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72> 致中和

이를 치(至-4)가운데 중(丨-3)어우러질 화(口-5) 中(중)의 뜻을 흔히 가운데라 하는데, 이래서는 선뜻 알기 어렵다. 좀 추상적이다. 구체적인 뜻을 알 필요가 있다. 속뜻은 알맞음이나 어우러짐, 어울림이다. 이를테면, 끊임없이 바뀌고 옮아가는 관계나 상황 속에서 가장 알맞은 것, 가장 잘 어우러지는 것, 어떤 대상이나 상황과도 잘 어울리는 것을 이른다. 그래서 和(화)와도 통한다. 그런데 이 중은 말하기는 쉬우나 실행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특히 감정이나 마음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용’에 나온다.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희노애락지미발, 위지중; 발이개중절, 위지화. 중야자, 천하지대본야; 화야자,..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71> 反中庸

거스를 반(又-2)가운데 중(丨-3)평소 용(广-8) 판단이 올바르지 못하거나 행동이 그릇되더라도 홀로 있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 때는 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내 판단이 올바르지 못하면, 우선 배우자를 잘못 고른다. 자식을 낳아서 기르더라도 제대로 기를 수 없다. 집안일에서 무엇이 긴요한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할 지를 살피지 않고, 그저 제 마음대로 또는 제 감정대로 처리해나갈 것이니, 어찌 가족이 구순하고 집안이 가지런해지겠는가. 요즘 자녀의 학교에 찾아가서 교사에게 행패를 부리는 학부모에 관한 소식이 종종 언론이나 방송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그 학부모들을 잘 보라. 제 자녀가 잘못한 일도 다른 아이들이 잘못한 것이라 우기거나 교사들의 무능 탓으로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70> 齊家在修身

- 가지런할 제(齊-0), 집 가(宀-7), 있을 재(土-3), 닦을 수(人-8), 몸 신(身-0) 이제 10-1이다. “所謂齊其家在修其身者, 人之其所親愛而辟焉, 之其所賤惡而辟焉, 之其所畏敬而辟焉, 之其所哀矜而辟焉, 之其所敖惰而辟焉. 故好而知其惡, 惡而知其美者, 天下鮮矣.”(소위제기가재수기신자, 인지기소친애이벽언, 지기소천오이벽언, 지기소외경이벽언, 지기소애긍이벽언, 지기소오타이벽언. 고호이지기악, 오이지기미자, 천하선의) “이른바 ‘제 집안을 가지런히 함은 그 몸을 닦는 데에 있다’는 것은 사람이 자신이 가까이 여기거나 아끼는 데서 치우치고, 자신이 하찮게 여기거나 미워하는 데서 치우치며, 자신이 무서워하고 지나치게 삼가는 데서 치우치고, 슬퍼하거나 불쌍히 여기는 데서 치우치며, 건방지거나 게으른 데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69> 治氣養心

- 다스릴 치(水 - 5)기운 기(气- 6)기를 양(食 - 6)마음 심(心 - 0) 사람에게는 아주 강렬한 표현 욕구가 있다. 인간의 문화는 그런 표현 욕구가 세련되어 나타난 것일 뿐이다. 유가에서는 예의와 음악이 그런 문화의 정수를 담아낸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예의와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엿보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잡도리하기도 한다. ‘순자’ ‘修身(수신)’에 나온다. “血氣剛强, 則柔之以調和. 知慮漸深, 則一之以易良. 勇膽猛戾, 則輔之以道順. 齊給便利, 則節之以動止. 狹隘褊小, 則廓之以廣大. 卑濕重遲貪利, 則抗之以高志. 庸衆駑散, 則刦之以師友. 怠慢僄棄, 則炤之以禍災. 愚款端慤, 則合之以禮樂, 通之以思索. 凡治氣養心之術, 莫徑由禮, 莫要得師, 莫神一好. 夫是之謂治氣養心之術也.”(혈기강..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68> 莫見乎隱

- 없을 막 (艸-7)드러날 현 (見-0)어조사 호 (丿-4)숨길 은 (阜-14) 환공이 어떻게 추측했는지 묻자, 동곽우가 대답했다. “夫欣然喜樂者, 鐘鼓之色也; 夫淵然淸靜者, 縗絰之色也; 漻然豊滿而手足拇動者, 兵甲之色也. 日者, 臣視二君之在臺上也, 口開而不闔, 是言莒也; 擧手而指, 勢當莒也. 且臣觀小國諸侯之不服者, 唯莒於是. 臣故曰伐莒.”(부흔연희락자, 종고지색야; 부연연청정자, 최질지색야; 류연풍만이수족무동자, 병갑지색야. 일자, 신시이군지재대상야, 구개이불합, 시언거야; 거수이지, 세당거야. 차신관소국제후지불복자, 유거어시. 신고왈벌거) “무릇 마음이 기쁘고 즐거운 사람은 악기를 연주하는 듯 밝은 빛을 보이고, 쓸쓸할 정도로 마음이 맑고 고요한 사람은 상복 입은 듯이 슬픈 빛을 띠며, 기운이 넘칠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67> 神明

