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32> 政之興廢

정사 정(支-5)의 지(丿-3)일어날 흥(臼-9)부서질 폐(广-12) 군주나 관리들은 백성들을 생산과 부역으로 닦달할 뿐, 그들 또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부국강병을 지향한다는 것은 곧 백성들을 더욱더 생산에 몰두하도록 다그치는 일이기도 하다. 생산이 증가한 만큼 백성에게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모르겠으나, 그게 아니라 생산한 만큼 세금으로 거두어 간다면 백성의 삶은 더욱 고단해질 뿐이다. 부국강병을 이룩하고자 한 까닭이 무엇인지를 잊은 탓이다. ‘관자’의 ‘목민(牧民)’에 나온다. “政之所興, 在順民心; 政之所廢, 在逆民心. 民惡憂勞, 我佚樂之; 民惡貧賤, 我富貴之; 民惡危墜, 我存安之; 民惡滅絶, 我生育之.”(정지소흥, 재순민심; 정지소폐, 재역민심. 민오우로, 아일락지;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31> 民具爾瞻

백성 민(氏-1)모두 구(八-6)너 이(爻-10)우러러볼 첨(目-13) 다음은 12-3이다. “詩云: ‘樂只君子, 民之父母.’ 民之所好好之, 民之所惡惡之, 此之謂民之父母. 詩云: ‘節彼南山, 維石巖巖. 赫赫師尹, 民具爾瞻.’ 有國者不可以不愼, 辟則爲天下僇矣.”(시운: ‘낙지군자, 민지부모.’ 민지소호호지, 민지소오오지, 차지위민지부모. 시운: ‘절피남산, 유석암암. 혁혁사윤, 민구이첨.’ 유국자불가이불신, 벽즉위천하륙의) “시에서 ‘즐겁구나 군자여, 백성의 어버이로다’라고 노래하였다.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이것을 ‘백성의 어버이’라고 한다. 시에서 ‘높이 솟은 저 남산이여, 바위가 겹겹이로다! 눈부시네 사윤이여! 백성 모두 그대 쳐다보네’라고 노래하였다...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30> 稱量度恕

- 저울질할 칭(禾-9)헤아릴 량(里-5)헤아릴 탁(广-5)같은 마음 서(心-6) 앞(229회)의 대목을 풀이하면 이렇다. “다스림의 근본은 둘이다. 첫째는 사람이고, 둘째는 일이다. 사람은 반드시 써야 하고, 일은 반드시 치밀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에는 거스르는 사람과 따르는 사람이 있고, 일에는 저울질할 것과 헤아릴 것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 도리를 거스르면 그 사람을 쓰지 않고, 저울질하거나 헤아리지 않으면 일은 치밀해지지 않는다. 일이 치밀해지지 않으면 어그러지고, 사람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원망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에 비추어 사람을 고르고, 밑천을 따져서 일을 이룬다’고 말한다.” 정치는 사람을 다스리고 일을 처리하는 행위다. 이렇게 보면, 이런 정치적 행위를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9> 取人以己

- 골라 뽑을 취(又-6)남 인(人-0)써 이(人-3)자기 기(己-0) 자공은 儒者(유자)이면서 상인이다. 학문하면서 장사를 하여 거부가 되었는데, 부유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했다.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사기’ ‘공자세가’를 보면, 공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 제자들이 함께 삼년상을 치렀는데, 자공만은 무덤 옆에 廬幕(여막)을 짓고 6년을 더 지켰다고 한다. 그가 스승을 얼마나 존경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니 스승의 가르침을 허투루 듣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공은 부유했으므로 가난한 친척들이나 곤궁한 이웃들이 적지 않게 찾아왔을 것이다. 그렇게 찾아온 사람들은 자공에게서 곡식 한 톨이라도 더 얻으려고 굽실거렸을 것이고, 그런 모습을 보며 자공도 처음에는 제법 으스댔을 것이다. 때로 굽실거리지 않고 당..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8> 己所不欲

- 자기 기(己-0)바 소(戶-4)아닐 불(一-3)하고자 할 욕(欠-7) 恕(서)에 대해서는 11-4(207회)에서 이미 언급했는데, 여기서 다시 강조하는 것은 정치와 통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논어’ ‘衛靈公(위령공)’에 나온다.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자공문왈: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 자왈: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자공이 여쭈었다. “평생토록 간직하며 행할 만한 말 한마디가 있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똑같이 여기는 마음이리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지.” 자공이 평생토록 마음에 새겨두면서 지켜야 할 한마디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恕(서) 한마디라고 말했다. 서는 남을 나와 똑같이 여..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7> 所惡毋以

