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233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6> 당나라 시인 맹교가 저물녘 낙양교를 바라보며 읊은 시

달 밝아 눈 덮인 숭산 바로 환히 보이네 - 月明直見嵩山雪·월명직견숭산설 천진교 다리 아래엔 첫얼음이 얼고(天津橋下冰初結·천진교하빙초결) 낙양성 거리에는 사람들 발길 끊어졌네.(洛陽陌上人行絶·낙양맥상인행절) 느릅나무 버드나무 잎 지고 누각 한적한데(榆柳蕭疏樓閣閒·유류소소누각한)달 밝아 눈 덮인 숭산 바로 환히 보이네.(月明直見嵩山雪·월명직견숭산설) 위 시는 맹교(孟郊·751~814)의 ‘洛橋晩望’(낙교만망·저물녘에 낙양교를 바라보며)으로, 그의 문집인 ‘맹동야시집(孟東野詩集)’에 실려 있다. 소동파는 맹교의 시풍에 대해 ‘차다(寒)’고 하였고, 한유는 율양현위(凓陽縣尉)가 되어 떠나는 회재불우(懷才不遇·뛰어난 재주를 품고 있지만 때를 만나지 못함)한 벗인 맹교를 위해 쓴 글인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5> 북제(北齊)의 문신 조홍훈이 양휴에게 보낸 편지

부귀를 추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 何必富貴乎?·하필부귀호? 만약 불현듯이 (관직을 그만두고) 맑고 고아해지고 싶어 관대(官帶)를 풀고 머리비녀를 뽑으실 수 있다면 저는 여기에 산장을 준비할 수 있으리이다. 문득 한 번 팔짱을 끼고 숲에 들어가 수건을 걸고 나뭇가지를 드리우고 술병을 든 채 산봉우리에 올라서는 평평한 곳에 자리를 깔지요. 그리고 소박한 뜻을 이야기하고, 옛정에 관해 말하며, 단법(丹法)에 대해 문의하고, 현서(玄書)에 관해 논한다면 이 또한 즐거우리니 구태여 부귀를 추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若能飜然淸尙, 解佩損簮, 則吾於玆, 山莊可辦; 一得把臂入林, 掛巾垂枝, 携酒登獻, 舒席平山, 道素志, 論舊款, 訪丹法, 語玄書, 斯亦樂矣, 何必富貴乎?(약능번연청상, 해패손잠, 즉오어자, 산장가판;..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4> 고려 때 귀화한 위구르인 설손의 시

낚싯배 높아진 건 알아차리겠네(只覺釣船高·지각조선고) 밤새도록 산속에 비가 내리는데(一夜山中雨·일야산중우)/ 지붕 위에 엮어놓은 띠가 바람에 날리네.(風吹屋上茅·풍취옥상모)/ 계곡물 불어난 건 알지 못하여도(不知溪水長·부지계수장)/ 낚싯배 높아진 건 알아차리겠네.(只覺釣船高·지각조선고) 위 시는 중국에서 귀화한 설손(偰遜·?~1360)의 시 ‘山中雨’(산중우·산속에 내리는 비)로, 그의 저서인 ‘근사재일고(近思齋逸藁)’에 실려 있다. 산속의 띠집에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볼품없는 초가지붕마저 날려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조마조마하며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긴장한 채로 방문을 뻐거덕 연다. 저 앞 숲에서는 여전히 빗방울이 두둑거리는 것 같다. 계곡도 그대로인 듯하다. 다시 ..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3> ‘고려사’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

지춘추관사 김종서 등이 새로 편찬한 ‘고려사’를 바치니 (知春秋館事金宗瑞等, 進新撰高麗史·지춘추관사김종서등, 진신찬고려사) 지춘추관사 김종서 등이 새로 편찬한 ‘고려사’를 바치니, 세가 46권, 지 39권, 연표 2권, 열전 50권, 목록 2권으로 되어 있었다. 전문을 올렸는데, 그 전문은 이러하였다. “ … 편간(編簡)을 엮어 감히 임금께 드립니다. … 그 범례는 모두 사마천의 ‘사기’를 본받았으며 … 본기를 피하고 세가로 한 것은 명분의 중함을 보인 것이요 …. ” 知春秋館事金宗瑞等, 進新撰高麗史, 世家四十六卷, 志三十九卷, 年表二卷, 列傳五十卷, 目錄二卷, 其進箋曰: “ … 玆紬編簡, 敢瀆冕旒. … 凡例皆法於遷史, … 避本紀爲世家, 所以示名分之重 ….(지춘주관사김종서등, 진신찬고려사, 세가사십육권,..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2> 칠언율시의 4연 모두를 대구로 읊은 두보 시 ‘登高(등고)’

한평생 많은 병 얻어 홀로 높은 대에 오르네-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바람 세차고 하늘은 높아 원숭이 울음소리 슬픈데(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물가는 맑고 모래는 흰데 새는 날아 선회하네.(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 끝없이 펼쳐진 나뭇잎 쓸쓸히 떨어져 흩어지고(無邊落木蕭蕭下·무변락목소소하)/ 끝없이 흐르는 장강은 소용돌이치며 흩어 이어지고 있구나.(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 고향 떠나 만리 밖 딴나라에서 가을 만나 변함없는 언제나 나그네 신세(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한평생 많은 병 얻어 홀로 높은 대에 오르네.(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온갖 어려움 몹시 한스러워 하얀 서리 맞은 머리(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늙고 쇠약해져 시름 덜 탁주마저 끊어야 하네.(潦倒..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1> 수절하기 어려우면 개가하라고 유언하고 죽은 여인

