 했다. 지금 시대에 시작은 50이 아니라 90이다. 심각한 표정은 버리고 그냥 발사하라. “문을 나서면 여행의 가장 어려운 관문은 지난 셈이다.” 네덜란드 속담이다.

[이동규의 두줄칼럼] [9] 사과의 기술

[이동규의 두줄칼럼] [9] 사과의 기술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1.10.29 03:00 올바른 사과는 역전의 최고급 스킬이다. 핵심은 진정성과 공감이다. 한국인들은 먼저 사과하면 마치 자기만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과는 오히려 이전보다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최고 성능 윤활유다. 일단 사과의 3원칙은 내용, 태도, 타이밍이다. 보통 쓰는 ‘sorry’는 어원(sor)에서 보듯이 당신을 아프게 해서 나도 아프다는 의미다. 용서(容恕)를 구하는 정식 사과 용어는 ‘apology’이다. 사과학 이론상 가장 핵심은 역시 사과의 진정성과 공감이다. “미래의 올바른 행동은 과거에 대한 최고의 사과다.” 미국 여배우, 로빈 퀴버스의 말이다.

[이동규의 두줄칼럼] [8] 가방끈과 전문가

[이동규의 두줄칼럼] [8] 가방끈과 전문가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1.10.22 03:00 가방끈이 길다고 전문가는 아니다. 진짜 고수는 저자 거리에 있다. 전문가는 ‘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적게 틀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선 전문가의 재앙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칭 엘리트 법조인을 가리켜 법률 기술자라 부르는 비아냥부터 각종 마피아 시리즈 유행은 파워 엘리트의 탐욕에 대한 대중의 조소다. 심지어 전문가란 ‘전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학벌이 좋은 사람을 가리켜 속칭 가방끈이 길다고 한다. 문제는 이 가방끈 길이가 인격의 높이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흔한 대학 문턱에도 못 가본 사람 중에도 프로급 선수들은 차고 넘친다. 현장을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