- 바 소(戶-4)싫어할 오(心-8)말 무(毋-0)써 이(人-3) 12-2는 다음과 같다. “所惡於上, 毋以使下; 所惡於下, 毋以事上; 所惡於前, 毋以先後; 所惡於後, 毋以從前; 所惡於右, 毋以交於左; 所惡於左, 毋以交於右. 此之謂絜矩之道.”(소오어상, 무이사하; 소오어하, 무이사상; 소오어전, 무이선후; 소오어후, 무이종전; 소오어우, 무이교어좌; 소오어좌, 무이교어우. 차지위혈구지도) “윗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을 가지고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을 가지고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을 가지고 뒷사람을 이끌지 말고, 뒷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을 가지고 앞사람을 따르지 말며, 오른쪽 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을 가지고 왼쪽 사람을 사귀지 말고, 왼쪽 사람에게서 싫었던 것을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6> 福祉와 成長

- 복내릴 복(示-9)복 지(示-4)이룰 성(戈-3)늘일 장(長-0) 복지 문제가 사회 전체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이미 재정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보다도 통념이나 인식의 문제가 더 크다. 복지나 분배에 치중하는 정책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그런 인식의 문제를 드러낸다. 福祉(복지)와 成長(성장)을 반대 또는 대립 개념으로 보는 데서 말미암은 것이다. 정치나 통치에서 삼가야 할 것은 그 어떤 일도 반대개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얼핏 반대로 보이는 것도 그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흑백이나 좌우는 모두 상대적인 개념일 뿐, 대립하거나 갈등을 부추기는 반대개념이 결코 아니다. 太極(태극)의 陰陽(음양)처럼 서로 꼬여 있어서 때로는 서로 보완하고 때로는 서로 배..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5> 與民樂

- 더불어할 여(臼 - 7)백성 민(氏 - 1)즐거워할 락(木 - 11) 맹자는 군주 홀로 즐거워하는 것도 소수의 지배층 사람들만 즐거워하는 것도 잘못되었다고 여겼다. 그러한 즐거움은 그야말로 ‘그들만’의 즐거움이고, 그런 정치는 ‘그들만’의 정치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으로는 결코 왕실과 나라, 가문을 보존하기 어렵다. 민심을 헤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與衆樂(여중락), 즉 민중과 더불어 즐거워야만 비로소 정치가 이루어진다고 여겼다. 부산에 지명이 민락동(民樂洞)인 곳이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붙여진 지명이라 한다. 어찌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이는 유교적 사유나 전통이 그만큼 널리 또 깊게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뜻이리라. 이 ‘민락’의 출처가 맹자의 말이기 때문이다. 與衆樂(여중락)의 다른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4> 獨樂과 衆樂

홀로 독(犬-13)즐길 락(木-11)무리 중(血-6) ‘맹자’ ‘梁惠王下(양혜왕하)’에 맹자가 제나라 선왕을 만나 ‘즐거움’에 대해 문답을 나눈 대목이 나온다. “他日, 見於王曰: ‘王嘗語莊子以好樂, 有諸?’ 王變乎色, 曰: ‘寡人非能好先王之樂也, 直好世俗之樂耳.’ 曰: ‘王之好樂甚, 則齊其庶幾乎! 今之樂, 由古之樂也.’ 曰: ‘可得聞與?’ 曰: ‘獨樂樂, 與人樂樂, 孰樂?’ 曰: ‘不若與人.’ 曰: ‘與少樂樂, 與衆樂樂, 孰樂?’ 曰: ‘不若與衆.’” (타일, 현어왕왈: ‘왕상어장자이호악, 유저?’ 왕변호색, 왈: ‘과인비능호선왕지악야, 직호세속지악이.’ 왈: ‘왕지호악심, 즉제기서기호! 금지악, 유고지악야.’ 왈“ ‘가득문여?’ 왈: ‘독락악, 여인락악, 숙락?’ 왈: ‘불약여인.’ 왈: ‘여소락악,..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3> 掌孤

맡을 장(手-8)고아 고(子-5) 직전 에 나온 ‘관자’의 글을 풀면 이렇다. “이른바 ‘고아를 딱하게 여긴다’는 말은 무릇 성읍과 도성에 모두 掌孤(장고)라는 관리를 두어서 백성이 죽은 뒤 그 고아가 어려서 부모의 양육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경우에는 마을 사람이나 아는 사람, 친구에게 맡기는 일이다. 고아 한 명을 기르는 자에게는 아들 한 명의 수자리를 면제해주고, 고아 두 명을 기르는 자에게는 아들 두 명의 수자리를 면제해주고, 고아 세 명을 기르는 자에게는 온 집안사람의 수자리를 면제해준다. 장고는 고아가 사는 곳을 자주 찾아가서 위문하고, 반드시 잘 먹는지, 굶주리는지, 추위에 떠는지, 몸에 병이 있는지 따위를 묻고 가엾게 여기며 살핀다. 이것이 ‘고아를 딱하게 여긴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