절의가 높은 가문으로 이름이 높았다 - 家世以節義聞·가세이절의문 진사 임희진은 호남사람이다. 임진왜란 때 병사를 모아 왜적과 싸우다가 진주 싸움에서 죽었다. 절의가 높은 가문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 조상 중에 선비 아무개가 있었는데, 문예를 잘해서 장가들기 전 어린 나이에 향시에 장원하고 회시(會試)를 보러 상경하다 장성을 지나게 되었다. 비를 만나 객점에 들지 못하고 가다가 어느 마을에 당도했다. 任進士希進, 湖南人也. 壬辰募兵, 赴倭亂, 死於晉州之戰, 家世以節義聞. 其先祖章甫某, 有文藝. 弱冠未娶, 魁鄕解, 將赴會圍, 路由長城, 値雨違店, 到一村.(임진사희진, 호남인야. 임진모병, 부왜란, 사어진주지전, 가세이절의문. 기선조장보모, 유문예. 약관미취, 괴향해, 장부회위, 노유장성, 치우위점, 도일촌...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0> 그림자한테도 부끄러움 없는 삶 살았다는 노수신

혼자 하늘 밖을 걸어감에 그림자한테도 부끄러움 없었네 (獨行天外影無慙·독행천외영무참) 어지러웠던 세상살이 옛일 되었고(塵世紛紛成古今·진세분분성고금)/ 이웅·두밀과 이름 나란히 했으니 나 역시 드문 사람이라네.(齊名李杜亦奇男·제명이두역기남)/ 갓 비뚤어진 사람 보면 내가 더러워질까 서둘러 떠났고(其冠浼我望望去·기관매아망망거)/ 사람을 만났을 땐 일삼는 것 뚜렷하게 말했네.(所事逢人歷歷談·소사봉인력력담)/ 한 번 바다 속에 누워 정신을 스스로 지켰고(一臥海中神自守·일와해중신자수)/ 혼자 하늘 밖을 걸어감에 그림자한테도 부끄러움이 없었네.(獨行天外影無慙·독행천외영무참)/ 가의는 울었지만 난 웃을 수 있으니(賈生能哭吾能笑·가생능곡오능소)/ 둘이 함께 33년을 누렸구나.(俱享行年三十三·구향행년삼십삼) 16세기 선..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19> 동래 동하면 주민의 잡역을 면제해준다는 절목(節目)

서너 가지 잡역을 감면해달라는 일로 소장을 올렸다 (數三烟役蠲減事呈狀·수삼연역견감사정장) 동하면 주민들이 소청한 바에 의하면, “본 면에 사는 주민은 본디 가난한데, … 다른 큰 면과 같이 받들어 행하는 가운데서도 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해운대와 가까운 곳이어서 사신의 행차나 각 읍에서 구경 하러 오는 행차, … 서너 가지 잡역을 감면해 주십시오.”라는 일로 소장을 올렸다. … 과연 소장의 내용과 같다면 …. 東下面民人等齊訴內, 本面居民素是殘少, … 役與他大面一體擧行之中, 又有所難堪者, 海雲臺地近之, 故使客行次列邑翫景之行次, … 數三烟役蠲減事呈狀, … 果如狀辭 ….(동하면민인등제소내, 본면거민소시잔소, … 역여타대면일체거행지중, 우유소난감자, 해운대지근지, 고사객행차열읍완경지행차, … 수삼연..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18> 부모님 위해 귀한 용봉차 덜어놓은 북송의 왕우칭

노부모님께 드릴 것을 먼저 덜어 놓네 - 除將供俸白頭親·제장공봉백두친 용봉 무늬 눌러 새겨 새로이 (차) 이름 지어(樣標龍鳳號題新·양표용봉호제신)/ 가까운 신하에게만 하사하셨네.(賜得還因作近臣·사득환인작근신)/ 달이는 데 어찌 상산의 샘물 바랄 수 있겠는가?(烹處豈期商嶺水·팽처기기상령수)/ 갈아낼 때 봄의 건계차라고 생각할 뿐이네.(碾時空想建溪春·연시공상건계춘)/ 넓은 들의 난초향보다 향기롭고(香于九畹芳蘭氣·향우구원방란기)/ 가을날 흰 달과 같이 둥그네.(圓如三秋皓月輪·원여삼추호월륜)/ 다 없어질까 아껴서 맛보지 않고(愛惜不嘗惟恐盡·애석불상유공진)/ 노부모님께 드릴 것을 먼저 덜어 놓네.(除將供俸白頭親·제장공봉백두친) 중국 북송의 시인 왕우칭(王禹?·954~1001)의 시 ‘龍鳳茶’(용봉차)로, 자신의 ..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17> 안시성을 공격한 당 태종 대군을 물리친 이야기

더욱 굳게 지켜 공격해도 함락되지 않았다 - 益堅守, 功久不下·익견수, 공구불하 당나라 (장군) 이세적이 드디어 안시성을 공격했다. … 세적은 성을 함락시키는 날 (성안의) 남자들을 모두 땅에 묻어 죽이자고 (당 태종에게) 청했다. 안시성의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더욱 굳게 지켜 공격해도 함락되지 않았다. … 당 태종은 요동지방이 일찍 추워져 풀이 마르고 물이 얼어 병사와 말들이 오래 버틸 수 없고, 또 양식이 다 떨어져 가기 때문에 군사를 돌이키라고 명령했다. 唐李世勣, 逐攻安市. … 世勣, 請克城之日, 男子, 皆坑之. 安市人, 聞之, 益堅守, 功久不下. … 帝以遼左旱寒, 草枯水凍, 士馬難久留, 且糧食將盡, 命班師.(당이세적, 축공안시. … 세적, 청극성지일, 남자, 개갱지. 안시인, 문지, 익견수, ..