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02> 民忘君

- 백성 민(氏-1)잊을 망(心-3)임금 군(口-4) 결국 소공 25년(기원전 517)에 계손씨의 우두머리인 季平子(계평자)에게 원한을 품은 대부들과 함께 소공은 군사를 이끌고 계손씨를 공격했다. 그러나 맹손씨와 숙손씨가 계손씨를 도와 소공의 군사를 쳤고, 소공은 노나라를 떠나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제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를 떠돌다 소공은 7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를 두고 ‘춘추’에서는 “공이 乾侯(건후)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썼는데, ‘좌전’에서는 “이는 소공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죽은 것을 밝힌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 일에 대해 晉(진)나라의 趙簡子(조간자)가 史墨(사묵)에게 물었다. “노나라의 계씨는 그의 군주를 나라 밖으로 쫓아냈으나, 노나라의 백성들은 오히려 그에게 복종하고 제후들도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01> 問學

- 물을 문(口-8) 배울 학(子-13) 배움에서 물음을 던지는 것은 특히 중요하고 긴요하다. 물음이란 고정관념이나 통념,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지 않음을, 열린 마음으로 인간과 세상을 보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中庸(중용)’에서도 “君子尊德性而道問學”(군자존덕성이도문학) 즉 “군자는 덕과 본바탕을 우러러보며 묻고 배우는 길을 간다”고 말했다. 덕과 본바탕을 우러러본다는 것은 내면에 있는 크나큰 잠재력 또는 무한한 가능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믿는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 잠재력을 어떻게 일깨우고 가능성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問學(문학) 곧 묻고 배우는 길을 가는 것이다. 한 개인이 제 삶을 넓히고 깊이와 높이를 갖추기 위해서도 물음을 던지며 배워야 할진대, 집안을 잡도리하고 나랏일을 맡아 하려는 이라..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00> 心誠求之

마음 심(心-0)참으로 성(言-7)구할 구(水-2)이 지(丿-3) 그런데 11-2에서는 흥미로운 고백을 하고 있다. 사실 고대나 중세에 군주와 관리는 대대로 세습되는 신분이어서 미리 그 자리에 걸맞은 덕성과 능력을 갖추어둘 수 있었음에도 실상은 그렇지 못했음을 넌지시 말하고 있다. 백성이 어떠한 존재이며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옳은지를 잘 모르면서도 군주가 되고 관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리 그 자리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마음으로 참되게 구하는” “心誠求之”(심성구지)할 수만 있다면, 미흡한 점은 있겠으나 그래도 크게 어긋나지 않은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직업을 얻거나 벼슬살이 하는 일을 지혜와 능력을 다 갖춘 뒤에야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청년은커녕 중년에도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9> 如保赤子

같을 여(女-3)지킬 보(人-7)발가숭이 적(赤-0)아들 자(子-0) 다음은 11-2다. “康誥曰: ‘如保赤子.’ 心誠求之, 雖不中, 不遠矣. 未有學養子而後嫁者也.”(강고왈: ‘여보적자’. 심성구지, 수부중, 불원의. 미유학양자이후가자야) “‘강고’에서 ‘갓난아이를 지키듯이 한다’고 하였다. 마음으로 참되게 구한다면, 비록 딱 맞지는 않더라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식 기르는 법을 다 배운 뒤에 시집 간 이는 아직 없었다.” 첫 구절은 ‘尙書(상서)’ ‘강고’의 “若保赤子, 惟民其康乂”(약보적자, 유민기강예) 곧 “갓난아이를 지키듯이 하면 백성은 편안히 다스려진다”에서 끌어온 것이다. 赤子(적자)는 갓난아이를 뜻한다. 誠(성)은 참으로, 진실로라는 뜻이다. 中(중)은 치우침이 없이 알맞다는 뜻이..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8> 膚受之愬

살갗 부(肉-11)받을 수(又-6)의 지(丿-3)하소연할 소(心-10) 군자는 늘 소인을 경계한다. 그 자신이 소인이 될까 삼가고 삼가기 때문에 소인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보고 피한다. 그러나 소인도 만만치 않은 존재다. 특히 간교한 소인은 군자도 조심해야 할 무서운 존재다.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군자가 소인을 이긴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소인으로 말미암아 군자가 궁지에 몰려서 곤경에 처한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심지가 굳지 못한 부인이나 어리석은 자식이라면 간교한 소인의 꾐에 넘어가지 않겠는가? ‘논어’ ‘顔淵(안연)’편을 보면, 子張(자장)이 공자에게 ‘밝음’이란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공자가 “浸潤之譖, 膚受之愬, 不行焉, 可謂明也已矣(침윤지참, 부수지소, 불행언, 가위명야이의)”라..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7> 婦孺之仁

