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43> 華而不實

- 고울 화(艸-8)어조사 이(而-0)아닐 불(一-3)알맹이 실(宀-11) 순우곤은 참으로 절묘한 비유를 들어 군주를 일깨워주었다. 이는 순우곤이 지혜로운 사람임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지혜가 곧 덕이다. 어찌 지혜가 없으면서 덕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지혜가 모자라서 궁지에 몰리거나 위태로워진다면, 덕을 오롯하게 갖추지 못했다고 해야 마땅하다. 또 덕은 누구나 갖출 수 있다. 출신이 미천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이 없다. 오히려 신분이 높을수록 덕을 갖추는 데 소홀하기 쉽다. 不德(부덕)이나 무례를 덮어 가릴 만한 권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덕이 없거나 예의를 모르는 자의 권세는 결국 독이 된다. 이 또한 역사가 입증해주는 사실이다. '국어'의 '晉語(진어)'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晉(..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42> 犬兎之爭

- 개 견(犬-0)토끼 토(儿-5)갈 지(丿-3)다툴 쟁(爪-4) 순우곤은 중요한 때마다 간언을 하거나 적절한 계책을 내어 제나라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또는 위기에서 빠져나오도록 하곤 했다. 威王(위왕) 8년의 일이다. 초나라가 군사를 크게 일으켜 제나라로 쳐들어왔다. 위왕은 순우곤에게 황금 100근, 사두마차 열 대를 예물로 가지고 조나라로 가서 구원병을 요청하게 했다. 그러자 순우곤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갓끈이 끊어질 정도로 크게 웃었다. 위왕이 물었다. "선생은 이것이 적다고 생각하시오?" "어찌 그렇게 생각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웃는 것이오?" "오늘 신이 동쪽에서 오는 길에 길가에서 풍작을 비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돼지 족발 하나와 술 한 잔을 손에 들고 이렇게 빌었습니다. '높은 밭에서는..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41> 物各有疇

- 것 물(牛-4)각각 각(口-3)있을 유(月-2)무리 주(田-14) '전국책'의 '齊策(제책)'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淳于髠(순우곤)이 일곱 명의 선비를 宣王(선왕)에게 추천했다. 그러자 선왕이 말했다. "이리 오시오! 과인이 듣건대, '1천 리에 한 명의 선비만 있어도 어깨가 부딪칠 만큼 선비가 많아지고, 1백 세대에 한 명의 성인만 나와도 발꿈치가 서로 닿을 만큼 성인이 많아질 것이다'고 했소. 그런데 그대는 하루아침에 일곱 명의 선비를 추천하니, 너무 많은 것이 아니오?" 순우곤이 대답했다. "不然! 夫鳥同翼者而聚居, 獸同足者而俱行. 今求柴葫桔梗於沮澤, 則累世不得一焉; 及之睪黍梁父之陰, 則隙車而載耳. 夫物各有疇. 今髠賢者之疇也. 王求士於髠, 譬若挹水於河, 而取火於燧也. 髠將得見之,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40> 勞而無功

힘쓸 로(力-10)어조사 이(而-0)없을 무(火-8)성금 공(力-3) 궁지기는 군주가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아 멸망의 때가 가까웠음을 알고는 처자식을 거느리고 훌쩍 떠났으니, 참되고 미쁜 아비였다. 머물 때에 머물렀다가 머물 때가 아닌 줄 알고서 미련 없이 떠난 것은 군주와 달리 욕심은 없고 지혜가 있었음을 뜻한다. '관자' '形勢解(형세해)'에 나온다. "與不肖者擧事, 則事敗; 使于人之所不能爲, 則令廢; 告狂惑之人, 則身害. 故曰: '與不可, 强不能, 告不知, 謂之勞而無功.'"(여불초자거사, 즉사패; 사우인지소불능위, 즉령폐; 고광혹지인, 즉신해. 고왈: '여불가, 강불능, 고부지, 위지노이무공') "못난 자와 큰일을 일으키면 일을 그르치고, 그가 할 수 없는 일을 시키면 명령이 못쓰게 되고, 경솔하고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9> 自拔其本

스스로 자(自-0)뽑을 발(手-5)그 기(八-6)뿌리 본(木-1) 머물러야 할 곳에 머물기 위해서는 먼저 形勢(형세)를 잘 알아야 한다. 형세란 시세의 변화에 따라 전개되는 상황이나 형편을 뜻한다. 형세는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알기 어려우나, 이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머물기 좋은 곳에서도 위험에 빠질 수 있고 환란을 겪을 수 있다. 형세로 말미암아 바뀌지 않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형세를 아는 것이 지혜다. 그리고 지혜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울 때 비로소 깃든다. 기원전 655년, 晉(진)나라가 虢(괵)나라를 칠 때 虞(우)나라에 길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른바 假道滅虢(가도멸괵)의 계략이다. 그때 宮之奇(궁지기)는 虞公(우공)에게 길을 빌려주지 말라고 간언했으나, 우공은 듣지 않..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8> 何必改作