- 정기 신 (示-5)밝을 명 (日-4) 앞서 ‘관자’의 글에 “有神自在身(유신자재신)” 곧 “몸에는 신명이 저절로 있어”라는 구절이 나왔다. 이 神明(신명)은 본래 사람의 몸에 있는 정묘한 기운으로, 감각이면서 마음이다. 精氣(정기)는 감각과 마음을 잘 잡도리함으로써 얻게 된 기운으로, 잘 갈고 다듬은 신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명이나 기운은 반드시 몸으로 드러난다. 사랑에 빠진 연인의 낯빛을 보라. 거기에 어디 어두운 곳이 있던가? 남을 아끼고 위할 줄 아는 이와 저 자신만 챙기는 사람은 말씨와 행동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마음이 기운을 바꾸고, 기운이 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관자’ ‘小問(소문)’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때 환공이 관중과 함께 문을 걸어 잠그고서 莒(거..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67> 神明

- 정기 신 (示-5)밝을 명 (日-4) 앞서 ‘관자’의 글에 “有神自在身(유신자재신)” 곧 “몸에는 신명이 저절로 있어”라는 구절이 나왔다. 이 神明(신명)은 본래 사람의 몸에 있는 정묘한 기운으로, 감각이면서 마음이다. 精氣(정기)는 감각과 마음을 잘 잡도리함으로써 얻게 된 기운으로, 잘 갈고 다듬은 신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명이나 기운은 반드시 몸으로 드러난다. 사랑에 빠진 연인의 낯빛을 보라. 거기에 어디 어두운 곳이 있던가? 남을 아끼고 위할 줄 아는 이와 저 자신만 챙기는 사람은 말씨와 행동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마음이 기운을 바꾸고, 기운이 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관자’ ‘小問(소문)’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때 환공이 관중과 함께 문을 걸어 잠그고서 莒(거..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66> 中得

- 마음 중 (丨-3) 얻을 득 (彳-8) 사물에 쉬 현혹되거나 휘둘리는 것은 감각기관이다. 마음과 달리 감각기관은 몸의 작용으로서 사물을 직접 대한다. 그러므로 감각기관을 제쳐두고 마음만 바르게 하려 애쓰는 것은 헛수고이다. 유가에서 수심(修心)이라 하지 않고 수신(修身)이라 말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는 유가뿐 아니라 제자백가도 공유하는 인식이다. ‘관자’의 ‘內業(내업)’편에 나온다. “形不正, 德不來; 中不靜, 心不治. 正形攝德, 天仁地義, 則淫然而自至神明之極, 照乎知萬物. 中義守不특, 不以物亂官, 不以官亂心, 是謂中得.”(형부정, 덕불래; 중부정, 심불치. 정형섭덕, 천인지의, 즉음연이자지신명지극, 조호지만물. 중의수불특, 불이물란관, 불이관란심, 시위중득) “형체(몸)가 바르지 않으면 덕이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65> 不參之患

- 아닐 불(一-3)두루 헤아릴 참(厶-9)갈 지(丿-3)재난 환(心-7) '한비자' '내저설 상'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숙손표가 맹병을 내쫓고 1년이 지나자 수우가 맹병을 위해 숙손표에게 용서를 빌었다. 숙손표도 자식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이 있어서 수우를 시켜 맹병을 불러오게 했다. 그런데 수우는 부르지도 않고서 숙손표에게 알렸다. "제가 부르러 갔습니다만, 맹병은 매우 화를 내면서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숙손표는 아주 화가 나서 사람을 시켜 맹병을 죽였다. 두 아들이 죽은 뒤에 숙손표는 병이 들었다. 수우가 홀로 돌보면서 좌우의 사람들을 물리치고는 아무도 안으로 들이지 않으며 말했다. "숙손께서는 다른 사람의 말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으시오!" 그러고는 음식을 주지 않고 굶겨 죽였다. 숙손..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64> 叔孫豹

아재비 숙(又-6)손자 손(子-7)표범 표(豸-3) 사람들이 흔히 갖는 마음은 9-1(제158회)에서 말한 '성내거나 탓하는 마음,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는 마음, 좋아하거나 즐거워하는 마음, 걱정하거나 괴로워하는 마음' 따위를 이른다. 이것들은 자신을 위하려는 데서 나온 사사로운 마음이고 치우친 마음이다. 이런 마음은 현상이나 대상을 왜곡시킨다. 사람들이 잘못 판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비자' '내저설 상'에 나오는 이야기다. 叔孫豹(숙손표)는 노나라의 재상으로서 존귀한 지위를 이용해서 멋대로 권력을 휘둘렀다. 그가 총애하는 자로 竪牛(수우)가 있었는데, 그 자 역시 숙손표의 명령을 멋대로 처리했다. 숙손표에게는 仲任(중임)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수우는 그를 강샘하여 죽이려 했다. 어느 날, 수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