아녀자 부(女 - 8)어린애 유(子 - 14)의 지(丿- 3)어질 인(人 - 2) 간교한 소인배들은 군자가 설령 단호하게 내치더라도 한두 번쯤 그러다 말 것이라 여긴다. 그러다 그게 통하지 않으면, 그 집안사람들 가운데 만만한 사람을 상대로 일을 꾸민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소인배들의 집요함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는 다산의 말로도 짐작할 수 있다. ‘목민심서’ ‘律己六條(율기육조)’에 나온다. “我位旣尊, 自我妻子, 皆壅蔽欺負之人也. 妻無不敬夫, 子無不愛親, 夫豈有壅蔽欺負之心哉? 知道者鮮, 或爲顔私所牽, 或爲貨賂所誘, 干謁於是乎行焉, 玆所謂婦孺之仁也. 或以膚受之譖, 除去某吏; 或以蟠木之容, 推譽某佐; 或云某甲之訟, 輿情稱冤; 或云某乙之獄, 官決有誤. 凡奸人在下者, 百計鑽刺, 以行反間,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6> 以掌蔽天

써 이(人-3)손바닥 장(水-8)가릴 폐(艸-12)하늘 천(大-1) 최근 외교관들과 그 부인이나 가족들의 횡포가 심하다는 주재관들의 폭로가 있었다. 동유럽 소재 한 공관에 근무했던 어떤 주재관은 “공관 대사의 부인은 대사관에서 각종 파티를 열어놓고는 따로 사람을 쓰지 않고 행정직원들을 동원해 뒤치다꺼리를 다 떠맡겼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외교관들의 폭언이나 폭행, 추태는 꽤 심각한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부인이나 가족들이 공관 직원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다산의 ‘목민심서’에는 ‘象山錄(상산록)’에 나온 글이 인용되어 있다. “婦女無識者, 役使官婢, 有同家奴, 授之以苦楚, 董之以威力. 迫促其期限, 嚴酷其箠罰, 怨歸於一身, 謗達於四境. 惡乎可哉! 一言半詞, 不可自內而出..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5> 家族이 怨讐

집 가(宀- 7)겨레 족(方 - 7)응등그러질 원(心 - 5)원수 수(言 - 16)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집안사람에게 효도나 깍듯함, 자애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집을 나서서 활동하거나 공적인 일을 맡았을 때 관계를 맺는 다양한 사람과 어떻게 사이가 틀어지지 않고 어우러질 수 있을까? 가족과는 서먹해도 남들과는 잘 지낼 수 있다든지 집안일은 버려둔 채 바깥에서는 일을 꾀해 잘 해낼 수 있다든지 말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허튼소리다. 효도나 깍듯함, 자애 따위의 마음이 모자라거나 없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와 의기투합해서 잘 지내며 함께 일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누군가 또한 그런 부류의 사람일 공산이 크다. 아니면, 서로 그런 不德(부덕)을 알면서도 들추지 않고 지내는 것일 뿐이리라. 그러다 잇속..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4> 孝弟慈

- 효도 효(子-4) 깍뜻할 제(弓-4) 사랑할 자(心-9) 유가 사상은 가족주의를 바탕으로 정치와 사회, 제도와 이념을 이야기한다. 이 가족주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엄격한 상하의 구분과 父系(부계)를 중심으로 한 血統(혈통)이나 血緣(혈연)을 바탕으로 한다. 비록 부모와 자식이 핏줄로 이어지고 또 집안 또한 혈연으로 이루어지지만, 가족이란 결코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구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작위적이고 관습적인 구성체가 가족이고 집안이다. 혼인을 통해 두 남녀가 가정을 이루는 일부터 먼저 생각해보라. “혼인은 단지 두 남녀의 결합이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이다”라는 관념이 오래도록 지배했는데, 혼인은 생물학적인 결합이기보다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결합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는..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3> 成敎於國

- 이룰 성(戈-3)가르칠 교(攴-7)에서 어(方-4)나라 국(囗-8)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대개 맹목적이다. 맹목적이라는 것은 오로지 ‘아끼고 위하는 애정’만 있다는 뜻이다. 옳고 그름, 잘함과 못함 따위를 헤아려서 판단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결여되어 있어 치우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이 내 자식의 나쁜 점을 지적하면 벌컥 화를 내며 항변하고 감싸기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맹목적이니 스스로 자식의 잘잘못을 가려내지 못한다. 자식의 잘잘못을 가려내지 못하니, 나쁘게 될 싹이 자라고 있는 줄을 또 어찌 알겠는가? 나 자신이 바른 마음을 지니지 못해서 그릇되게 판단하고 행동하면서 오로지 눈먼 애정 하나로 자식을 가르치고 이끌어도 자식이 잘 되리라 믿는다면, 또 먼 훗날 부모인 자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