어찌 하(人-5)반드시 필(心-1)고칠 개(攴-3)지을 작(人-5) 근래 한국을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혁신이니 개혁이니 하는 명분으로 이전 정부에서 했던 일을 지워버리는 짓을 되풀이해 왔다. 전시행정으로 벌인 일이었거나, 실질적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거나 부작용만 일으키는 일이었다 하더라도 엄정한 검토와 조사를 거친 뒤에 폐기하거나 폐지해야 옳다. 그럼에도 갖가지 사업을 잘하고 있던 부서를 단번에 없애버리거나, 이미 있던 부서와 겹친다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새 부서를 만들어 제 측근들로 채우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해양수산부를 없애버린 일, 거의 모든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여서는 온 나라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심각한 폐해를 낳은 일, 창조..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7> 夫人不言, 言必有中

저 부(大-1)사람 인(人-0)아닐 불(一-3)말할 언(言-0) 반드시 필(心-1)있을 유(月-2)알맞을 중(丨-3) 진시황은 막강한 군사력과 절묘한 외교력으로 천하를 통일하여 최초의 황제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위업은 그 선조인 秦孝公(진효공)이 商鞅(상앙)을 기용하여 전적으로 신뢰한 데서 비롯되었다. 상앙은 變法(변법)을 시행했는데, 변법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개정한 법령이었다. 귀족이라도 공을 세우지 않으면 여지없이 작위와 봉토가 깎일 뿐만 아니라 죄를 지으면 가차 없이 형벌을 집행하였다. 대대로 특권을 누리던 귀족들이 반발했을 뿐만 아니라 백성도 불편해했다. 워낙 법령을 엄격하게 집행하자 귀족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원망하는 소리가 대단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자가 법을 어기는 일이 생겼다. 상앙..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6> 知王道者

알 지(矢-3)임금 왕(王-0)길 도(辵-9)사람 자(耂-5) 서백의 일은 군주의 언행에 따라 그 신하들과 백성들의 마음과 행동거지도 달라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지만, 사실 서백처럼 어진 정치를 베풀고 현명한 선비들을 아끼는 군주는 매우 드물다. 어쩌면 그러하기 때문에 서백이 상 왕조를 멸망시킬 수 있는 토대를 닦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백이 토대를 잘 다져 놓았기 때문에 그 아들 무왕이 즉위한 지 11년만에 상 왕조를 정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무왕이 무력으로 폭군 紂王(주왕)의 군사를 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유자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치열한 전투 끝에 간신히 승리를 거둔 것 또한 사실이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고 또 여전히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제후들을 이..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5> 穆穆文王

아름다울 목(禾-11)무늬 문(文-0)임금 왕(玉-0) 7-2는 다음과 같다. "詩云: '穆穆文王, 於緝熙敬止.' 爲人君, 止於仁; 爲人臣, 止於敬; 爲人子, 止於孝; 爲人父, 止於慈; 與國人交, 止於信."(시운: '목목문왕, 오집희경지.' 위인군, 지어인; 위인신, 지어경; 위인자, 지어효; 위인부, 지어자; 여국인교, 지어신) "시에서 노래했다. '아름답도다 문왕이여, 오 끊임없이 지극하게 살도다.' 군주가 된 이는 어짊에 머물고, 신하가 된 이는 지극함에 머물며, 자식이 된 이는 효성에 머물고, 아비가 된 이는 자애로움에 머물며, 나라사람들과 사귈 때는 미쁨에 머문다." 시는 '시경' '대아'의 에 나오는 구절이다. 穆(목)은 아름답다, 공경하다, 도탑다는 뜻이며, 穆穆(목목)은 아름답고 풍성한 모..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4> 君之所愼者四

- 임금 군(口-4) 갈 지(丿-3) 바 소(戶-4) 삼갈 신(心-10) 것 자(老-5) 넉 사(囗-2) 교육이나 교화가 긴요하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강조하고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나 교화의 진정한 효과는 군주를 비롯해서 관리들이 본보기가 되어야 나타난다. 부모가 아이들의 본보기가 될 때 제대로 양육되고, 교사가 학생의 본보기가 될 때 제대로 교육되는 것과 같다. 양육이나 교육이 적절하게 이루어질 때, 회초리도 효과가 있다. 유가에서 법률과 형벌을 교화보다 뒤에 두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관자'의 '立政(입정)'에 나온다. "君之所愼者四: 一曰大德不至仁, 不可以授國柄; 二曰見賢不能讓, 不可與尊位; 三曰罰避親貴, 不可使主兵; 四曰不好本事, 不務地利而輕賦斂, 不可與都邑. 此四務者, 安危之本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